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박씨가 담배피우러 베란다 나가더니 \"까치까치 설날은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라네요\"
뭔 말을 해도 한 귀로 듣고 흘려 버리니, 설명이 붙습니다.
바깥에 눈이 펑펑 오는데 까치가 울었다네요.
해도 바뀌었는데 인심 써서 웃어 주었어요.
이틀이나 집순이를 했으니 가게로 나가는 발 걸음이 나름 상쾌합니다.
그나저나 현관을 나오자마자 어찌나 미끄러운지
나이에 맞게시리 엉금 엉금 걸어가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동안
할일 없는 박 기사 부릉 부릉 대기한 차를 타고 완전히 살 얼음판이 된
얼음길로 설설 기어서 무사히 출근을 했습니다.
금방 되 돌아갈 심산으로 시동도 끄지 않고 가게 앞에다 세워 놓았습니다.
주인 아저씨가 눈 쓸던 빗자루를 넘겨 받아 시원스레 솩솩 쓸은 후에
집에 가야겠다며 막 돌아서는 순간에
오오~
까맣고 덩치 커다란 녀석이 우리 하얗고 얌전한 이쁜이를 쾅! 들이받은 거예요.
콩,도 쿵,도 아닌 그야말로 내 귀에는 베토벤의 운명처럼 콰과과광~~~~~
이리 들리는 겁니다.
머리 감자마자 출근을 해서인지 귀신도 놀라버릴 만큼 산발한 머리를
정리하느라 드라이을 하다가 너무 놀래서인지
드라이빗까지 들고 냅다 뛰어 나갔습니다.
유턴하는 자리도 아닌데 이 미끄러운 날에
왜? 왜?
하필이면 내 차 앞에서 불법유턴을 하다가 들이 받는단 말입니까?
우리 집 이쁜이를 살펴보니 운전석 문이 쑥 들어갔고
길이로 대어진 것도 떨어졌습니다.
원판 불변의 법칙이 성형에만 있는것이 아닌것은.
아무리 고친다해도 한번 들이받힌차는 어느 구석에선지 바람새기 마련인데..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뽀사시 이뻤거늘...
흥분의 정점에 올랐을것 같은 박씨는 의외로 차분하게
전화번호하고 차 넘버만 적으라고 합니다.
크고 똑똑하게 적을려고 매직을 들고 나갔더니
펑펑 쏟아지는 눈발에 자꾸 번져서 하는 수 없이 볼펜으로 다시 받았습니다.

적고보니 너무 간단해서 왠지 밑지는 기분이 듭니다.
다시 그 무식하게 커다란 차에 가서 똑똑 창문을 두두렸습니다.
면허 번호라도 써 달라고 했더니 ,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꿋꿋이 받아 왔습니다.
옛날에...
모처럼 아이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서해 바다를 가는 중이었습니다.
서산을 지나 태안 근교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중에
뒷 차가 와서 쿵 박았습니다.
내려보니 크게 상처도 없었고 다행히 아이들도 아픈곳이 없다고 했습니다.
박씨는 상대방 운전자가 술을 먹었다고도 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접촉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놈이 이길 때 였지만
나름 교양있게 전화번호와 차 넘버를 적어놓고 인사도 정답게 헤어지는 꼴을 보더니
박 씨 왈~\"아주 미국식으로 멋있게 해결하누만...\"
그러나!
차를 고치려고 전화를 하니 절대로 안 받았습니다.
다른 전화로 하니 할머니가 받아서 아들이 가출한지 오래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젠장~
나의 미국식 젠틀한 방법은 이리 허무하게 깨어지고 말았지요.
이런 과거가 있길래 ,
오늘은 단디 갈무리를 하고자 면허번호에 주민등록 번호, 사는 집 주소 까지 받고 싶었지만.
면허번호 써 달라는 말에 써 주기는 하지만 무슨 필요가 있느냐?
이런 묘한 분위기를 풍기길래 더 한 요구는 못 하고 말았습니다.
그나저나 금방 박 씨 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비소에 갔는데 이 사람이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합니다.
이거 슬슬 불안감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면허번호까지 받아 놨으니 설마 뭔일이야 없겠지요?
으이그~ 의심쟁이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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