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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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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동안 무얼하고 살았던가?


BY 늘봄 2008-01-28

\"내가 머슴이가? 쌔빠지게 일하고... 내 혼자서 돈벌고....\"

툭툭 내뱉는 남편의 말에 가시가 박혀있다.

남편은 흔히 좋아하는 \'사\'자 학교교사다.

24시간 한달가량 붙어지내는 거 정말 쉽지 않다.

이번 겨울엔 어째 연수도 거의 없고 고작해야 일직 이틀이다.

애들까지 합세해 4식구가 연일 작은 평수에 있는 거. 숨이 턱턱 막힐 때 많다.

\'시간 많겄다. 다니면 되지?\'

속모르는 이들 잘들 애기하곤하지.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천정부지 기름값에 어딜 맘놓고 여행을 다닌단 말인가?

돌아서면 밥하고 치운다해도 잠시 잠깐뿐이다.

아싸리 주방일을 할 줄 모르는 남자라면 또 어떻게 열받을지 미지수이다.

대학때부터 줄곧 자취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떡볶이, 돼지뼈에 우려낸 국물에 떡국끓이기, 씨레기 삶기 등

왠만한 요리 척척 저리가라이다.

\"냉장고가 왜 이리 지저분하노? 구운 오징어 찍어먹을 마요네즈가 없네. 케찹이 떨어졌네.

김치냉장고 김치가 왜 이리 축이 잘나노? 냉동실 분명 떡이 두 덩이였는데 니들이 떡 먹었나?

오징어 한축이 왜 이리 헤프노? 음식물 쓰레기 제때제때 비우라\"

몸도 바쁘면서 입이 한결 더 바쁜 사람이다.

그러고선 난 이 집 머슴이다. 쌔가 빠지고 일하고 돈벌고....

그렇다고 내가 뭐 안방마님인가? 서랍장 열면 헤벌래 늘어진 고무줄빤스에

결혼이후 내 옷이라고 언제 사입었더라 정말  가물가물하다.

입이 워낙 바쁜 사람이라 왠만해선 부탁을 아예 안 하고 내 선에서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해치운다. 뒤끝이 잘 따라다닌다.

12월까진 파트타임 재택근무를 5년간 줄곧 하다가 1월엔 그야말로 전업주부인 셈이다.

어쩌다 청소기 돌리는 사이, 잠깐 누워 책 좀 봤더니

\"이 엄마는 고상한 사람, 워낙 훌륭한 사람....\" 비꼬는 말투가 따발총처럼 들려도 흘려버린다.

그저껜 이력서를 하나 내고 왔다.

세월이 자꾸 주부를 밖으로 내몰라치는 분위기기도 하거니와

남편 주변에도 전업주부는 별정직 직업으로 간주되다보니

내 스스로 무능력하게 비취는 것같다.

첫째둘째 키울 때 한 2년 완전 전업주부였었나? 늘 재택근무를 하곤 했었다.

방학때마다 부딪치게 되는데...

황혼이혼이 왜 늘어만 가는지 실은 공감백배 이해된다.

바보. 왜 비자금 조성은 한푼도 못 해놓았는지...

 

허긴 수시로 공인인증선가 뭔가하며 계좌번호 확인을 하는 통에

그렇지 않아도

\"내 돈 다 어디로 썼노?\" 점검하는 마당에

어떻게 궁칠 수가 숫제 없었지 않는가?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경제의 자립이 이뤄졌음 좋겠다.

적은  푼돈이라고 왜 가정경제에 일조했던가?

난 또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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