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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가꾸지 않는 이유


BY 낸시 2008-02-09

남편 친구랑 같이 부페 식당에 갔다.

남편 친구분이 뜬금없는 질문을 했다.

\"**엄마,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화내지 말고  대답해 줄래요? \"

\"뭔데요. 말씀해 보세요.\"

\"꽃밭도 이쁘게 가꾸고 가게도 이쁘게 가꾸고 그러는 사람이 왜 정작 스스로는 가꾸지 않는 것이지요? 자기를 가꾸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 생각하는데 말이지요.\"

웃었다.

\"나도 나름대로 가꾸는데 그렇게 보이지 않나보지요? 솔직하게 대답하면 잘난체 한다고 욕을 먹을테지만 그래도 물어보셨으니 솔직하게 말할까요? 전 남의 눈에 띄는게 싫어요.\"

 

미국에 이민 오면서 색조화장품은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남편을 따라가는 모임에나 마지못해 하던 화장을 이제 더 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였다.

기초화장품도 모두 생략하고 로션 하나 겨울에는 크림 하나로 해결하고 살았다.

샴푸도 린스도 생략하고 비누로 해결하고 건조한 머리결은 베이비오일로 마무리 하였다.

꾸미지 않는 얼굴에 맞추어 옷은 티셔츠에 바지로 통일하였고 신발은 운동화를 주로 신었다.

정말 간단하고 쉽게 살았다.

 

남편 친구가 묻는 말에 농담 반, 진담 반, 대답을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나는 나를 가꾸지 않는가,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아서인가...

 

처음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부모를 떠나 처음으로 세상을 만나는 경험이 학교가 아닐까 싶다.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하였을 때 나는 키가 무척 작은 아이였던 것 같다. 키 순으로 줄을 설 때 항상 앞에서 두 세 번째가 내 자리였으니까.

그 학교에 내가 무척 꺼리는 사람이 있었다.

우리언니 담임을 했던 선생님이 나만 보면 쫓아와서 번쩍 안아 공중에 던졌다 받았다를 반복하는데 그게 싫었다.

자기는 날  예쁘다고 그러지만 내 입장에선 부모를 떠나 가뜩이나 서먹한데 결코 그리 달가운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선생님을 피하기 위해 요리조리 숨어다녔다.

그 후로도 난 그다지 선생님들의 사랑을 고마워한 것 같지 않다.

선생님이 이뻐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서 따돌림 당하는 아픔을 많이 겪어야했으니까...

조금 자라서는 날 쫓아다니는 남자애들 눈을 피하고 싶었다.

자기들은 호감의 표시인지 모르지만 내겐 스토킹이었으니까...

그 다음은 상처 때문이었다.

내게도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여자로서의 본능이 왜 없었을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남편에게 이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왜 없었을까...

아이들이 어릴 때 지하철에서 산 싸구려 장신구 때문에 시작된 입씨름이 결국 남편의 물리적인 폭력으로 끝났을 때 내 안에 있던 아름답고 싶은 조그만 욕망이 그만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그 후론 애써 장신구에서 눈을 돌리고 살았던 것 같다.

남편을 따라가는  모임에도 이쁘게 보이기 보다 화장을 했다는 말을 듣기 위해 성의없는 색칠을 얼굴에 조금 하는 것으로 끝냈다.

지금은 자유함을 경험한 때문이다.

화장을 포기하고  장신구를 포기하고 얻은 자유함이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지 모른다.

화장을 안해도 날  가꾸는 일에 시간을 소모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날 좋아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우리 식당에 대한 손님들의 반응을 나는 인터넷을 통해 본다.

음식보다 내 인기가 더 좋다.

5점 만점에 5.5를 주겠다는 사람이 내가 키만 조금 더 컸으면 6점을 주었을거란다.ㅎㅎㅎ

마지막으로 하나 더 하면 난 날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서 보내는 시간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꽃밭에서 보내는 것이 더 좋다.

남에게 잘 보이기보다 내가 즐거워할 수 있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이 나를 더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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