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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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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극장 가는 길


BY 정자 2007-11-02

참 내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하필 그 때 그 시간에 그런 시시껄렁한 애기가 하고 싶은 걸까.

 

아침이면 나는 밥을 해야하고

어쩌다 연탄불이 꺼진 날은 아침도 점심도 건너 뛰고.

뭐가 없어서 고생이니. 뭐가 적어서 탈이네가 더욱 극성맞게 설치는 때 인만 큼

영화나 하다 못해 그 당시  제일 유행하는 드라마나 뭐 그런 것도 있는 줄 모르는 때다.

 

버스를 타니 모두 울고 불고 난리다.

난 영문도 모르고 같이 울었다.

울면서 라디오에 누가 서거를 했다는 데 그럼 나의 친척도 아니고. 나의 가장 가까운 이웃도 아니고 나와 아주 먼 관계도 아닌 대통령의 죽음을 버스에서 한 차례 울고 난 후

내리면서 또 히히덕 거리던 나였다. 참 철도 분수도 모르던 시절인데.

 

어느 겨울 가장 추운 날,

그 날 울엄마는 유일하게 쉬는 날이다.

이 쉬는 날 우리들은 주욱 열을 세워 줄래 줄래 극장이라는 곳에 간 것이다.

파출부에 남의 집 가정부 주제에 뭔 영화냐고 하더만

울 엄마는 굳세게 우리 네 남매와 함께 씩씩하게 걸어서 간 곳.

 

그런데 들어 갈 때 영화제목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덕분에 온 가족이 본 영화제목은 도무지 기억이 없다.

여러 편을 동시상영을 하는 것은 한 편도 집중을 못 하게 했다. 보긴 봤는 데...

난방이 시원찮아 발목이 시려 보는 둥 마는 둥이었고

연탄도 아닌 조개탄을 때우는 극장안에 훈훈한 기마저 까스 반 냉랭한 손님들의 빈 좌석만큼 쓸슬한 풍경만 내 기억의 전부다.

 

이런데도 울 엄마는 늘 우리를 몰고 다녔다.

개봉관도 아니고 극장도 아니고 근처 산이나 샛강이 그런데로 남아 있을 서울풍경이

그 때 그 덕분에 아직 오롯하다. 특히 저녁 해거름에 버스요금 부족해서 혼자 산넘어 오다가 큼직한 붉은 해가 뒷동산에 반은 걸쳐진 늦여름의 하교길은 지금 생각해도 다시보고 싶다. 나중엔 엄마가 주는 차비는 떡복이 사먹고 산 넘어 걸어 다니던 등하교길이 지금 생각 해보면 산책길이었다.

 

이젠 그 극장은 흔적도 없이 길거리도 아니고 사거리로 도로가 되 버렸고.

늘 뛰놀던 턱 낮은 산책길은 아예 깍아서 너른 곳으로 운동기구가 즐비하게 세워 놓은 공원이 되었다..

 

습관은 무섭다. 특히 기억에 쳐 박힌 그 기억의 한 구텡이에서 또 다시 살아나는 그 순간포착이 한 컷 한 컷 저장이 되어 있다.

 

한 번은 울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그 때 극장 갔던 거 기억 나?\" 했더니

울 엄마 대꾸도 없다. 통 모르는 애기라는 듯이 .

 

가난한 기억은 너무 쓸쓸하다 싶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던 날은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기억이 돈으로 환산하면 부자가 될 것처럼

나는 자꾸 사금파리 걸러 내듯이 내 마음에 소쿠리를 걸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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