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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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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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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사랑하는 양기는 어디에.....


BY 도가도 2008-04-29

햇살이 온누리에 가득한 봄날 오후,

출근준비를 마치고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갑자기 허한 맘이 온몸에 검게 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순식간에 퍼져

너무나 허하고 허해서 온세상이 정지된 것 같고,

내가 숨쉬고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멍할 뿐이었다.

그러더니, 그날 저녁부터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온몸이 쑤시기 시작하더니,

새벽내내 세번을 일어나 배고프다고 먹을 거리를 찾지 않나,

그렇다고 양껏 먹을수도 없이, 온몸이 너무나 쑤시고 아프고 춥고 예민했다.

마침 친정엄마가 와있어서, 병원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해,

약국의 약좀 사달라 하고 내내 약먹고 자고 약먹고 자고 했다.

일을 즐기지는 못할망정, 책임감은 강해서 그 와중에도

학생들에게 방문하고 아침에 모닝콜도 하면서 나아지겠지 했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면 일어나 앉을수도 없게 아파서 도저히 하루는

일할 자신이 없었다. 그놈의 책임감때문에 일나가서 하루를 버티느니,

차라리 죽어버리는게 났겠다 싶은 생각까지 들자,

그날은 쉬기로 작정하고 사무실과 회원집들에 일일이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약기운이 있을 때 병원에 가자 싶어 얼른 겨울점퍼를 꺼내입고 있는데,

엄마가 이제까지 아프다고 일못하고 한적이 한번도 없는데,

이제 너도 나이가 나이니만큼 한의원에 가서 진맥도 짚어보고 보약도 짓자고 하신다.

얼른 병원가서 주사 맞고 약타고 한의원에 갔다.

특별히 몸살을 앓을 이유가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내심 짐작이 가면서도

정말 또다른 이유가 있는가 싶어 사뭇 궁금했었다.

 

한의원에 도착하니,

잘생긴 30,40대로 보이는 한의사선생님이 방에 앉아계셨다.

어라, 의사선생님이 바뀌었네. 근데, 좀 생겼네..

드디어 내차례가 되고 의사선생님 옆에 앉게 되었다.

의사선생님은 어떻게 왔냐는 질문부터 이것저것 꼼꼼하게 물어보시는 중에...

결혼은 하셨습니까?

네, 아이가 둘 있습니다.

둘째가 몇살입니까?

12살입니다. (그런데 셋째를 볼라고 애쓴지가 너무 오래됐습니다. 혼자산지 거의 10년째거든요.)

라고 가로안의 말을 굴뚝같이 하고 싶었으나, 잘생긴 남자(!!) 앞에서 차마 꺼내지 못했다.

그는 양쪽 팔목의 맥을 짚어보더니, 감기가 있는 맥은 아니군요. 하면서 누워보란다.

배를 여기저기 눌러보는데, 한군데가 유독 아팠다.

왜그러냐 여쭈었더니, 신경을 많이 쓰면 아픈 부위란다.

다른데는 별 이상이 없단다.

엄마는 우리딸이 평소 기운없어하니, 힘이 좀 불끈나게 녹용좀 넣어서 지어주세요 한다.

녹용을 넣은 보약은 비싼가 보다.

거금 30만원이나 주면서 나보다 가난한 엄마는 딸에게 정성을 쏟았다.

진찰을 마치고 나와 계산을 하고 엄마는 다시 의사선생님방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5분후에 나오는데, 우리엄마 또 무슨 쓰잘데기없는 얘기를 하러 들어간걸까?

바쁜 의사선생님 붙잡고 있는 것이 내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한의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주사때문인지, 몸도 가벼워진 것 같고 햇빛이 기분좋게 해주었고,

잘 생긴 남자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고 내 얘기를 잘 들어주고,

깨끗하고 섬세한 손으로 내손목 잡아주고 배를 어루 만져주고 하니,

더 기분이 좋았다.

근디,엄마 아까 그 방에는 왜 또 들어갔는디?

어엉..내가 익산에서 잠깐 딸집에 왔는디, 울 딸이 실은 혼자 산지가 얼추 10년째요.

근게 양기가 팍팍 들어갈 수 있도록 약좀 지어주세요 했다, 왜?

엉? ㅎㅎㅎㅎㅎㅎㅎ 잘했어,엄마. 실은 나도 그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생겨서 차마 못하것더라.

엄마가 콕 집어서 잘 말혔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치? 너는 엄마 잘 둔줄 알어..!!!

 

의사선생님도 내몸상태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 것이 별이상 없는 것이 분명하고

혼자 사는 것이 맥에 잡히는지는 모르것지만,

내가 생각키엔 그렇다.

몸안에 열정은 가득한데, 그것을 일로든, 취미로든, 남자로든 풀어야는데..

일에는 목표가 없고, 취미는 시골서 역동적으로 움직일수 있는 꺼리를 찾기엔 한계가 있고,

남자는 옛날부터 없고....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흔들리는 때에,

여전히 도가도는 겨울같이 열정을 꽁꽁 얼려두어야 하니 몸살이 난걸거다.. 살풀이를 한걸게다.

그렇게라도 흡씬 아프고 나니, 좀 개운한 느낌마저 있다.

 

그러나 역시 지금도 운전을 하고 갈때면 그때의 허한 맘이 상기된다.

양기야..나의 사랑하는 양기야...너는 대체 어디에 있는거니....???? 흑흑흑....

 

내는 언제나 이 메아리 없는 외침을 그만 둘 수 있을까?

 

거기 누구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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