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방 매트 불 꽂아 놨어요?\"
\"내가 누고? 언제나 내 안 하면 누가 할끼고?\"
\"참 빨래 널어야 하는데...\"
\"내가 누고? 벌씨로 다 했다\"
이리하여 우리 남푠 별명은 \'내가 누고\'가 되었다.
이 몇가지 사실만 보면 내가 엄청 행복한 여자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진실은 불행?하다. 우리 남푠은 쫌생이다. 돈 10원에 벌벌 떨고 마누라 옷 한 벌 사줄줄 모른다. 결혼 22년이 지나도록 쥐콩만한 다이아는 커녕 18k 금반지 하나 사준 적 없다. 그렇다고 내가 옷을 안 사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내가 산다. 그냥 질러버린다.
왜냐 돈은 내가 다 가지고 있으니까? 그러면서 왜 남편에게 사달라고 하느냐 하면 그건 기분 문제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한다.
\"도대체 당신은 마누라에게 저 옷 한 번 사줄까? 하는 빈 말도 한 번도 안하냐?\"
\"니는 그라면 당장 사 삐리잖아?\"
\".......\"
그거야 사실이긴 하지만
작년 가을 쯤 남편이 서류 가방이 필요하다기에 백화점에 사러 갔었다. 그러면서 내 놓은 것이 그동안 1년 남짓 모아놓은 상품권이었다. 30만원 상당을 1년 동안 차곡차곡 모아놓은 것을 그 때 내 놓은 것이다. 그 가방도 낡아져 도저히 들고 다니기 창피하여 미루다가 가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남자가 그 상품권을 1년 동안 생기는 족족 모았다는 것도 웃기고 또 그것을 고이고이 간직했다는 것도 웃겼다.
\" 참 나 당신은 이런 게 생기면 마누라 뭐 하나 사 줄 생각은 안드냐?\"
\" 옷장에 옷 걸 데가 없구만 또 옷타령이야?\".
\" 그 정도는 아니다 뭐\".
\" 그리고 tv에 나오는 애들을 츄리닝만 걸쳐도 이쁘더만 뭐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되냐 ?\"
\"뭐시라 그래 그 것들 본판이 이뻐서 난닝구만 걸쳐도 뽀대가 나지만 난 못생겼은게 좋은 옷 입어야 그나마 나을게 아녀\"
이토록 쫌생이 남편에다가 땡서방에다가 성실이 지나쳐 소심한 남편땜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뒤집어 지기도 하다가 그나마 우리 아들 하는말 한 마디로 위안을 삼는다
벽에 붙여놓은 장식용 꽃을 일일이 풀로 붙이는 남편 곁에서 난 소파에 앉아 귤을 먹고 있는데 이 녀석이 한마디 한다.
\"참, 엄마는 남편 하나는 잘 얻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