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딸 아이 방을 청소하다가 우연히 수첩을 보았다.
나를 원망하는 낚서가 잔뜩 있다.
반 아이들 40 명 중 30 명이 핸드폰이 있는데, 자기는 핸드폰이 없어서
애들 문자 보낼 때 너무 부럽단다.
핸드폰 핸드폰... 온통 핸드폰 글자 투성이이고, 엄마를 이해 못하겠단다.
파마도 못 하게 하고, 다른 애들은 집안일 하면 돈을 주는데, 돈도 안 주고...
나를 마귀처럼 그려 놓고 뚱뚱하다는 둥 다크서클까지 그려 놓았다.
정말 충격이라서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공부를 잘 하진 못 해도 아들은 너무 착해서 사춘기 때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아도 되었다. 욕심이 너무 없다고 내가 투덜대기도 했다. 근데, 우리 딸은 공부는 잘 하는데, 욕심이 많은건지, 자기 주장이 너무 뚜렷한 건지...
가끔 속을 뒤집는다.
나도 이해는 한다. 핸드폰 안 가진 애들이 없다는거, 애들 가르치는 내가 왜 모르랴.
오히려 핸드폰 가지고 난리치는 애들을 너무 많이 봐서
핸드폰이 사 주기 싫은 것을... 게다가 한 달에 몇 만원씩 일정하게 내야 되는 비용은 또 어쩌고...
빠듯한 살림살이에 애들은 자꾸 크고, 십 원 한 장 그 누구의 도움없이
이 만큼 사는 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스물 넷에 월셋방에서 애를 낳던 여름에 침수가 되어
한 밤중에 피신하던 일을 어찌 잊으랴!
우리 시아버님 열 일곱 어린 시어머니와 재혼해서 그 많은 재산 다 어찌 하셨나.
우리는 쳐다보시지도 않으시고, 그 어머니 아들만 챙기시고...
고아나 마찬가지인 남편은 착하기만 하지 능력은 없다.
딸은 너무 욕심이 많다. 나를 닮았다.
핸드폰이 없어 죽고싶다니...
요즘 애들은 왜 핸드폰이 있어야 하나? 정말 중요한 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도, 내 말을 이해하기에
우리 딸 너무 어린걸까? 항상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집안 일을 하면 왜 돈을 줘야 하나?
설거지 청소 등 기본적인 집안일은 구성원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을 친구들은 돈 받는데 자기는 왜 돈 안 주냐고?...
왜 집안일을 하면 엄마들은 돈을 줄까?
당연히 해야되는 건데.
왜 성적이 오르면 뭘 사줘야 돼나?
지 공분데...
내가 나쁜 엄마인가?
핸드폰 없어서 죽고 싶다는데 사줘야 하나?
중학생 되면 사 주려고 했는데...
참 엄마 노릇 힘들다.
고등학생 우리 아들 공부도 가르쳐야 되고,
돈도 벌어야하고, 다이어트도 해야하고, 간식도 만들어 놔야하고
글 쓰려고 학교에 등록해 놨으니 거기도 가야하는데
오늘 정말 다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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