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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우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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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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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똑같네


BY 바늘 2008-04-22

배도 고프고 온종일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혹사당한 눈도 침침하고 어깨는 축 쳐지고~

 

퇴근길 저의 모습입니다

 

아파트 단지를 통과하여 역까지 순환하는 마을버스를 타고 내가 사는 3단지 상가 앞에서 

하차하면 슈퍼가 바로 눈앞에 있고 그 옆은 호프와 치킨을 파는 주점이 있으며

 바로 옆은 치과 병원, 병원 바로 옆은 삼겹살과 갈비를 비롯하여 메뉴도 다양한 식당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상가 슈퍼 냉동 진열장에는 사시사철 아이스크림이 50% 반액 세일을 하고 있는데

어쩌다 누가바, 부라보콘, 수박바도 집어들고 진열장에 우유와 음료수도 사는데

전과 달라진 점은 주류 진열장 앞에서 청하를 자주 꺼내 들다가 요즘은 거의 십 분의 일로

그 횟수가 줄었습니다.

 

파란만장 굽이 굽이 사연이 넘쳐 날 때는 쓰디쓴 소주보다 먹기 순한

청하에 의지를 하여 솔직히 나 홀로 훌쩍거리며 본의 아니게 즐겼으나 이제는 슬픔을 이겨내는

면역체가  확실하게 생겼는지 주류보다 차라리 음료 쪽 진열장을 더 애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슈퍼에 들러 봉지에 몇 가지 골라 들고 터덜터덜 내가 사는 동으로 향하면서

모퉁이 돌아 조금 비탈진 길을 잠시 걸어 올라갈 때 가끔 생각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한 친구

 

동해바다!

 

휴대 전화기를 꺼내  목록에서 ㄱ ㄴ ㄷ

 

주르르 내려서 동해바다~~

 

예전에 흘러간 노래 컬러링이 경쾌하게 흘러나옵니다.

 

잠시 후 친구는 

 

어머~ 바늘이구나~~

 

 

그래 나야~ 별일 없니?

 

응~ 나야 늘 그렇지 뭐~

 

나의 연락에 반가워하던 친구는 곧이어 조금은 힘없고 조금은 슬픈 목소리로 바뀝니다

 

글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며 꽃도 잘 가꾸는 천상여자 나의 오랜 친구 동해바다!

 

전혀 어울리지도 않게 친구는 자기 건물에 생활의 방편으로 호프집을 운영한다는데

적응하기가 힘이든지 장사도 안되어 곧 그만둘 생각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 그렇지만 동해바다 친구는 나보다 더 전과 달리 에세이방 출입이 뜸하여

그나마 그간은 글로써 서로 안부를 읽어 궁금함이 좀 덜하였는데 한참 전부터 글도 안 올리고

댓글마저도 보기 어려워진 상황이라 어찌 된 영문인지 물으니

 

친구의 대답은 이러하였습니다

 

제 마음과 너무도 닮은꼴~~

 

 

바늘아~  이제는 사실 같은 내용 쓰기도 지겹단다

 

술 먹는 남편이야기 병원에 반복하여 응급실 넘나드는 이야기인데 

어쩌다 그것도 지겨워 꽃 이야기 산에 다니는 이야기도 올렸지만

 

휴~~

 

이제는 스스로 자기 글에 대한 소재에 회의감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어머나~

 

어쩌면 내 마음과 그렇게 똑같으니~

 

나 역시  마찬 가지란다

 

늘 나의 한숨에 깊은 격려와 용기를 주시는 많은 에세이방님들의

성원에 힘입어 7년 너머 8년이 되도록 이곳에 흔적을 두고 있지만

점점 글쓰기 횟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반복되는 일상이 이제는 내 자신도

너무 지루해서...

 

요즘 에세이방에도  자주 보이던 몇몇 작가님들이 뜸해질 때 어쩌면 동해바다와 나처럼

닮음꼴 마음이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같은 색깔 같은 모양 같은 냄새의 지루함...

 

그 지루함으로 인하여...

 

개망초님도 새로미님도 그 외  에세이방에 어느 날 부터인가 발길 뜸한 작가님들도

동해바다와 저처럼 그러신가요?

 

묻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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