봄 동산에 앉아보게
여름 동산에 앉아 보게
가을 동산에 앉아 보게
겨울 동산에 앉아 보게
우거진 신록에 따라 우는 새의 소리가 다름을 아는가.
봄 동산에 우는 새의 소리는 청명하며 부드럽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산에 우는새는 날카롭게 우짖는 걸 아는가.
태양의 강렬함을 따라 꽃색깔이 짙어져 감을 아는가.
마음에 동산을 만드는 중이라네
작은새가 깃들어 부드럽고 청아한 소리를 낼수 있는 마음동산을
만드는 중이라네. 쉽지는 않지만 쉬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네.
오월이 깊어간다.
이렇게 또 내가 살아가는 흔적 하나를 바쁜 시간을 틈내어 적어둔다.
어머님이 아픈몸으로 내 집으로 오셨다.
내가 돌봐드리기에는 너무 몸이 크시지만 방법이 없다.
출근길에 어머님을 차에태워 모시고 가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머님을
모시고 퇴근을 한다.
세상에는 기막힌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참 많다.
우리 시댁에는 아들만 셋이다.
그 아들셋이 모두 다른 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모시고 있는 아버님은 또 다른분이다.
형님은 그런 시댁어른들을 한 30년 가까이 모시고 살며 효부상을 몇 번씩
받으신 분이다.
그러다 가든과 민박을 차려 살림을 나시고 어머님과 아버님 두 분이 따로
사신지가 한 십 년 가까이 된다.
아버님 한태는 많은 자식과 아직 살아계시는 본 부인이 계신다.
하지만 어머님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40년이 넘었다.
그래서 시아버님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적 없었는데 아버님이 연로 해
지시면서 아주버님과 갈등이 깊어지고 이제 본 댁으로 들어가셨으면 하는
마음을 자주 비치니 눈치빠른 아버님은 지은죄가 있으시니 본댁으로 가시지
못하고 방을얻어 나가셨다.
그렇게 사신지가 한 2년
집에 계실때는 아무런 마음이 없었지만 그렇게 집을 떠나시니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소홀해 지는 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두 분 정이 얼마나 좋으신지 거참 할말이 없다.
어머님을 우리집에 모셔오려고 갔더니 아버님이 계시기에 함께 가자 했더니
일하는 네가 힘들지 않겠느냐고 한사코 거절을 하시기에 그럼 언제든지
오시고 싶을때 오시라며 어머님만 모시고 올라왔다.
다음날 부터 어머님의 오매불망 밥상이 차려질 때 마다 고추 하나로 밥을
드실거라며 걱정을 하시더니 급기야 약이 떨어 졌으니 아버님께 약을 타서
빨리 가지고 올라오라는 전화를 하라고 하신다.
다음 날 역전에 와 계시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어머님 얼굴이 박꽃같이 환해지신다
어머님을 옆자리에 태워 아버님 마중을 나갔다.
역전앞에 서 계신 아버님을 보는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앞이가 빠지고 등에 배낭을 지고 모자를 쓰고 서 계신 모습.
언제나 청결을 그렇게도 강조하시고 폼생폼사 사신분인데 내 눈에 들어온
아버님 모습은 영락없는 노숙자의 모습이였다.
아버님이 차에 타시는 순간 차안에 가득 배이는 냄새 올라오려는 구역질을
죽을힘을 다해 삼키며 차마 문도 열지못하고 집으로 오며 아버님과 대화도중
얼굴을 보며 우연히 보게된 아버님의 치아.
이의 형체를 알 수 없을만큼 누렇게 낀 프라그 그 사이에 덕지덕지 낀 고추가루
도저히 아버님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다.
두 분을 집에 모셔놓고 집안가득 배어오는 냄새에 죽어라 빠는 빨래마다 헹굼제를
넣어 향기가 나게 했다.
아예 양치질이라는 걸 안하시는 두 분 죄를 짓는 마음이 들긴 하지만 작은 접시에
한 끼 먹을 반찬만 담아내고 조심씩 남는거는 모두 버렸다.
잠시 계실것이 아니고 내가 두 분들과 살려면 살 방도를 강구해야 할 거 같다.
관찰을 해 보니 틀이를 끼신 어머님은 그래도 음식물이 끼지 않아 보기가 좀 낫고
자연 치아를 가지고 계신 아버님이 너무 심해서 칫솔을 사서 치약을 발라
두고 아버님께 모르는 척 여쭤 보았다.
그러고선 지금 그 연세에 자연치아를 가지고 계신것이 얼마나 큰 복이냐며 칫솔을
드리며 잘 간직하시려면 열심히 관리 하시라며 칫솔을 드렸더니 밝게 웃으시며
열심히 칫솔질을 하신다.
다음날 안 사실인데 시도때도 없이 대변이 흘러나와 기저귀를 차고 계시다는
사실까지 솔직히 아직은 적응이 안 돼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피할 수 없을 때는
즐기라는 그 말과 속이 한 번씩 뒤집히려고 할 때 마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을
생각한다. 생판 모르는 남의 부모 온갖정성 들여 씻겨드리고 반찬도 해다 드리고
청소도 해주고 얼마나 감사하고 고맙고 뭐라 표현할 수가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하물여 아버님이라 부르며 살아온 세월이 22년 어떻게 외면하고 살 수가 있겠는가.
또 내려가셨다 다시 올라오셨다 하고 계시지만 어머님과 아버님의 그 사랑을 자식이
어찌 끊어놀 수 있겠는가.
내 달이다 오월이다 신록이 깊어지 듯 나도 인간으로 좀 더 깊어가는 아름다운
오월이다. 불자인 내가 참 바쁜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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