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 남편 찜.
재료 : 싱싱하게 파닥거리는 남편 한 마리.
(재료가 풍부한 분은 두 마리도 무방)
마늘, 생강, 파, 간장, 설탕 한숟가락.
우선 싱싱하고 억세서 파닥 거리는 남편을 냄비에 넣고 조용 할 때까지
기다린다. 급하다고 땅바닥에 패대기 치거나, 평소대로 목덜미를 꽉 잡고
칼등으로 뒷통수를 냅다 때리는 무식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밑의 해설에 나와있음).
순해진 생선을 머리와 꼬리를 받쳐 살며시 들어 도마에 놓고, 조그맣고
긴 칼로 배 부터 살살 긁어 온몸의 비늘을 다 벗긴다. 이때 남편이 꿈틀
거린다고 칼등으로 사정없이 치거나 그냥 쌍둥 잘라버리면 큰일 남...
(만약 반토막으로 자른 경우, 그 요리사는 블랙위도우가 됨)..
주)블랙위도우: 잘 해준 남편을 잡아먹어 버리는 나쁜 여자거미.
살살 간지르듯이 배에 칼집을 내고 갖은 양념을 뿌린다. 이때까지 생선이
자기를 요리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신중을 기해야 함.
연한불에 올려놓고 생선이 뜨겁다 느끼지 못할 정도로 온도를 서서히
올려간다. 그때까지 남편이, 아니 생선이 눈치채지 못하게 신중을
기해야하고 다 익었다 싶으면 접시에 조심조심 올려서 상에 올린다.
일단 상에 올라가면 요리가 끝난 것 이므로 맛있게 먹어치운다.
- 해설 -
어제 상가 과일가게에서 노랗게 웃고있는 귤이, 오늘따라
아침 밥을 지을 때 눈에 아른 거린다.
먹고시퍼라...
아침밥을 부랴부랴 먹고 남편은 넥타이를 맨다.
여보 오늘 집에 올 때 귤 좀 사오세요..
아니 귤은 왜?
이 양반이, 귤을 먹으려고 사지 뭐하러사..?..
꼭 좀 사와요... 꼭요 꼭..!..
현관문을 닿고 계단을 내려서는 남편은
우선 콧방귀부터 \"핑!\" 하고 낀다.
먹고싶은 사람의 기본자세가 틀려먹었어..
...
저녁 퇴근길, 상가의 귤이 퇴근하는 남편의 눈에 들어온다.
그냥 지나친다..
띵동..!..
문이 열리자 마자 남편은 \"어이, 피곤해...!..\" 오늘 무지하게
바쁘더만... 하며 연막을 피운다..
귤은...?..
아이 몰라 몰라..!.. 잊어 먹었어...
그 이후의 대화 진행은 안봐도 뻔한 것이고..
그러나.. 위의 요리강좌를 들었다면....
주방에서 화장실로 가며 남편 앞에서 그냥 지나가는 말투로...
\"오늘은 이상하게 귤이 먹고싶네...\"
넥타이를 매던 남편이 그 소리를 듣고,
응..?.. 뭐라 그랬어..?..
아냐 아무것도 그냥 해 본 소리야...
이러렇게 암시적으로 던져진 귤 사오라는 명령은 남편의 뇌속에
깊이 가서 박힌다.
그래서 그날 저녁 남편은 귤 봉지를 들고 집에 들어온다...
(남편은 시키는 것은 안하려고 하는 본능이 있음... )
요리강좌 끝... 수강료 무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