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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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텟세


BY 자운영 2008-02-17

 그녀는 게슴츠레 졸린 눈으로 장화를 신고 있었다.

   오늘도 시유지 야산에 텃밭을 일구러 나갈 모양이다. 아직도 점심장사 시간이 남아 있어 혹시나 손님이 올까 기다리는  내 맘은 아랑곳 않고 자기 할 일도 접어 놓은 채였다.

 

  야채를 심으면 손님들에게 주려나 싶어 싫은 마음을 달래고 나도 함께 삽질을 도왔다. 밭이 모양새를 갖추고 상추와 쑥갓 씨를 뿌리더니 야채는 자기네 집으로 가져 가버렸다. 

 

  그녀는 어느 날 부터 강아지도 두 마리를 키우기 시작 했다. 강아지들이 점차 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주방까지 들락거리는데 그녀는 내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보기만 하면 묶어 놓으라고 주의를 주곤 했는데 어느새 개들은 주방에 들어와 있었다. 거기다 주방장은 맨손으로 먹을 것을 입에다 넣어 주기 까지 했다. 위생상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한마디 했다.

 

“언니 여기는 음식점이에요 청결하게 해야 되는 주방에 왜 강아지는 들락거리게 하는 거예요? 이제 집으로 데려 가세요” 했더니

 

“나는 개들이 없으면 심심해서 일을 할 수가 없어\" 한다

“아니 여기 놀러 오세요? 월급 받고 일하러 오는 거 아니에요?”

 서운한 마음에 안 해도 될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정 그러시면 개들 데리고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세요.”

 

그녀는 장사가 매달 적자인줄 훤히 알면서 나 몰라라 하였다. 건물을 인수할 때 전 주인과 2년여를 함께 있던 주방장을 같이 일하자 했는데 도움을 주기는커녕 주인이 누구인지 안중에 없었다. 

 인터넷 까지 맛이 없다는 소문이 나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가게 문을 닫아야 할지경인데 그녀는 갈수록 텃세를 부리고 있었다.

 

 이듬해 뒷동산이 파릇파릇 꿈틀 거리는데 그 만둔 주방장이 가게와 가까운 밭 까지 일구고 있었다. 세상을 살면서 무엇이든 내가 조금 양보하면 되는 것 인줄 알았다.

 

  이른 아침부터 뒤뜰이 소란스러워 창밖을 내다 보니 까치두마리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며 까작 거리고, 그 아래 고양이가 쳐다보며 야옹 야옹 앙칼진 소리를 내고 있다. 싸우는 것이 심상치 않아 지켜보고 있으려니 까치들은  유채꽃 밭에 앉으려 하고 고양이는 못 오게 했다.

 

 까치들은 유채밭에 벌레를 잡아 먹고 싶은데 고양이는 주인이 가꾸는 밭이라고 지키는듯 보였다. 두 짐승의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주방장과 뙤기 밭을 가지고 다투던 무렵이 떠오른다.

 

그녀가 그만두고  두 번째의 봄이 찾아와 웃고 있다.  

그 밭에 쑥갓, 상추, 풋고추를 심고 직접 담근 된장과 함께 단골 손님상에 내어 놓으면 고향집에 온 것 같다며 맛있게 먹는다.

 

언제라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지만 이제는 텃새가 날아와 텃세 싸움을 하는 광경을 한가롭게 바라보는 여유로움과 함께 봄에는 유채 꽃이 가을에는 황하 코스모스가 만발해 손님들에게 한들한들 어서 오세요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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