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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의 비결


BY 진실 2008-01-17

< 마광수 칼럼 > 건강의 비결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또는 정신신체증 (精神身體症:정신적 원인으로 육 체에 통증이 오는 것) 같은 병의 원인은 돌연한 실연이나 사업의 실패 같 은 \'급성 재난\' 이 아니다. 현대인에게 많은 여러가지 신경성질환들은 대 개 \'권태\' 가 원인인 수가 많다.
급작스런 위난이 닥쳐왔을 때 인간은 도리어 강렬한 긴장감과 함께 동물 적 생존욕구로 자신의 심신상태를 재무장하게 된다. 우울증 등의 신경성 질환에 빠져들게 되는 진짜 원인은 전혀 변화가 없는 일상의 무미 때문이 고 판에 박힌 도덕률에 대한 짜증섞인 권태감 때문인 것이다.

40대나 50대 나이의 건강한 중년 남녀들 가운데 간암이나 위암 따위로 졸지에 죽어버리는 사람들이 많다.그런데 그들 대부분은 모범 가장(家長), 모범주부이거나 모범사원들이다.그중엔 종교적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도 많 고 술이나 담배를 안하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겉보기엔 법 없어도 살 사 람들이요, 온화한 인격자들이고, 인내심이 강한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의 속은 곪을 대로 곪아 있다. 그래서 아무런 극적(劇的) 변 화없이 지루하게 계속된 일상사가 그들을 잠재적 우울증 환자나 신경쇠약 자로 만들어 결국은 이 세상을 떠나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들의 잠재 의식 속에는 \'돌연한 죽음\' 이라는 사건이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불러일으 키는 비장의 무기나 최후의 수단 역할을 하며 내장(內藏)돼 있었던 셈이다.

이런 사실은 문학작품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두고두고 읽혀지는 명작소 설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드라마틱한 실연\'이나 \'돌연한 죽음\' 따위를 소 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뒤마 피스의 \'춘희(椿姬)\' 에 나오는 여주인공 마르그리트는 사주팔자면 에서 본다면 박복한 여인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매소부(賣笑婦)인 데다가 스물세살의 꽃같은 나이에폐병으로 죽어버렸으니 말이다.그런데도 지금껏 수많은 독자들이 그녀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아니라 그 여자의 삶이 평범한 상식의 수준을 뛰어넘었기 때 문이다. 말하자면 \'짧고 굵게\' 살았기 때문이고 강력한 연애체험을 해보았 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농 레스코\'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같은 소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성독자들에게 \'일찍 죽는 춘희\' 를 택하겠느냐, 아니면 \'오래 오래 권 태롭게 사는 안방마님\' 을 택하겠느냐고 물어보면 아마도 대다수의 여성들 은 전자를 선택할 것이 틀림없다.

우울증이나 신경쇠약에 걸리면 대개는 몸이 빼빼 말라간다. 또는 스트레 스를 먹는 걸로 풀어 몸이 비대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마른 사람들 에게 무조건 보약을 먹이거나 뚱뚱한 사람들에게 다이어트를 시켜봤자 별 로 효과를 못본다. 먹는게 문제가 아니라 \'생각하는게\' 문제이기 때문이 다.

몸이 마르면서 식욕이 없어지는 것은 정열이나 정력을 써버릴만한 대상 (즉 성적 파트너)이 없어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반대로 무조건 먹어 살이 찌는 것은 자신의 몸을 추하게 만들어 성적(性的) 외로 움에 대한 \'핑계\' 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말하자면 \'나는 뚱뚱하기 때 문에 연애를 못한다\' 는 방어적 자위(自慰)의 구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요즘 건강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사랑\' 을 강조하는 의사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랑\' 만 가지고는 건강해지지 못한다. \'사랑\'은 \'성욕 과 동의어라는 사실을 숙지해야 하고 동물적 성욕을 배설할 대상을 떳떳이 찾아낼 수 있는 \'뻔뻔스런 용기\'가 있어야 건강해지는 것이다. \'사 랑\'은 자칫 만성적 권태증의 원인이 되기 쉽다.대부분의 사랑은 정신적. 도덕적 자기검열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마광수교수의 \'자유에의 용기\' 중 건강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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