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네서 수확한 고추 한소쿠리
엄마가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며 우리집에 갖다 말려
김치담을꺼 쪼매만 주든지 주기 싫으면 니가 말려서 니 다 묵어라~
그래서 가져온 고추하고
내집 마당에서 하루에 몇개씩 따는 빨간고추를 따로 선별하여
햇볕 따가운 요즘에 말리느라 수고한다
아침일찍 등산용 은박 빤짝이 매트를 내다놓고
고추를 우루루루 쏟아서 한개씩 얌전하게 펴서 놓고
수시로 비우산 커다란거 쓰고 나가 이리뒤적 저리뒤적
말랐나 어째됐나 뒤적거리고
고추 널은 자리에 그늘이 지면 자리채로 드르륵 끌고와서
아직도 햇볕 드는데 두고 잠시 더 말리고
그래도 해가 넘어가면 다시 소쿠리에 줏어담아 마루에 갖다 놓는다
어쩌다가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때면
후다닥 맨발로 튀어나가 고추를 싸매 들고 오느라 또 수고한다
그런데 말이지.. 이누므 꼬치가 사람속을 뒤집어 놓고
허무하고 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휴~
엄마꼬치는 굵고 살이 두껍고 모양이 참 좋은데
탄저병을 앓아 끝이 쪼매 타들언 것도 있고
역병을 앓아 속이 물커지는 것도 있는지라
첨에 멀쩡하게 생긴 것도 2-3일 말리면서 하얗게 팅팅 불어
도저히 고춧가루가 될 수가 없어보여
자꾸만 하얗게 변한 고추를 골라내어 땅바닥에 버렸다
어제까지 빨갛던 고추가 자고나면 또 하얗게 색이 변하고
그래서 또 버리니 인쟈 엄마꼬치는 가져올 때보다 절반도 안남았다
어제 시래아지매(81세 꼬부랑할매)가 항아리 싣고 오는데 따라와서
내 사는 꼬라지를 휘휘 둘러보며 \"꼬치가 와 이러노~ 말케 몬씨게따\"
아지매아들 아우야가 \"내삐소 몬씨니더~ 햇빛에 딧꾸마너\"
\'아이다, 이거 역병을 앓은기다\' 나는 역병 탓이라 하고
아지매(농삿꾼)는 \"이기 바리 따가 햇빛에 내 놓머 뜨거바가 디졌다\"
흠마야~ 그런갑다. 이건 역병이 아이라 완존 무지의 소치인기라
아까븐 내꼬치 햇빛에 디졌따.. 아까버.. 내 밋치겠다.
오늘은 새벽일찍 전화걸어 엄마한테 고백을 해야된다. 내탓이라고..
\'엄마~ 어제 꼬치딴거 햇볕에 내놓지 마세이~\'
\"베란다에 내놨다. 그런데 와?\"
\'엉 ~ 그거.. 허옇게 퉁퉁뿔은거.. 역병이 아이라 햇볕에 딘거란다\'
아이고 엄마도 몰랐나보다. 어째 엄마도 전문가는 아이라카이~ ㅎㅎ
해마다 100포기 300포기 고추 심어가 뼛심들여 길러가~
말리기에 맨날 실패해가~ \"내년에는 안해얄따. 안숭가야지~\"
카면서 또 숭구고 또 숭구고.. 그래가 또 내삐고..
그기 다~ 말리기에 실패해가 그런기라~
그래도 올해는 50개, 적게 심고 적게 버려 돈벌은 거라며
엄마를 위로한다는 것이, 어째 약올리는 소리로 들려 가끔 혼난다. ㅜㅜ
꼬치는 따서 바람부는 그늘에 내놔서 삐득삐득 시들어가면
그때 햇볕에 내다가 바짝 말리는 거란다.
흠마야~ 아까분거~
엄마꼬치.내꼬치.. 꼬치가 다 디졌데이 ㅜㅜ
다~ 내탓이다. 내 무지의 소치데이~
하나님아부지 죄송합니다. 인쟈 배웠으까네 남은거 잘 말려가
맛있는 토함산꼬~장 담을께요. 용서해주세이~.* 아멘()
출처: http://cafe.daum.net/jerone3 토함산 된장녀의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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