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올 때 부터 왠지 달갑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제법 멋을 부린 것 같긴 한데 깔끔해 보이진 않았다.
말투도 꽤 교양있는 척 하는데 왠지 멀리하고픈 마음이 들게하는 사십 후반이나 오십 초반쯤 되는 여자였다.
명색이 그래도 식당인데 달랑 미소슾(멀건 일제 된장국) 하나를 시킨다.
거기까진 그래도 가끔 있는 일이니 애써 그러려니 넘길 수도 있다.
주문을 했으면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면 될 것을 계속 카운터 앞에 서서 어디서 왔냐는 둥 쓸데없는 질문이 많다.
슬그머니 짜증이 솟을 무렵 다른 손님들이 왔다.
눈치없이 날 붙잡고 계속 수다 떨고 싶어하는 것을 요령껏 떼어내고 새로운 손님의 주문을 받았다.
자리에 앉아 주문한 된장국을 먹나 했더니 또 쫓아와서 빵이 곁들여 나오지 않느냐고 불평이다.
빵이 곁드려 나오지 않는 법이 어디있느냐고 제법 목소리를 높인다.
그만 쫓아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꾹 참고 밥 한공기를 공짜로 주었다.
또 다른 손님이 왔다.
주문을 받고 음식을 가져다 주고 하면서도 마음 속은 조금 전의 그 여자 때문에 계속 불편하다.
불편함을 털어내는 방법은 그것과 직면하는 것임을 알기에 그 여자 테이블로 갔다.
내 무기 중의 하나인 친절한 미소와 상냥한 목소리로 묻는다.
\"괜찮으세요? 뭐 더 필요한 것은 없나요?\"
주었던 것도 뺏고 쫓아내버리고 싶은 속마음을 감추기 위해 표정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면서...
기대 이상의 친절에 그 여자 그만 녹았나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정말 좋단다.
내 마음 속의 불편함도 같이 녹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잠시 후 식당을 떠나면서 이 다음에 친구랑 같이 또 오겠다는 그 여자 말이 조금도 반갑지 않다.
\"no, thank you!\" 하고 싶은데 다시 한번 참고 \"yes, please!!\"한다.
상황 끝이다.
잘했다고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까다롭고 불평이 많은 사람은 어디서나 환영을 못 받기 때문에 참고 조금만 친절하게 해 주면 그 다음은 단골이 될 수 밖에 없다고 하던 어떤 이의 말이 생각난다.
난 그 사람을 단골로 만들기 위해 친절을 베푼 것은 아니다.
그런 손님이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될 만큼 자리가 넉넉한 식당도 아니다.
그런 상황이 내 삶의 도전으로 느껴지고 화를 내는 것은 그 도전에 지는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이지...
돈을 훔쳐간 이유로 해고한 놈이 뻔뻔스레 음식을 시키겠다고 오면 반 값에 음식을 준다.
오죽 돈이 필요하면 해고 당할 위험을 무릅쓰고 훔쳤을까... 이리 생각하기로 한다.
우리 가게 주변에 살면서 길거리에 오줌을 싸서 지린내가 나게 하는 미친여자에게도 음식을 가져다 준다.
그 여자가 이뻐서는 결코 아니고 내가 맘이 착해서도 아니다.
그 여자를 구슬러 가끔 길가의 휴지를 줍고 잡초라도 뽑게 하려면 필요해서 하는 것이다.
남편이 미운 날 나는 남편의 품을 파고 든다.
미운 마음을 품고 견디기가 힘들어서다.
아들이 미운 날 나는 아들에게 더 상냥하려고 한다.
못되게 굴었다가 되돌아 올 반응으로 상처 입는 게 싫어서다.
미운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우리 속담이 나이가 들 수록 잘 이해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에도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힘든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날 갈고 닦기 위해, 때로는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그리 하는 것이 힘들지만 그래도 미운놈마다 떡 하나씩 더 주는 내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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