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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스승의 날


BY 풍취 2008-01-27

특수학교 교사인 나에게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스승이 날이 있다.

제주도에서 근무할 당시,
우리 반 학생이었던 명길이에게는
그 아이가 큰엄마라고 부르던 분이 있었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
정신지체 장애인을 둘째 부인으로 맞았는데
그 사이에서 명길이와 명길이 형이 태어났다.

아버지의 첫째 부인을
명길이는 큰엄마라고 불렀다.

어느 날 가정방문을 갔다가
명길이네 가정의 어려운 처지를 알고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기본적인 생활을 하기도 힘든
정신지체 장애인 명길이 친어머니에,
대장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아버지,
정신지체 학교에 다니는 명길이 형제까지...

큰어머니는
홀로 그 모진 생활고에 맞서가며
다섯 식구를 어렵사리 돌보고 있었다.

가정방문을 마치고
라면과 과자 한 박스를 사서 명길이 품에 안기고 나오는데
자꾸만 명치가 아파 왔다.

그 후로 자주 명길이네 집을 방문해
큰어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고,
학교에서 장학금 대상자에 명길이를 올려
장학금을 정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마음을 썼다.

그 해 5월 15일 스승의 날,
퇴근시간이 다 되어 명길이 큰어머니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무조건 집으로 급히 오라고 했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서둘러서 달려갔더니
집 앞에서 큰어머니가 한 손에는 양동이를,
다른 한 손에는 무언가가 담긴
검은 비닐봉지를 들고 기다리고 계셨다.

양동이에는
물고기 다섯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고
검은 비닐봉지에는 말린 고사리가 담겨있었다.

아버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아침나절부터 낚시를 해 잡아온 물고기와
큰어머니가 4월부터 산 속 깊은 곳에서 손수 따와
정성껏 삶고 말린 고사리였다.

마음으로 받았으니
됐다고 사양을 해도 한사코 건네시며
양동이와 검은 봉지를 나의 양손에 꼭 쥐어주셨다.

가슴 벅찬 기쁨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세상 그 어떤 값비싼 촌지와도 바꿀 수 없는
명길이네 가족의 가슴 따뜻한 선물을 생각하면
내 마음에는 어느새 따뜻한 봄 햇살이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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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아이들, 학부모 사이에
정이 사라져간다고들 하죠?

꼭 스승의 날이 아니더라도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선물하세요.

비싸고 화려한 선물이 아니어도
진심은 통하기 마련입니다.

- 선생님!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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