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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19

괜한 걱정


BY 모퉁이 2008-05-07

\'별 걱정을 다 한다\'는 소리를 하거나 들을 때가 있다.

쓸데없이 괜한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 남이야 어떻든 말든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닌데 말이지.

그러나 가끔, 괜한 걱정이 들 때가 있다.

 

동네 어귀에 버스카드 충전소가 자리하고 있다.

몇 종류의 신문이 있고, 복권이 있고, 쉽게 살 수 있는 껌이 있고, 교통카드를 충전해주는

작은 부스를 지키는 사람은 내 짐작으로 칠순은 넘어 보이는 할머니시다.

이것저것 잡다한 물건들을 진열하고 나면 할머니가 다리 뻗고 쉴 공간이나 나올지 모르겠다.

그 좁은 공간을 출근시간 전부터 밤 늦도록 지키는 할머니의 얼굴이 참 고우시다.

 

버스를 자주 타긴 하지만 교통카드는 신용카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할머니와 마주치는

기회는 자주 없었다. 간혹, 모임이 있어 나갈 때 껌을 살 때나, 남편의 복권 교환 때문에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다가 언제부턴가 그 앞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부스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되고 그때마다 할머니와 눈이 마주쳐 인사를 하게 되었다.

 

어느 더웁던 날, 아이스크림이 50% 세일이라 해서 몇 개를 사들고 오던 길에

손부채를 부치고 계시던 할머니께 아이스크림 하나 건넨 것과,

쑥설기를 하던 날, 외출하는 딸의 손에 떡 몇 조각 전해준 것 외에 특별히 챙겨 드린 것도 없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떡을 전해준 사람이 내 딸이라는 것도 아시고

내가 무슨 껌을 산다는 것도 알고 계시니 어느새 이웃이 되어 버렸다.

 

\"엄마! 요즘 충전소 할머니 문을 안여시네?\"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아이가 궁금한 모양이다.

\"그러게...나도 요즘 며칠째 못 봤는데...할머니가 어디 편찮으시나..궁금하네.\"

 

며칠 째 할머니 부스에 자물통이 채워져 있다.

내가 본 기억으로 열흘이 더 된 듯 하다.

신문은 연락할 때까지 넣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글까지 붙여 놓은 걸 보면

아무래도 할머니 신상에 변화가 생긴 모양이다.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누굴 잡고 할머니 어디가셨냐고, 무슨 일 생겼냐고 물으면 \'별 걱정\'을 다 한다고 하려나.

무슨 일이 생겼다고한들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으면서 정말 별 걱정이긴 하다.

이 좋은 계절에 충전소 부스 걸어잠그고 경치좋고 인심좋은 어느 곳에서 즐거운 시간

누리고 계셨으면 더 좋으련만.

충전소 자물통 걷어내고 다시 만나는 날, 할머니 얼굴이 목단꽃 같이 고왔으면 하련만.

그렇겠지, 아마도 좋은 일로 며칠 쉬시겠지.

\'별 걱정\'이 \'괜한 걱정\'이겠지. 그렇겠지.

 

**

한참만에 오니 낯설음이 느껴집니다.

가끔 다녀가긴 했지만 좀체 글 남기기가 쉽지 않더군요.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재가 다양한 것도 아니고

\'괜한 걱정\'이 더해지자 글쓰기가 주저해지더군요.

지금도 아주 용감해 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 괜한 걱정은 버리고 나름대로 평범한 내 일상을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지껄여볼까도 싶습니다.

한동안 주춤하는 동안 낯은 설지만  엉덩이 비비고 들어 앉으면

금세 친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대놓고 친한척을 못하는 성격이라  또 괜한걱정이 들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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