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을 쓰기에 앞서 민족 고유의 건강 양념인 된장과 그 된장의 맥을 잇고자 불철주야 애쓰시는
ㄴㄴ(된장녀)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께 죄송하단 말씀부터 전하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네~ 방배동입니다~~`.\"
어려서 보던 드라마에선 사모님들이 이렇게 전화를 받았다. 높지도 빠르지도 않은 톤으로 부드럽게....아~즘~마~ 하는 정도의 사모님들은 한결같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정제된 단어들을 사용한다. 한템포 느린것 같지만 의사전달 확실하게 같은말 두번하지 않고 한번에 끝 부드러움속에 강한 포스라고나 할까 나도 그러고 살아가게 될줄 알았다.
젠장!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다. 어디 방배동 사모님들입에서 나오기나 할법한 말인가.
사모님이 되려면 먼저 언어순화가 전공필수 인데 말이다.
그래서 난 아직 방배동 진출을 못했다.
젠장!
금방 오더 줄것처럼 접대는 다 받아놓고 나중 오리발 내밀면
젠장!
급하다고 다그쳐 열일 제껴두고 몇날 몇일 밤세워 납품하면 결제는 감감 무소식
젠장!
직원들 급여줄돈이 부족해 이은행 저은행 마이너스 대출 받으러 땀나게 뛰어 다닐때면
젠장!
돈이 없는 달은 생활비는 자동으로 끈기니
젠젠 젠 장!이다.
열거할려니 너무 많아 읽으시는 님들을 생각해서 이만 생략하고..
그렇게 나를 따라 다니던 젠장과 결별하게 된건 나의 인격이 한순간 고상해진것도 아니요 남편이 갑자기 돈을 왕창 벌어와서 나의 삶을 업그레이드 시켜서도 아닌 원초적 본능 즉 모성의 발호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느날 아이가 심각하게 묻는다. 엄마 젠장은 욕인데 우리가 욕하면 꾸지람 하시면서 엄만 왜 그렇게 맨날 하시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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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자리 지킨다고 자식교육이 삼천포로 빠지면 안되지 싶어 궁리하던 어느날 아침
된장을 숟가락으로 뜬순간 어떤 깨달음 처럼 그래 된~장 이렇게 된것이다.
젠장을 하지 않으면 되지 않냐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그것도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일종의 틱 증상이 나에겐 그렇게 찾아온 것이다. 그래서 기왕 찾아온 틱 이라면 친해지자 했다.
작은소리로 젠장 하던것을 당당하고 큰소리로 된장 하니 나에게는 면피요 애들에겐 된장과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것 같았다.
그랬었는데 방심하면 화를 부른다고 했던가 소리가 다른것 못지않게 들리는 소리의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한고 있는 사이 나는 젠장 보다 더 듣기 거북한 에잇!된장 이러기 시작했다.
그러니 아이들은 내가 된장할때마다 엄마의 화를 보게 되어 피하게 되고 나또한 된장 해놓고도 젠장 할때보다 더 아이들 눈치를 보게 되었다.
처음엔 된장을 고추장,간장 청국장 ,등으로 바꿀까도 생각했지만 단어만 바꾼다고 될일이 아닌것 같았기에 된장앞에 무언가가 붙으려 한다면 차라리 감탄사를 사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아! 라는 감탄산 말꼬리가 내려가는 경향이있어 잘못하면 안타까운 된장을 만들었고 브라보,원더플과 같은 콩글리쉬 감탄산 입에 잘 붙지 않아 적절한 타이밍을 놓치기 쉬웠다.
처음엔 이상했던 오우는 자꾸 사용할수록 자연스럽게 아주 친한 된장을 만들어 주어 젠장의 연장선이었던 처음 된장의 의미를 지워내고 내 기분까지 업해주는 결과를 가져 왔다.
가끔 나도 모르게 오우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아 실망의 분위기 어우로 바뀔때가 있기도 하지만 뭐 그정도야 애교로 넘어가 주고 그 횟수도 점차 줄고 있어 진짜 사모님이 되는 순간 틱을 극복할 것 같기도 하다.
깊고 길게 말해본다. 오~우~~~ 된장
여러분도 속상한 일이 계시면 감탄사 몇마디 말해보시라 기분이 훨 나아진다.
오늘도 우체국 쇼핑 에서 전국 각지에 흩어져 계신 우리 거래처의 권력의 핵심 이신 많은 분들께 다양하고 입맛에 맛는 명절 선물 주문하면서 결제창 한번씩 클릭 할때마다 연발한다.
오우! 된장
오우! 된장
오 ~우! 된~장!
이번 명절에도 난 수도 없이 할것이다.
님들껜 덜 힘든 명절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