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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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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BY 꽃단이 2007-08-20

   뭐. 모르겠다.

사람은 다 다르니까.

못 돼고, 건방진 내가 밥이 맛없어 지는 것을 어쩌랴.  

한 열흘쯤 밥을 맛있게 못 먹었다.     못 돼서 그렇다.   내가...

 

   그 아주머니는 신우염였고, 당뇨가 있다고 했다.

마른체격에,  붉은 파마머리, 쌍거풀이 몇개는 있었다.

63세라고 침대 발치의 환자카드에 쓰여 있었다.

이상하게 먼저 말 한마디 걸고 싶지가 않았다.    못 돼서 그렇다.   내가...

 

tv를 보던 아주머니가 저렇게 살면 얼마나 좋겠냐며 눈물을 흘렸다.

못 된 나는 모른채하려 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말 끝을 쎄게게 마무리지어가며 혼잣말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 내가...  아저씨를 만나 산거는 2년 됐어.

  근데, 너무 힘들어.    시골생활도 힘들고...  사람이 시골서 배운게 없어서,

  대화가 되야지 살거 아니얏?   근데...  너무 꽉막히고 경우가 없고...

  나는,  좀 세상을 알고... 하니까.     사는게 너무 지겹고.

  일일이 다 입으로 시켜야 하고...  사람들은 그러지.   늦게 여자 잘 들어 왔다고.

  아저씨 나이?  65세.

  내가 나가려고 몇번을 했는데,  애들때문에...

  세상에 먼저 부인이 그러니까,  약간 모지란다고 할까?

  밥만 끓여 먹고,  애 낳으라면 낳고...  딸만 쭈욱 다섯을 낳고, 아들을 하나 낳고,

  아마 5~6년전에 죽었다지?    나 같으면 안 낳아!   왜 낳아?

  그리고,  나는 애도 못 낳고...

  그 무식한 양반이 어려서는 뭘 먹었나?  밤마다 옆으로 오는데...  지겹고, 끔찍하고...

  밭도 있고, 논도 있고 하다고 했는데... 겨우 작은집 한채얏!

  그런 줄 알면 안 왔지.   나같은 사람이 왜? 거길 갔겠어?!

  애들이 좋아서...  살아보까?  살아보자.  하고 사는거얏.

  동생같아서 하는 말인데...  매일밤 아주 죽겠다? \"  하는 거다.

 

  이런...  저 아주머니가 사람을 잘 못 봤다.

내가 얼마나 꼬나보길 잘 하는지 모르고.   젠장!

귀가 안 들리는 중환자로 본 걸까?  

그리고, 동생같다니...  난 63세 언니가 없다.

이상하게,  그날부터 건너편 침대에서 밥을 먹는 그 아주머니가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잇몸을 보이며, 웃는것도 싫었다.   못 돼서 그렇다.   내가, 안다.  못된걸 내 맘이.

남편에게도 차마 말 못하고,  미음도, 죽도 못 넘기며 난, 불편해 했다.

병실을 옮기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아주머니는 집에 가기가 싫은지.    당뇨체크전에 꼭 뭔가 먹었다. 

 

   어느날은,  죽이 밥을 끓여 만든 거라면서,  난리를 쳐서...  영양사가 뛰어 오게 만들었다.

그날 나는 한수저도 못 먹었다.

영양사는 몇번을 허리 숙여 인사 했고,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병원밥때문에 저렇게 시끄럽다니...   

옆병실 사람들까지 힐끔힐끔 바라보게 하다니.

\" 63년을 밥을 해 먹고 살아서 내가 다 안단말얏! \"  하면서, 수저를 두드리다니.

거짓말!  태어나자마자 밥을 하나?   나는, 죽도 못 넘기게 하고. 

그날이후로 난, 책상에 칼로 선을 그어놓듯 선을 그었다.

 

   퇴원을 하던날,  아주머니는 또 놀러온다 했다.

장날도 오고, 산부인과에 호르몬 맞으러 오고하니,  온다나?

 

모르겠다.

사람이 싫은데 어찌 살겠는가?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땅을 보고 시골살이를 시작한 건 아주머니다.

63새의 적지 않은 나이로,  아주머니 본인 말대로 다  잃고서,

병든몸으로 좀 어눌한 사람과 살게 된 것이, 눈물나게 싫다면, 어찌해야 할까?

참...  

하하하.

지금도 상한 음식처럼 시큼하게 들려오는 말.

\" 사람이 살 수가 없어!   뭐를 먹었길래... 내가 10년은 어리게 보이지?

   아들이냐구...  누구든 우습게 알게 생겼지? \"  하는 말들.

  

   곱게 늙어가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고, 감사하다는 것을 또 알았다.

만일 그 아주머니가,  늦게라도 착한사람 만나 사랑받으며 살게 돼서 감사하며 살고있고,

아이들이 좋아 시골의 작은집도 좋고, 소중하다고 말 했다면. 

뭐.  그 겹진 쌍거풀이 싫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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