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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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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


BY 낸시 2007-12-13

사람들이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

이곳에 산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으니 작별인사를 하러 올 만큼 친한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다.

같은 교회를 다니는 사람 몇몇이 왔을 뿐이다.

팔자에 역마살이 있다는 남편과 나는 참으로 많은 이사를 다녔다.

결혼한 후 서른 번도 더 되는 이사를 다녔으니까...

사람들과의 헤어짐에 아쉬움과 섭섭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자주 이사를 다니다보니 사람과의 사이에 그다지 깊은 정을 두지 않은지라 그렇게 많이 힘들진 않다.

짐도 그리 많지 않다.

이삿짐을 싸는 것도 힘들 것은 없다.

그래서일까, 짐싸는 것을 미루고 미루어 아직 이런 저런 짐들이 가방 주변에 늘어져 있다.

떠날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을 안다.

얼른 짐을 싸야지 하는 마음 뿐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다.

눈을 들어 내가 살던 곳을 둘러본다.

 

이렇다 미련 가는 것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짐싸는 것이 이리 힘들까...

다시 휘휘 둘러본다.

창 밖에 시선이 머문다.

그래 그것이었구나...

날 힘들게 한 것이 바로 너희들이었구나...

풀죽은 모습으로 말없이 서 있는 너희들이었어...

눈을 돌려 애써 그들을 외면한다.

눈을 돌려 보지 않으려 애쓰는데도 가슴이 아리다.

시간이 많지 않다.

어서 짐을 꾸려야한다.

짐을 꾸리는 손이 허둥지둥 헛손질을 한다.

다리도 이리저리 자꾸 헛걸음을 친다.

결국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참아도 참아도 울음소리가 꺼이꺼이 목줄기를 타고 오른다.

울엄마 죽었을 때처럼 통곡을 했다.

꺽꺽거리며 참고 참다 다시 터져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꺼이꺼이 울었다.

 

내 울음소리에 놀라 잠을 깼다.

휴~ 가슴을 쓸었다.

잠에서 깨어서도 한동안 가슴에  통증이 느껴졌다.

옆에 누워있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꿈에서 통곡을 하고 울었다.\"

\"아니, 왜?\"

\"이사를 가야 한다는데 내가 이사가고 나면 누가 꽃밭을 돌보나 싶어서...\"

\"걱정 하지마, 이사 가는데 마다 내가 다시 꽃밭을 만들어 줄테니까...\"

\"내가 없으면 누가 꽃들을 살펴주나 하는 것이 걱정되어서 운거지... 꽃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지... 젖먹이  아이를 두고 떠나는 엄마 마음 같은것 말이야...\"

\"......\"

\"여보, 난 천국을 가든 지옥을 가든 가서 정원사를 하라고 하면 좋겠다.\"

\"......\"

\"당신은 뭐하고 싶어.\"

\"나야 뭐 당신 꽃 심으라고 땅이나 파 주어야지...\"

 

내가 세상을 떠나는 날,  가장 못 잊어 할  것은 무엇일까...

부모는 안계시니 남편? 아이들? 형제?...

글쎄, 지금 같으면 다 잊고 훌훌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가꾸던 꽃과 나무들?

정말 꿈 속에서 처럼 그렇게 힘들까?

꽃이랑 나무하고 이별하는 것이?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자고 일어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들이라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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