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날마다 집에오면 11시가 되어요
예전엔 힘들면 엄마 생각하며 힘을 냈는데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가신지 벌써 5년이 되어가니
자꾸만 하늘이 멀어져가는것 같아 엄마도 하늘나라에 계시니
자꾸만 멀어져 가는것 같아요
어젠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엄마가 보고싶은거에요
눈 감고.. 엄마랑 함께 했던 지난날들을 생각해 보았지요
우리 엄마 얼굴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하나둘씩 머리속에 저장되어 있는 필름들을 꺼내 보았지요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때.. 엄마가 한약을 다리던 모습
아버지는 아픈 환자들을 위해 나무로 된 약장 서랍에서 한약을 짓던 모습
엄마는 사랑방 옆에서 약을 달이시던 모습이 생각났어요
추운 겨울날이면 겨울산에 가서 나무를 한동 머리에 이고 내려오시던 모습
그 힘겨운 어머니의 머리에 나무둥치가 눈에 아른거려서 눈물이 났어요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마도 지금 내 나이셨을텐데..
가슴으로 울며 그 힘든것을 다 참아내신 우리엄마가 얼마나 장하신지.......
학교에 다녀와 엄마 ! 하고 부르면 아무도 없는 텅빈 집
얼른 책가방 내려놓고 건너 밭을 바라보면 머리에 하얀 수건 쓰시고
뙤약볕에서 풀을 뽑고 계시던 엄마........우물가에서 물 한두레박 퍼서
양은 주전자에 넣고 논길을 달려 엄마한테 가면
이쁜 우리 딸 왔냐고 등두드려 주시던 울 엄마..
엄마랑 손잡고 집으로 오는 길. 개울가에 오다 엄마가 내 얼굴 시냇물로
씻어 주시곤 했는데... 이쁘고 고운 엄마 얼굴이 생각나 눈물이 나요
봄이면 산나물 해다가 고추장에 무쳐서 얌전하게도 상을 차려 주시던 엄마
텃밭에 마늘쫑 쭈욱 뽑아 고추장에 찍어먹게 하시던 엄마
울밑에 돼지감자 캐서.. 달달한 그 맛에 신기해 한입씩 깨물어 먹던 일
여름이면 옹솥에 호박 넣고 금방 캔 감자를 넣고 수제비를 뚝뚝 떼어서
맛나게 끓여 주시던 엄마 모습이 떠올라 또 눈물이 나요
엄마가 장사를 나가시면 하루종일 캄캄한 밤이 되어도 못오시는 엄마
동생과 둘이. 엄마를 기다리며 화롯가에서 불을 쬐던 우리들
어둑한 밤 남에 집엔 저녁짓는 연기가 가득한데..
우리들은 엄마를 기다리며 캄캄한데 어떻게 오실까 걱정하기도 했었지요
엄마는 머리에 장사를 해서 받은 곡식들을 내려 놓으며
보따리 속에서 무언가 꺼내주셨는데 . 찐 고구마였던것 같아요
당신 드시라고 누군가 주셨는데 자식들 생각이 안 드시고 그걸
가져오신거. 다 알아요...
난 그런 엄마를 닮아 1학년때 봄소풍을 갔는데 아마 1원을 가지고 간것 같아요
세모로 된 오렌지도 사먹고 싶었고 문어발도 사먹고 싶었고
아이스케끼도 사먹고 싶었지만 꾸욱 참았지요
우리 엄마 사탕 사다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일곱살이던 난.. 사탕 두개 사서 빤스고무줄 속에 돌돌 말아 집에 가지고 왔지요.. 엄마 ! 사탕 하고 장사 나가셨다 오신 당신께 드리니 엄마는 사탕을
껍질째 깨물어 제일 큰거는 오빠 .. 그다음은 동생. 그리고 나.
엄마는 부스러기나 입에 털어 넣으셨지요
엄마 ! 그 모습도 생각나요..
엄마가 입안에 사탕을 털어 넣으시며 이그. 우리 착한 딸 효녀 딸 효숙이...
하시던 그 음성이 들리는것 같아 또 눈물이 나요..
저멀리 신작로에 거지가 나타나면 아이들은 모두 대문을 잠그느라 야단이었지요.. 그런데 엄마는 나무쟁반에다 수저와 저분을 나란이 놓고
짠지반찬 하나에 밥을 차려 거지에게 얌전히 대접하셨지요
어릴적 내가 본 엄마에 모습은 누구에게나 사랑해 주시는 그 모습이었지요
그 모습은 평생 제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가장 값진 교훈으로 남아 있어요..
