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저것 줄거 주고 일억이 딱 남는단다...
결혼 3년 동안 일년에 2000만원씩 모았단다.
물론 맞벌이고 친정의 잦은 도움이 있었지만..그래도 대단하다.
나보다 두 살 아래인 후배와 어제 통화 하며 놀랐다.
결혼 때 얻은 전세금과 합해서 일 억!!
실컷 축하해 주고 남편과의 불화와불신으로 그동안 있었던 일을 왕창 위로해 주고
나니 내 마음에는 잠잠하던 찬 바람이 인다.
나는 무얼 했나 싶어서..........
후배와 나는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스스로 위로 해보지만 그래도 3년 간에 후배의
노력은 무엇으로도 날 변명할 수 없어서 부끄러웠다.
7년의 결혼 생활중에 원하는걸 필요할때,원할때 시원스레 사 본적이 한번도 없이 살았다.
후배는 저축을 위해 3년을 그리 살았고,
나는 그리 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그리 살았다.
그래도..아무것도 없는 지금이 다 내 탓인것만 같아 우울하다.
남편도 나도,우리들의 부모도...우린 하나같이 다 가난하다.
출산 전 까지 열심히 일했고 출산 후에는 더 소중한 것을 지키고 다듬고 키우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울때 아이와 돈 사이를 수만번 갈등 하며 지냈다.
무엇보다 내가 가정을 지켜야 한다고 믿었던 것은
아이가 아니라 오히려 미성숙한 남편 때문이였다.
아무런 생각,꿈,의욕,등등 삶의 원동력이 될만한건 하나도 가지질 못했고,
그런게 있는지 조차도 인식하지 못하고 사는 사람이였다.
그냥 일어나 밥 먹고 배변하고 일하고 돌아와 밥 먹고 술 먹고 싶은 대로 먹고 잠자고..
그게 다다..그게 그의 인생이였다.
답답해서 몇번이나 하던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었다.
평생 고생 스럽게 실질적인 가장이 되는것이 억울한게 아니라 아무런 생각없이 껍데기만 사람인 사람과 평생을 함께 한다는 사실이 나는 너무 괴로웠다.
나는 나의 남편과 친구이자 삶의 동반자로 감성과 이성을 나누며 살고 싶은데..
내 남편은 원시생활 밖에 아는게 없고 관심도 없으니 내가 나가서 경제 활동을 하게 되면
남편은 거기서 모든게 성장하지 못하고 스톱이라고 생각했다.
생각하는 남자와 살고 싶었다.
자신을 생각하고..
아이들의 지금과 미래를 생각하고..
아내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하는 남자와 살고 싶었다.
7년이란 시간 동안 남편은 이제 왜 생각을 해야 하는지 알았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씩 변하려 스스로 노력한다.
35년을 기어다니다가 이제서야 걸어야 하는 이유를 알았다..
그래도 나는 기쁘다.
천리 길도 한 걸음 부터니까 ..
자기가,나도 어른이라고 됐으니까 내버려 두라고 하면 더 힘든 미래 뿐 이겠지만..
조금씩이라도 변화 해 온 지금이 감사하다.
7년 전 보다 좋은 모습이니까 7년 후에는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해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는 사이 우린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나는 파산 신청을 해 둔 상태다..
그래서..일 억이라는 말이 내게 비수가 되었나 보다..
티비에서 주부가 재테크로 몇십억,백몇억을 모았다는 얘기가 나올때는 대단하다로 끝났는데
가까운 후배가 자신의 억척스러운 노력으로 돈을 모았다는데 왜 내 마음이 무너지냐고..
아쉬운거 없이 자란 아이라 안 쓰고 그렇게 모았다는 자체가 놀랄 일일 만큼 그 아이는
노력 했다는걸 나는 잘 안다.
아낌없이 진정으로 그 후배의 노력과 결실에 기뻐해 주었다.
내가 우울한건 내게 일억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억척스럽게 남편을 닥달해가며 돈을 모으고,갓난쟁이를 맡기고 돈을 벌었다면 ..
하고 자꾸만 지나온 내 발자국을 원망하는 내 마음 때문이다.
가끔 이렇게 내 의지와 신념이 흔들릴 때 나는 우울하다.
다시 위로해 본다..
사람이 늘 성장하려고 노력하는것 역시 큰 재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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