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하고 돌아왔다.
이젠 남의 집을 내 집으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 어린 딸을 뒤로 하고
섭섭함과 안스러움을 그 산중턱 예쁜 교회에 남겨둔 채로
딸을 꼬 옥 안아주는 것으로 긴 말을 아끼며 이별을 했다.
이젠 어린애 아니니까 잘하라고 해도 \"으 응\" 이 말만 흘리는 딸.
사랑만 믿고 모든 걸 포기하고 용기있게 선택한 딸.
당장 뭘 하며 하루하루를 지낼건지도 막연할 딸을 두고 내려오는데
나도 울지 않았고 딸도 울지 않았다.
옛날처럼 친정나들이도 어렵지 않고 전화도 컴퓨터도 다 좋아서
언제나 딸하고 통화 가능하고 화상대화가 가능하단 생각이 드니
울 일도 아니고 기분 좋게 내려왔다.
사모님이나 목사님께서 워낙에 다정다감하시고 딸처럼 챙겨주시니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집살릴 일은 없을 것 같아서 편하게
이별을 하고 돌아왔다.
어제 신혼여행에서 돌아 오고 절을 받는데 기분 묘~~하고
장모님 , 장인어른 하는데 그것도 나??하고 뒤 돌아보고.ㅎㅎㅎㅎㅎ
사위가 워낙에 사근사근하고 막내기질이 많아서 애교도 있고해서
어렵지는 않고 딸의 친구같은 느낌?
이바지 음식을 내가 해도 무지 많이 했나? 싶게 다양하고 많이 했다.
당장 사돈어른의 저녁상도 봐 드려야 하고
물론 사모님께서 다 하실거고 딸은 들러리.
여러 날 하는 것도 아니고 한끼를 차리는데 못해도 어른께 여쭈어서 해라고
갖가지 반찬과 곰거리 사골에 참조기와 갈치, 창란 명란젓, 떡만 네 상자
과일이 두 상자에 김치만 세 중류.
더덕 짱아찌와 몇 가지 밑반찬을 챙기면서 딸 집은 참 일이 많다는 생각을
했다. 큰일 작은 일 참으로 챙길 것도 많고 돈도 야금 야금 많이도 든다.
잠시 뭘 좀 했다~하면 몇십 만원이나 몇 백 만원 아니면 천만원 단위.
알뜰히 살뜰히 발품 팔아도 이 모양인데 백화점에서만 다 준비를 한다면
그 규모가 어떨지.....
이젠 공식적인 행사는 다 끝냈다.
남은 집들이나 입주예배는 사모님 모시고 하라고 하고 엄마는 여기에서
마친다고 선언을 했다.
행사가 또 잡히기 시작했고 6월 세미나 준비로 바쁜데 딸의 결혼 후 까지는
내 일에 너무 무리다.
옆에 계시는 시누이의 도움도 받으라고 일러주고 이별을 했다.
걱정은 많이 되지만 사위가 워낙에 싹싹하고 애교가 많아서 잘 할거라
믿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살아가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탐색전을 몇달은 하겠지.
연애와 결혼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될거고
울 일도 생길거며 더 크게 웃을 일도 있겠지.
엄마 아빠의 날개 밑이 얼마나 큰 보호구역이었나도 곧 알리라.
비바람 , 폭풍우 , 눈보라와 폭염,다 막아주는 철옹성이 부모님 이었단걸
곧 알게 되리라.
엄마가 했던 많은 주의사항 내지는 훈게들이 피부로 느껴지는 날에
딸은 어른이 되는 걸거야.
오늘
참 좋으신 목사님 내외분과 점심을 같이 하고
\"우리사이 좋은 사이
자식을 나눈 사이\"
사모님과 얘길 나누면서 같이 한 말을 다시 새기며
양가 부모님들의 기도가 새 가정에 얼마나 절실한지 다시 한번 실감하면서
딸을 두고 온 낮의 그 산 중턱 교회가 자꾸 생각난다.
신혼살림을 차려 둔 아파트에 가기 전에
시어른들의 저녁 상을 한 번 차려 드리고 갈 딸이 귀엽다 못해 이쁘다.
뭘 알겠는지......
어떤 반찬을 어떤 그릇에 담을지는 아는지......
차갑게 내 놓을 반찬과 뜨겁게 해서 내는 반찬은 제대로 아는지.........
생선은 제 때 뒤집어 구울지..........
뜨거우면 생선더러 돌아 누우라고 호통치지는 않을지............
이별은 이별인데 좌불안석 이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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