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전 날.
낮 시간에도 남편이 안 보이고 밤 인데도 남편이 안 보였다.
저녁을 다 해 놓고 밥을 먹을 시간에도 식당에 안 보이길레 전화로
식사시간을 알리는데
\"응. 나 지금 마산에 사람 좀 만나고 들어갈건데 좀 늦을거요.
나중에 들어가서 얘기 할께 먼저 식사해요.\"
설 연휴 전날에 뭔 상담일야?
혼자 생각만 하고 할머니들께는 일이 있어 늦는다고만 하고 낮에 한
전이랑 튀김 갈비찜 등으로 푸짐한 저녁을 먹고 수요예배도 마쳤는데
남편은 오질 않았다.
할 수 없이 시댁에는 못 간다고 미안하다고 죄송한 전화를 드리고 있는데
밤 늦게서야 현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많이 늦었네?......\"
뭔가가 좀 이상하다?
남편의 팔에 웃 옷이 걸쳐진 폼이 어째?.....
평소에는 손에 들든가 어깨에 아무렇게나 두른 자세인데 팔뚝에 옷을?....
할 얘기가 있는 눈치다.
보통은 곧 바로 서재로 향하든가 거실에서 최고로 편한 자세로 쇼파에 앉아
텔레비젼을 보는데 안방 근처에서 얼굴에 주저주저하는 빛이 있다.
\"왜요?\"
\"놀라지마. 나 좀 다쳤는데 수술해야 해. 내일. 응급치료만 하고 왔어.\"
\"어디? 왜? 언제? 아까 손님 만난다고 했잖아? 그런데 어디서? 뭐 하다가?\"
한꺼번에 궁금증을 다 뱉아 내니 남편이 옷을 벗기며 손을 내미는데....
응급으로 임시 깁스를 하고 있는데 오른쪽 손이 붕대에 칭칭 감겨있다.
그러면서 엑스레이를 보여 주는데 세상에나.....
오른쪽 가운데 가장 긴 손가락에 복합골절이 생겼다!!!!
세 마디 중 가운데 손가락이 여러 조각으로 뚝 부러져서 아예 옆으로 껵여져
있질 않는가?
아예 손가락의 뼈가 부러지면서 옆 동네로 이주했다.
순간적으로 아찔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무슨 일 하다 그랬어요? 아까는 손님 만난다고 하고선?\"
\"당신 걱정할까봐 관장님한테는 병원간다고 얘기 들였는데 전구 간다고
사다리 옮기다가 사다리가 넘어지면서 손가락이 끼인 체로 몸이 끼우뚱
하는 과정에서 손가락이 힘이 받으니까 부러지고, 인대도 신경도 많이 손상
되었다네. 피부는 다 벗겨져 나가고....미안해요. 자꾸 아픈 모습 보여주게
돼서 . 정말 미안해.\"
정말 어쩔 뻔 했어?
난 얼굴이 안 다친게 감사했고
다리가 안 부러진게 또 감사했고
뇌진탕이나 팔이 뚝 부러지지 않은게 정말 감사했다.
그래서 다친사람이 아파서 그렇지 내개 뭘 미안하냐고 남편에게 입을 맞추어
주고 아픈 손에도 입을 맞췄다.
정말 결혼식을 한달여 남겨두고 친정아버지가 심하게 다치면 딸을 어떻게
결혼식장에서 사위에게 넘겨 줄건가?
또 그런 일은 둘째치고 처음부터 즐겁지 못해서 생기는 긴장감은 어쩌고?
아파서 오래오래 고생하면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
설 연휴라서 여러가지 복잡하고 수술도 밀려서
처음 다치곤 세상에나 혼자서 빨간약이나 바르고 말려고 했는데
보니까 피도 많이 나고 손가락이 삐뚜름해서 병원엘 갔단다 글쎄!!!!
