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에 부산에서 할머니들 위문단이 여덟분 오셨다.
어버이 날도 다가오고 가족이 없는 할머니들도 계시니까
서운하지 마시라고 교회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선물을 한아름 안고
떡도 흑미찰떡에 밤과 땅콩 , 은행까지 박아서 맛있게 해 오시고
과일이랑 생화 카네이션에 위문금까지 커다란 케잌과 함께
준비하시고 어버이 날 노래에 바이올린 연주까지...........
실내악이 흐르고 (비록 바이올린 독주였지만) 기분도 흐뭇하고
할머니들 가슴에 예쁘고 앙증스런 생화카네이션이 눈부셨다.
오늘 손님들을 치르기 위해 어젯밤부터 난 바빴다.
정육점에서 지방없는 쇠고기 살코기를 사서
양파 , 대파 , 마늘 , 통후추 , 계피 , 생강 등등........
여러가지 한약재료와 야채를 듬뿍 넣고 푹 고은 다음
건더기는 걸러내고 육수만 식혀서 기름 거둬내고 냉동실로.
수육은 얇팍하고 이쁘게 썰어서 냉장실로.
무는 얇고 길쭉하게 썰어서 고운 고춧가루에 소금 식초 설탕에 버무리고
냉면다대기에 양파갈고 마늘과 매실청에 고춧가루 뭐뭐 넣고
사과 갈아서 과즙내서 소금 넣고 빨갛게 저어 냉장실에서 숙성.
오늘 아침에는 오이를 길고 얇게 썰어서 새콤 달콤 무치고
수박 삼각형으로 얇팍하게 썰고 계란 삶아서 예쁘게 이등분 냉장실로.
냉면용 면발 줄줄이 풀어헤치기에 얼음물 대령( 면발을 얼음물에 박박 씻어야
면발이 쫄깃쫄깃 해 진다).
일찍 부터 바빴다.
우리 할머니들과 일 도우는 직원가족, 애들까지 합하니 서른 명이나 되었다.
할머니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와 찬양시간이 지날 동안
나 혼자서 콩튀고 팥튀고 거들어 주는 여직원에게는 두부전에 달래랑 잔파 넣고
반죽해 넘겨주고 그릇내랴 냉면 위에 얹을 고명 준비하랴 바쁘다 바빠......
냉면은 면을 미리 삶아두면 안되고 즉석에서 파바박 삶아서
바로 육수 넣고 먹어야 하는 음식이라 바쁘긴 밥 보다 훨씬 바쁘다.
직원이 몸이 빠른 사람이 아니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다보니
자기 몸에 치여서라도 힘이 들어 어지간 한 것은 내가 후다닥 해 줘야 한다.
그러니 전 부치는 것이나 시간이 오래 걸리되 한 자리에서 하는 일을
주로 맡기고 뛰는 일 손이 재 빨라야 하는 국수 삶는 일 같은
버거운 일은 내가 하는게 안심이 된다.
한창 점심시간이 되고 면도 국 솥에서 삶아 질 무렵에 남편이 다른 일 때문에
주방에 들어왔다가 나한테 딱 걸렸다.
\"밖에 일 잠깐 두고 주방에서 냉면 삶을 때 찬물 좀 끼얹어 주고 그릇 날라 주세요.\"
\"바쁜가 보네. 그러지 뭐. 뭐 부터 해 줄까요?\"
\" 우선 큰 주방에 가서 육수 얼려 놓은 것 갖다 주고 면 삶아 지면 고명 좀 올려줘요.\"
\" 뭐든 시키십시오 . 주방장님. 명령데로 다 하리다.ㅎㅎㅎㅎ\"
끓는 물에 면 넣고 휘~~휘 젓다가 면발이 가라 앉기전에 얼른 꺼내서
빨래 비비듯이 빡빡 비벼서 미끈대는 면발을 씻고
얼음물에서 또 막 비벼서 재빨리 사리를 만들어야 했다.
물에서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면 애써 육수내고 폼 다 내놓고
면발이 흐물텅 거리면 냉면의 생명은 끝~~이다.
고무장갑 속에 면장갑을 끼고 파바박 파바박박.........
똬리를 틀 듯이 동그랗게 사리를 완성해서 그릇마다 담은 다음
수육, 수박 , 무김치, 오이 무침,다대기, 겨자,계란 까지 얹어서 살얼음 육수를
끼 얹어 각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달리듯이 상에 내니
손님들이 시원~한 육수에 반하고 쫄깃한 면발에 반하고
깊은 맛 나는 육수에 한 번 더 놀랜다.
\"냉면 전문점 보다 더 맛있네요.
우리 동업으로 냉면점 냅시다.ㅎㅎㅎ\"
물론 인사성 발언인 줄 뻔히 알면서도 기분은 좋다.
어제부터 바빴던 모든 일이 일 순간에 풀어지고 기분까지 업 ~!!
할머니들도 북한이 고향인 분이 세 분이나 계셔서 우리 집은 여름이면
냉면을 자주 해 달라신다.
일도 많고 좀 번거로운 음식이라 자주는 못해드리고 손님이 오시거나
어느 분 생신이면 특식으로 냉면을 해 드리는데
사리를 두개씩이나 드신다.
내가 만든 사리는 냉면점 보다 훨씬 큰 건데도.......
우리 애들도 모두 냉면을 좋아하고 남편은 평균이 두개고.
시집간 딸도 멀리서 공부하는 둘째도 냉면을 참 좋아해서
손님들과 냉면을 먹으면서도 딸들이 생각나 목에 뭐가 꾸 욱 끼는 느낌이었다.
설겆이를 끝내고 기어이 못 참고 시집간 딸 휴대폰의 번호를 띠리릭 띠리릭...
\" 엄만데 우리 낮에 냉면 먹었어.\"
\"아~~~나도 냉면 쫌 엄마.....엄마 냉면 진짜 짱인데.\"
\"저녁에 한번 넘어 와. 먹고 싶은 날에 전화하면 안되고 하루 전에 연락하고\"
\"알았어요. 오케바리..아~ 싸. 조만간에 시간 낼께요 .\"
음식을 하는 사람은 자신이 한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이
맛있었다고 기억해 주고 칭찬해 주면 만사 오케이.
번거로움도 힘드는 것도 무시하고 신이 나서 한다.
사랑도 그러하리라.
날 사랑해 주고 내가 기쁜 사랑이라면 아무런 조건이 없다.
해 마다 여름이면 시부모님은 내 냉면을 드실 수 있어 좋은데
엄마는 , 엄마는 너무나 멀리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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