엄마 또 이 생각나는거 있지요
추운 겨울날이었는데 엄마가 인천에 성냥을 하러 가신거에요
깜깜한 밤중이 되어도 안오시는거에요
뒷동산 소나무 위에서는 소쩍새가 울어대지요
닭장에 닭은 살쾡이가 쳐들어왔는지. 후다닥 이리뛰고 저리 뛰는데
나가지도 못하고 무척 무서웠거든요
저멀리 수수깡 너머로 보이는 신작로에 차소리가 멈추다 가면 엄마가 오실텐데.. 창호지 문틈으로 빼꼼히 바라보다 기다리다 잠이 들었는데..
한참을 자다보니.. 잠결에 한되 두되 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에요
등잔불 밑에서 엄마는 성냥을 펼쳐 놓고.. 되를 세셨지요
아마도 말성냥을 사다가 됫성냥을 파셨나봐요..
그 소리에.. 엄마가 오셨구나 하고 눈을 떴다 그냥 잠을 잤는데
조금 지나니 부스럭 소리가 나서 이불밑에서 가만히 새눈을 뜨고 보니
와아..
왕사탕이다. 엄마는 왕사탕을 세시고 계셨는데..
침이 꿀꺽 넘어가 얼른 일어나고 싶었지만 팔아야하니까 꾹 참고
다 셀때가지 기다렸지요..
유리병 속에 사탕을 다 세어 넣고 뚜껑을 닫는 순간..
이불속에서 엄마 오셨어요? 하고 부시시 일어났지요.
왜나하면 푸대종이 위에 남아 있는 왕사탕 부스러기를 먹기위해서 말이에요
히히
엄마 그땐 정말 사탕이 무척 먹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어린나이였지만 엄마가 사탕을 팔아야하는것도 알았고
우린 부스러기를 먹어야한다는 것도 알았거든요. 하하
등잔불밑에서.. 사탕을 세시던 엄마가 보고싶어요
가물거리는 등잔불.. 아 ! 이밤 그 등잔불이 그리워져요
엄마 ! 제가 서울에서 학교 다니다 시골에 갔는데 그땐 엄마가 혼자 계셨어요
지금 생각하니 그때 자주 가서 엄마 마음을 기쁘게 해드렸어야하는데..
아쉬운 맘이 들기도 하고.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거려요
자취하는 딸이 왔다가면 울타리콩이며 햅쌀을 싸주시곤 했는데..
난 엄마가 주신 콩으로 밥을 해서 담임 선생님께 도시락을 싸다 드리곤 했었지요.. 선생님께서 유난이 힘든 저를 배려해주셨거든요
아주 작은 사랑이라도 갚고 싶어서 자취하는 학생이 도시락을 싸다 드렸으니 말이에요.. 이제 고백해요. 엄마
엄마가 딸 밥해먹으라고 울타리 콩을 주셨는데.. ....
근데 엄마 그 선생님이 현주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얼마나 고마우신분이에요..
엄마 엄마. 우리 엄마. 오늘따라 엄마가 무척 보고싶어 눈물이 나요
아하 ! 알고보니 엄마가 우리 곁을 떠나가신지 5년이 되는 날인데
일하다 잊었어요.. 하루종일 일 속에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 잊었어요
오빠는 몇시간을 말없이 기다렸나봐요.
제가 곧 오려니 바쁘지만 잊지않고 오려니 하고말이에요.
근데 엄마 잊어서 못갔어요
엄마는 내 가슴에 꼬옥 모시고 계신데..
엄마가 보고싶으면 엄마 옷 안아보고.. 얼굴에 묻고 한번 냄새 맡고..
엄마가 입던 원피스 두벌 제가 육십되면 입을께요
엄마가 드시던 가방. 봄나들이 가면 들을께요
엄마가 두르시던 머플러는 가끔씩 목에 두르고 엄마 생각해요
엄마가 끼시던 실장갑은 새벽기도 갈때 끼고 가지요..
엄마는 제 가슴에 늘 동행하고 계시거든요..
울엄마 슬프지 않게 울엄마 눈물흘리시지 않게..
맨날 웃고 살께요.. 엄마. 사랑해요. 보고싶어요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이쁘고 존경스럽고 . 아. 우리엄마
아무리 힘들어도 큰소리 내지 않으시던 우리엄마
속으로 삭히며 우리들에겐 늘 온화한 미소로 키워주시던 우리엄마
엄마 그때 좀 큰소리로 야단도 치시고. 큰소리로 소리도 한번 지르시며
키워주시지 그랬어요.
그랬더라면 더 강하게 살아갈텐데.. 말이에요
너무 맘이 여려서 엄마를 닮아 눈물도 많고.. . 엄마 엄마.. 밤새도록 엄마랑 이야기하고 싶은데.. 눈이 아프고 피곤해서 잘래요.
그래야 내일 또 열심히 일을 하지요.. 씩씩하게 웃으며.. 살거에요.
엄마도 지금쯤이면 주무실텐데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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