넘어지고 집으로 오면서 피가 하도 많이 나서 보니까 손가락 피부가 훌렁
다 벗겨지고 손가락이 아무래도 정상이 아니라서 수건을 감고 혼자 운전해서
읍내 병원엘 갔더니 그 곳에서는 도저히 안된다고 마산에 있는 삼성병원을
소개해 줬고 삼성병원에서 또 사진을 찍고 두시간을 기다린 끝에 수술환자가
일 주일치 밀려있고 상처가 심해서 미뤄두면 염증이 생기면 큰일이라고
삼성병원에서 정형외과를 보다가 개인병원을 개업한 의사를 소개해 줘서
밤에 혼자서 또 운전을 하고 창원을 갔었단다.
그 곳에서 사진을 판독하고 상처를 본 후에 급한 상황임을 알고는 어제
설 휴가도 반납하고 의사선생님이 수술을 해 주신거다.
쇠핀을 엑스자 모양으로 둘을 박고 손상이 심한 핏줄과 인대를 복구하는
까다로운 수술을 했다.
할머니들 때문에 낮에는 못가고 있다가 오후에 딸을 데리고 병원엘 갔었다.
설 연휴라 식당에 밥도 안 준다며 남편이 병원에 거의 다 도착한 우리에게
전화를 하는 통에 편의점에서 김밥 몇줄을 겨우 사 갔으니....
컵 라면과 김밥 몇 줄로 저녁을 떼우고 있는데 딸이 언제 사위될 사람한테
연락했던지 목사님과 사모님까지 모시고 오셨다.
남편은 몸 둘 바를 몰라하며 미안하고 송구스럽고.....
필요적절한 말씀으로 예배를 드리고 기도도 뜨겁게 해 주신 목사님이 사돈
어르신인게 많이 든든했다.
과일과 명물한과를 들고 오셨고 이 보다 더 큰 일이 있을 뻔 했는데
일부러 며칠 쉬시라고 이런 일이 있게 하셨다고 위로를 주시고 돌아가셨다.
목사님 내외분만 가시고 사위와 딸 나는 병원에서 밤샘을 하려 했는데
장소도 마땅치 않고 남편도 원치 않아서 우리는 마산에서 제일 큰 찜질방에서
자는 밤샘을 했다.ㅎㅎㅎㅎ
덕분에 나는 다음 주에 있을 대학부 수련회를 대비한 근육맛사지를 받았고
여러 탕을 왔다갔다 하면서 온탕욕과 냉탕욕을 즐겼다.
남편은 수술을 하고 무통주사를 맞고 병원에 누워있고 딸과 마누라는
찜질방에서 목욕이나 즐기는 설 연휴라니 웃음이 나왔다.
후후후후후...
제발 좀 아프지 마라 남편아 !ㅎㅎㅎㅎ
설 연휴를 찜질방에서 보내는 사람이 왜 이렇게나 많은지....
다들 집이 싫은지?
다들 우리 같은 사정인지?
그 넓은 찜질방에 2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시체놀이를 하는 꼬맹이들처럼
널부러져 자는데......
아이 어른 할것 없이 자는 모습은 천진스럽고 꾸밈이 없다.
코를 고는 사람, 잠꼬대를 하는 사람, 술을 먹고 고함을 치는 사람
들락들락 계속 남의 잠을 방해하는 사람.....
난 도무지 찜질방에서 밤을 새는 스타일은 못 되나보다.
거의 뜬눈으로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남편한테 일찍 전화하고.
앞으로 12주는 깁스를 해야 하고 나중에라도 재활운동을 열심히 해야
정상적인 손놀림을 기대할 수 있다는데 아휴......
워낙에 깊이 피부가 없어지고 인대와 신경에 손상을 입다보니.
그나마도 다행이다 여기며 감사하며 살아야지.
이번에는 설을 어떻게 보냈는지 원....
친정에는 못 가고 둘째와 막내만 할머니께 새배드리고 오라고 했다.
할머니께는 아빠얘기 하지 말라고 그냥 나중에 뵙겠다고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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