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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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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학생.


BY 소심 2007-10-03

추석을 며칠 앞두고 문의 전화가 왔다.

자기 처가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묻는 남편이었다.

약속한 날 .

여느 이주여성과 마찬가지로 일가 친척 몇 명은 필수로 대동하고 온다.

이번에는 남편과 시어머니, 그리고 베트남의 20세 새댁인데

눈이크고 언어문제만 아니면 , 남방여인이라고 아무도 모를만치 똑같다.

 

이들 가족들은 교사에 대한 탐색과 부탁, 그리고 평가까지가 첫 대면의 통과의례다.

그리고 수업이 끝날때까지 기다렸다가 신부와 함께 가는데 신랑 나이도 나이려니와

시어머니가 매번 같이 동행한다.

 

나이많은 신랑과 깐깐해보이는 시어머니 사이의 \"소통\"을 위해서는 말과 글이 필수지만

일가친척이 참관하는 가운데 수업을 해야 되는 일이 불편하기만하다.

( 말은 배워야 되고 혹시 모여서 \"학습\"이라도 시켜서 며느리가 건방지게 인권운운한다던가

\'나도 저 사람처럼 이것도 갖고 싶어요\'라고 할까봐 잔뜩 경계하며 보내면서

그들의 손에 연필 한 자루 쥐어 보내지 않는다.)

\'선상님이 어찌 그렇게 좋은 일을 한다요. 잘 좀 부탁 해요\"하면서.

 벌써  서 너회를 함께 와서 같이 가시는 70 대의 시어머니는 무안하기도 하고 무료한데다가

욕심이 생기는지 \"선상님 나도 쬐깐 배우면 안될까요\"라고 묻는다.

모국어와 글이 베어 있는 사람에게 외국어를 익히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는 나도 이들과

생활하기를 여러달이 되었어도 간단한 인사말도 각국의 언어로 하기가 어려운데

며느리가 익히는 한글이 쉽고 답답해 보였나보다.

 

\"수업중에는 이제 나가 계세요\"할려고 벼르던 차에 한글을 배우고 싶다니 ....

우선 심호흡을 하고 , 진정해야지. 자신을 타이르면서 할머니를 다시 보았다.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전형적인 촌로가 진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 글을 배워서

어쩌시려고요 ? \" 라고 하니\" 내 살아 온 일을 이야기책으로 엮고 싶다\"며 \" 원이 되고 한이되었으니 선상님 쬐깐 가르쳐 주쇼\" 라고 말씀하신다.

\" 그럼 연필이랑 공책도 준비해야 하고 , 숙제도 하셔야 되는데 하실 수 있어요\"라고 하자마자 바로 나가셔서 사오신다.

자음보다 발음이 쉬운 모음을 연습하고 연필 잡는 법, 쓰는 법을 알려드리니

쉬지도 않고 열심이시다.

교재를 읽고 써 보는 숙제를 내 주니,  며느리에게 상기 시킨다.

\" 열 번을 그대로 입혀서 쓰고 열 번 읽어 보라고 하셨지 ?\" 하시면서 집에 가시는 모습이

기운차다.

 

영특해 보이는 앳된 며느라와 나이차이가 많은 아들과 시어머니가 의사소통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 건강하게 정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어머니를 특별레슨하기로 했다.

할머니의 사연이 활자화 될 날도 성과목표에 넣어볼까 - 아님 낮춰서 경계심을 푸는걸로 우선 정할까. 각양 각색의 수준과 여러나라 사람들과의 생활.

이제 크레파스에서 \'살색\'은 없어졌다.시대상황에 맞지 않기에.

그리고 우리나라 말-한글-은 우리 한국사람들끼리 , 혹은 아주 가까운 친족끼리 있을때 우리나라 말이라고 하고 여럿이 모인 다문화에서는 \'모국어\'라고 한다.

 아기를 가져서 좋아하는 새댁이 있는가 하면 임신을 해서 심신이 약해지니 모국의 엄마가 보고 싶어 나한테 하소연하고 엄마라고 우는 어린 새댁도 있다.

대부분은 밝고 건강하게 정착하고 아이들에게도 무척 헌신적이고 주위식구들에게도 인정받으려 애를 쓴다.

 

고부가 나란히 앉아서 (고부라기보다는 손부같은) 공부하는 마음으로 이들의 가정이 잘 펼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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