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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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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씨가 되어서


BY 바늘 2008-05-06

어린시절 학교 가기 유난히 싫던 날  혹시 학교에 불 안 나나?

 

무심한 것인지 아니면 천만 다행이었는지 어린 시절의 바램은 바램으로 끝나고 내가 다녔던

학교는 불 한 번 안 나고 무사하였다.

 

사십 대 나이에 늦깎이 직장 생활을 다시 하면서 나이가 나이인지라 천근만근 몸이 무겁고

일하기 싫은 날이면 곁에 앉은 직장 동료와 웃으며

 

\"어휴 전산실에 장애 안 나나 ? 갑자기 조기 퇴근하면 좋겠다\"

 

그런데 정말 말이 씨가 된다고 사흘 황금연휴가 지나고 오늘 다시 월요일 같은

화요일에 출근하였는데 오전 근무를 마치고 갑자기 회사 사정상 조기 퇴근을 하게 되었다

 

7년 직장 생활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와~ 살다 보니 이런 날이 다 있네~

 

말이 씨가 되다니...

 

책상을 정리하고 직장을 나서는데 오월이라지만 한 여름처럼 날은 덥고 마치 바캉스를

떠나야 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렇게 농담삼아 소원하던 희망사항이 이루어 졌는데 막상 회사를 나와

거리로 나섰지만 이미 오전 시간은 다 지나고 오후 반나절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

 

우선 시장에 들러 노란 참외를 샀다.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던 참외다.

 

햇양파도 작은 망에 들어 있는 것으로 하나 사고 그다음 그다음은 너무도 싱겁게

늘 반복된 일상처럼  아파트 단지 마을버스가 오기에 올라 타고 집으로 왔다.

 

버스 안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바라던 조기 퇴근!

 

그 말이 씨가 되어 7년만에 이뤄진 조기 퇴근인데...

 

집으로 와 참외를 흐르는 찬물에 씻어 깎아 한 입 와사삭 베어 물었다.

 

잘 익은 참외의 단맛이 입안에 가득 찬다.

 

아~ 이런 날 엄마가 생전에 계시면 얼마나 좋았을까?

 

연락 없이 갑자기 찾아 가 뵙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한 아름 피웠을 터인데~

 

 

참외를 좋아하시던 엄마 생각을 하면서 깎은 참외를 통째로 한 손에 들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거실 커튼 사이로 햇빛이 쨍하게 들어온다.

 

휴~~ 편하다~

 

아~ 이제 뭐하지?

 

리모컨을 찾아 TV를 켰다.

 

잠시 채널을 위아래로 이동하다가

 

아~~ 재미없다~

 

 

뭐 재미난 일 없나?

 

이제는 성장하여 학교 잘 다녀왔습니다 인사하며 문 열고 들어 설 아이들도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 떨자 인터폰 울려 줄 정겨운 이웃들도 곁에 없습니다.

 

저녁 찬 거리에 신경을 쓰면서 장을 보는 평범한 일상의 주부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그래도 슬플 때나 기쁠 때나 말이 씨가 되던 오늘 같은 날에도 에세이방이 있어 

행복합니다 이곳이 있기에...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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