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까지만 해도 비자금이란 단어는 부부의 믿음을 깨는 단어라 생각했던 나다.
그런 내가 갑자기 주변의 도움 요청에 중고생 두명을 과외를 하게 되었고, 평일에 잠간 하는 것이라 남편 모르는 용도로 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비자금이란 것을 만들어서인지 통장안에 들어 있는 금액이 적고 많고던 간에 그저 좋았다. 무거운 것을 들면서도 베시시 웃음을 새나가게 하고 평소에 하지도 않던 화장품이며, 속옷이며 남편에게 선물했다. 찔리는 것이 있으면 아무래도 표가 난다고 내가 그랬다.
학원 강사인 내가 학원 pc로 일을 보고 있는데 채팅 창이 떴다.
남편이었다.
식사 했는지...일이 많은 지 이런저런 얘길 하던 끝에..
= 나 다 봤어....
이런 글이 뜨는 것이다. 그저 고 한줄 간단한 글일데도 뜨끔했다.
-뭘 봐?
=네 통장...많던데?
머리속은 까맸다. 어디서 났냐...왜 숨겼냐...남편이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지 하는 생각이 가득 들면서도 아니라고 발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뻥치지마...내 통장에 돈은 무슨..넘겨집지 마.
=넘겨짚는거 같아? 정말 봤는데?
숨구멍이 바늘구멍만큼 오그라든것 처럼 깜깜했다.
=내일 회사에서 체육대회한데. 운동화하고 운동복 사줘.
-없어. 그런 돈이 어디있어?
=내가 다 봤는데 왜 그래. 액수까지 말해야돼?
남편이 전자쪽 일을 하니까 부인 동의가 없어도 통장 잔액 조회같은 것은 별 무리 없이 다 알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계속 발뺌을 한 나로서 도무지 뭐라고 사과를 해야 할지도 두려웠다.
-운동화하고 운동복만 사주면 돼?
=응. 그럼 다 용서해줄게.
그렇게 내 비자금은 남편의 운동화와 운동복을 구입하고서 1~2만원만 남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날이 지났다.
결혼을 한지 한달도 안 된 신혼 부부한 쌍과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언니, 언니는 비자금 없어요?\"
내게 묻는 것이다.
\"나 있었는데 다 들통 나더라구요. 남편이 주민번호만 알면 통장이 몇개가 있고, 돈이 얼마 있는지도 다 알아낼 수 있던데요? 한번 만들었다가 큰코 한번 다쳤었어요.\"
내가 얘기를 하고 있는데 옆에서 물을 마시던 남편이 물을 코와 입에서 마구 뿜어대며 웃어댔다.
\"그냥 한번 찔렀는데 카카카...알아서 자수 하더라구 카카카...\"
이런 순진하면 비자금도 만들기 힘들다. 악날해 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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