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 계시는 할머니 한 분의 팔순이 오늘이라 특별히 충청도까지
원정 잔치를 갔다.
해마다 가지산이나 팔공산으로 봄 나들이겸 해서 생일을 보냈는데
올 해는 팔순이시라 친한 분들이 대통령 별장을 구경 시켜 준대서
아침 일찍 분 단장들 하시고 먼~길을 달려라 달려 이스타나야....
얼큰하고 무지 비싼
쏘가리 매운탕으로 대청호 주변에서 60 여명이 점심을 하고
간단한 축하예배도 드리고 대통령의 별장인 청담대로 또 달려라 달려...
점심을 먹고 난 후 부터 할머니들은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하고
하기야 연세가 94 세, 90 세 , 86 세 , 82 세..............
젊으셔야 70 세니 지칠만도 하실거다.
꽃구경 물구경은 수박 겉핥기로 하고 차로 이동하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
별장 입구에서 간단한 조사내지는 인원 파악만하고 우리는 우리 차로
안에 까지 가는 특혜를 입었다.
할머니들이 연로하신 까닭에.....
청담대 안에선 유모차로 휠체어로 짐 나르듯이 할머니들을 낑 낑 낑....
구경은 하고 싶고 걸음은 어둔하시니 천상 젊은이가 밀어드려야 한다.
어딜가나 할머니들은 걷지 말고 차로 휭~돌아나오는 곳을 선호하신다.
걸으면서 땅 냄새도 맡고 꽃향기도 솔향도 맡으면 좋으련만은
할머니들의 관절은 그만 쉬려고 한다.
정작 별장 내부를 돌아볼 때는 유모차도 휠체어도 반입금지였는데
할머니가 그럼 구경을 포기할란다고 하시니 젊은 안내원이 허락했다가
나중에 고참한테 혼나고 전시용 의자에 다리가 아파서 좀 앉아 쉬다가
또 고참언니야 안내원한테 쫒겨나는 수모를 당했다.
유모차 반입이 안되니 아가씨가 직접 부축해 드린다고 해도 막무가내
우리 할머니 기어이 떼 쓰다가 유모차 반입으로 온 복도에 바퀴자국 남기고
고참한테 야단 맞게하고.....
할머니들이랑 살다보면 간혹 황당한 사건도 생긴다.
우격다짐으로 할머니 강짜가 나오면 젊은사람들이 감당을 못한다.
아니.
상대를 할 수가 없다.
상식을 벗어나서 꼭 해야겠다면 져 주는 척이라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염도 심하게 타시고 한참을 삐져 계신다.
오늘 사건도 그래서 발생한 거다.
그 많은 방문자들이 다 자기 편한데로 노약자니까 다리 아프니까
반입이 금지된 유모차나 휠체어를 밀고 별장내부를 ,실내를 돌아다니게
한다면 카펫이랑 다른 시설들이 금방 망가지고 더러워지겠지.
물론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어떤 시설물이 제공되면 좋지만
처음부터 규칙을 만들어 놓을 땐 그만한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배려해
주면 되는데, 그래서 안내하던 아가씨가 친절하게도 웃는 얼굴로
팔을 부축해서 안내해 드리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거절부터 하시니.....
우리집 할머니지만 좀 과하다 싶었다.
여러 사람들이 있는데서 안내원 아가씨한테 막 고함지르고
떼 쓰고 안하겠노라고 그냥 돌아가면 되지 않느냐고 소리치고.....
중간에 다리가 아파서 전시용 대통령의 의자에 앉았다가 또 야단맞고.
나이가 들면 판단이 흐려지는 건 사실인데 노약자들을 위해서
간이 의자라도 있었으면 그런 사태는 없었을 것을
노약자한테 뭐라 한다고 죄없는 안내원만 또 야단맞고.
손님중, 그러니까 관람객 중에서 한 분이 나이 드신 분한테 의자에 앉았다고
뭐라 하는 안내원을 얼마나 호통을 치는지....
