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57

숭례문에 가보니...


BY 명자나무 2008-02-20

남대문에 불 났어요.\"

모처럼 주방장  흉내라도 내 볼까 하는 마음에

 도마와 칼에 리듬을 실어서 다다다닥 두두리는데

게심치레 후줄군한 모습으로 나온 딸 아이가 테레비를 보면서

힘도 없이 심드렁 하게 한 말입니다.

 

 

대목 뒤 끝이라 시장에 물건이 많이 있을텐데 불이 났으니 큰일이네.

다친 사람은 없다니?

당연히 남대문 시장에 불이 난줄 알았습니다.

 

그게 아니라 남대문에 불이 났다구~

그러게 남대문...

 

동동 동대문을 열어라

남남 남대문을 열어라~

어려서는 이런 노래를 부르고 놀았습니다.

열으라고 한걸 보니 분명 문 인줄은 안것 같습니다.

 

작년 초 여름에 숭례문 앞을 지나친 적이 있습니다.

국보 1호 숭례문을   시민들에게 공개한 때  여서인지

문 안팎으로 많은 사람들이 북적 거렸습니다.

\"이미지를

 

슬쩍궁 그 틈새에 끼여서 스윽 훓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처참한 꼴로 사그라질줄 알았다면

자세히 봐두는 것이라고 아쉬워 하는 중입니다.

 

불이 난 것도 내 시대에 일어난 일이니 한 번 가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속이 보이지 않게 불 투명하게 가리개를 해 놨는데

시민들이 항의해서 한 쪽만 투명한 비닐로 조금 보이게 해 놨습니다.

같이 간 언니는 작별할 시간을 주어야지

난짝 그렇게 가려 버리면 아쉬운 심정을 몰라준 처사라고 했습니다.

 

 

\"이미지를

너무도 앙상히 타버린 현장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이미지를

 

일요일이라 많은 애도객이 왔을 거라는 상상과는 달리 소소한  사람들이 와서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발걸음속에 일어나는 먼지 속에서 초라한 젯상을 차려놓고 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흑백 사진으로 보는 숭례문은 더욱 오래된듯 고고해보입니다.

 

보기에도 부끄러운 조잡한 만장기 같은것 몇개를 펄럭이는 곳에서는

\"이제 가면 언제오나~\" 청승맞은 곡조가 흘러나옵니다.

 

\"이미지를

 

 

그래도 명색이 국보 1호요 서울을 상징하는 숭례문의 애 닳픈 사건이건만,

사과 박스 ,귤 박스, 배 박스 ...

종류대로 과일 박스를 받침삼아 써야하는 처량하기 짝이 없는 방명록은 초라한 만장기와 함께

눈에 띨까 부끄러워 얼른 고개를 돌리게 합니다.

\"이미지를


홀로 첼로를 울리는 예술인은 나홀로 슬픔에 빠져 깊은 애도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가만히 들어보니 알수는 없으나 음울한 장송곡이 틀림없을거 같습니다.

 

\"이미지를

 


초등학교 1학년 아기의 아기자기한 답사기 안에서는 숭례문은 아직도 빛나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새롭게 지어질 숭례문이 너무 새뜩 거리지 않게

받침이 되어줄 석재가 그대로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 숨이 다 나올지경입니다.

역사의 이끼와 흠집과 세월의 때가 적당히 새 기운을 눌러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 합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