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병원에 입원했대서 오늘은 퇴근을 서둘렀다.
드링크를 사 가지고 병원 입원실에 들러
병문안을 하고 병원을 나왔다.
저녁때가 되어 시장기가 돌기에
모 아파트 단지를 지나다가 마침
오뎅을 파는 트럭으로 다가갔다.
꼬치오뎅이 하나에 5백원인데 두 개를 먹는 도중이었다.
그 아파트의 경비원 아저씨가 부리나케 다가와
오뎅을 파는 아줌마에게 지청구를 하는 것이었다.
“얼른 (차를) 빼슈!”
하지만 이동 상점이자 뜨거운 오뎅국물이 설설 끓고 있는
트럭의 상층부를 어찌 금세 치울 수 있겠는가.
사색이 된 아줌마가 물었다.
“또 어디선가 민원이 들어왔나 보죠?”
그러자 경비원 아저씨는
“이 아파트 사람들이 워낙에 꼬장꼬장한 사람들이 많아놔서
잠시 전에 오뎅 파는 아줌마를 내쫓으라는
전화가 왔지 뭐유, 아무튼....”
자신은 아파트 입주민들이 주는 월급을 받아서
생활하고 있는 관계로 그처럼 본의 아니게
기분 나쁜 소릴 하게 되었다며 미안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순간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 싶어 괜스레
내 기분까지 덩달아 급속히 하강되었다.
그래서 오뎅을 먹다말고 간섭을 하였다.
“제가 보기에도 이 아줌마의 트럭은
차로와 인도의 통행에도 아무런 불편을 끼치고 있지 않거늘
하지만 어찌 사람들의 속이 그만큼이나
밴댕이 소갈머리인 줄 모르겠군요!”
어쩔 줄 모르고 동동거리는 아줌마였으되
나는 일부러 오뎅을 하나 더 꺼내서 입에 물었다.
경비아저씨는 점잖은(?) 용모의 내가 그같이
‘말이 되는’ 소릴 하자 약간은 움찔하면서
함구한 채 경비실로 들어가셨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 길거리서 파는
꼬치오뎅을 서너 개 뜨거운 국물과 함께 먹으면
추위는 금세 저만치로 달아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꼬치오뎅을 하나 팔아봤자
겨우 5백원이기에 그걸 하루종일 팔아도
오뎅을 파는 아줌마의 수입은 별 거 아닐 거란 공식은 쉬 도출된다.
그러하거늘 오뎅 파는 아줌마보다 현저하게 잘 사는
아파트 입주민들이 그같이 전화를 하여 내보내라고 한다면
오뎅 아줌마의 비애와 자괴감은 오죽하겠는가!
줄곧 없이 살다보니 분양아파트에선
단 한 번도 살아본 적이 없고 다만 주공이 지은
영구 임대아파트에서 몇 년간 살아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 아파트 입주민들은 하나같이
오늘 목도한 것처럼 추운 길바닥에서 오뎅을 팔고
호떡을 굽는 상인을 내보내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 걸 보자면 역시나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실상은 마음이 더 ‘천사표’는 아닐는지 싶다.
“짐 꾸리지 마시고 오뎅 남은 거 마저 다 팔고 가세요.”라며
셈을 치루고 오뎅장사 아줌마 곁을 떠났다.
비가 오려는지 눈이 오려는지 하여간
오뎅 아줌마를 닮은 하늘이 꾸물꾸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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