사람이 앉아라고 있는 의자에 앉으면 뭐 큰일 나냐고.....
연로하신 분이 잠깐 앉았기로 뭐 야단이냐고......
옆에서 같이 있던 남편이 말리고 달래서 일단락지었지만
좀 씁쓸했다.
안내원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말 할 수 있는 문제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다리쉼을 한다고 앉아버린다면?
대통령의 의자에 마구마구....)
할머니 입장에서는 큰 일이 아닌 것 같아 무리없이 앉았고.
느긋하게 보고 나올건데 그 야단이 나서 그만 총총히 나왔다.
나이드신 분한테 뭐라 한다고 그 안내원이 얼마나 혼이 나든지
민망해서 내가 다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럭저럭 할머니들 모시고 청담대의 이곳저곳을 구경하고
우리 나라가 작긴해도 대통령 한 번쯤은 해 볼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경치 끝내주고 물까지 맑은 아름다운 곳에 여름 별장을 내집처럼
사용하며 멋지고 화려한 침실이며 밝은 거실에서 손님들을 맞으며
시원하게 보내는 것도 멋있어 보였는데
잘 다듬어진 정원에 시원한 분수하며 아름다운 야생화로 꾸민 잔디밭
탁 트인 대청댐의 잔잔한 수면.
모든 것이 청담대를 위해 자리한 것 같은 자연들이 탐이 났고
무엇보다도 나무 숲의 향기론 내음이 좋았다.
대나무 휴식처의 대 숲과 대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
대 숲에 부는 바람소리.......
복잡하고 어려운 나랏일도 이곳에만 오면 싹~~없어질 것 같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안스럽다.
어렵게 어렵게 나라의 대표자가 되시긴 했는데
너무 어려움이 많은 국정으로 해서 날마다 고통일거라는.....
별장이 없어도 좋으니 덜 고통스런 지금의 내가 더 좋다는데 결론을 내렸다.
누가 시켜주긴 하고????ㅎㅎㅎㅎㅎㅎ
감당해야 하실 산적한 문제들을 어찌 다 푸실지.....
쇠고기 문제 ,대 운하 문제 ,실질적인 경제 성장율, 부동산 안정 ,남북 문제...
아휴휴휴휴휴..........
머리가 컴도저 라는 별명까지 가지신 대통령이시지만 두통을 달고 사시겠다.
매력있는 자리긴 해도 뒤에서 감당해야 할 고통도 그만 할거라는 생각이
드니 내 지금의 자리가 더 행복할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진한 도가니 탕으로 저녁을 하고
내리 세시간을 달려서 집에 도착.
지치고 힘은 들었지만 좋은 곳에서 또 다른 삶의 모습도 엿보고 왔다.
할머니들과의 외출이 녹녹한 것은 아니지만
영~엉뚱한 것도 아니다.
늘상 겪는 일이라 이젠 가볍게 넘어간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할머니들의 응석이랄까 무경우는 늘겠지만
치매끼도 아니고 나이드신 분들의 자연스런 현상이라 생각하면 편하다.
완전히 막무가내도 아니고 가끔 있는 일이라
더 심해지지만 않다면 그 연세들의 다른 할머니들과 비교할 때 많이 양호한 편이시다.
아마 기도를 많이 하시는 것과도 연관이 있으실 거다.
맑은 정신으로 계시다가 천국가시길 소원하신다.
오래 고통 받다가 정신이 흐려져서 주변을 몰라볼까봐 두려워하신다.
기초적인 생리현상을 해결 못하다가 돌아가시지 않기를 소원하시면서
날마다 시간마다 생각날 때마다 기도하시고 또 기도하신다.
할머니들의 일상이 단조롭더라도 기도가 있으니 감사하다.
감사하며 기도하시니 더 감사하다.
그 속에서 나의 생활은 또 더 감사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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