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내가 긍강 하나는 정말 자신있던 사람여.
딸다섯 김치 다 담궈 주고, 손자까정... 내 고향이 저어기 광천이유.
소금을 사서 아는 집 창고에 소금 간수 빠지라고 5~~6년씩 쟁여 놓고,
그거루 김치를 담궈서...새우젓도 광천 토굴서 사다가 미원,뉴수가를 쳐서...
그람! 새우젓에 미원하고 뉴수가 느치. 그람! 그래야 맛나지.
내가 그런 사람인디... 내가 칠십이지만... 뱅원에 온 것은 츰여.
어디 아프가니? 이 나이에도 고추심고,따고, 양근으로 말려서...
참... 내가 살아온거 얘기하믄...
내가 딸이 하나 더 있었는디, 광천서 일이등하던 앤디.
월매나 똑똑하고, 야물딱지고... 어느날, 무릎에 뭐가 났다고 혀도,
뭐가 물었나보다 혔지. 뭔지 아남? 이런사람은 암만 봐도...
뱅원에 가니께, 서울로 가라허네? 그게, 골수암이라고 혔나? 그거라대.
내가 뱅원 복도서 씨러져서 이가 다 나가고...
......... 휴우......
딸 다리를 자르야 헌다는디...
내가 그때만혀도 혈기가 대단혀서 의사한티 막 댐빗어.
의사가 나보고 살인자라고 혔지. 다리 하나를 자르면 살릴 수 있다나?
......... 휴우...
멀쩡한 애가 다리 자르고 사는것도 죽은거나 매 한가지라고.
병을 고쳐달랬더니 멀쩡한 다리를 자르라고 하는게 의사냐고...
막 댐 볐어. 보이는게 있가니? 없어! 없지......
이검사저검사 다 하고... 결국엔 다리를 잘라도 소용 없다대. 못 산댜...
집에 와서......
우리 딸덜은 첫째도,둘째도... 갑상선암였는디, 모두 시방은 긍강 햐.
한달이믄 600씩이나 벌고... 건물도 있고...
.........휴우... 그랴.
엣물건덜이 좋아서, 숨겨두고 모이매 살지. 흡...영감이 자꾸 버리니께.
내 취미니께. 귀한 항아리 매누리 챙겨 주고...
밥사발을 구혔어? 포리시름한 빛이 나남? 나는 그걸 못 구혔네!
거기다 한사발씩 먹고...엣날엔 한사발씩 밥만 먹었지... 뭐가 있가니?
시방은 먹을게 천지여.
이제 37된 막내 아덜이 착하기만 햐. 물렁헌디...
물렁하믄 알아주능감? 벌렁 누워서 악착같이 받을 거 받고, 살으야지 \"
나는, 그냥 가만히 들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할머니는, 갑상선암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20년도 더 된 덩어리라며
정밀검사라면 아주 무섭고 싫다고 거부했다.
입원중에도 이틀간 외출하여 게곡에서 놀다 오셨다고 했다.
할머니 눈이 마른 우물처럼 휭하니, 푹 들어 갔어도,
언제 또 물이 콸콸 솟을지 모를 일 였다.
번뜩번뜩 바지런했던 삶이 눈에서 빛을 냈으니까...
가족의 권유와 설득으로 정밀검사를 받고, 퇴원을 하셨다.
\" 결과? 보나마나. 암것도 아녀! 다시 올일 없네. \" 그리 말씀하고 가셨다.
화분에 잔뜩 심어 둔 고추 꼬라지가 우습지도 않을거라면서,
착한 아들 대신에 벌렁 누워 받을 것은 받아 줄 거라면서,
외며누리가 한달에 500씩 과소비를 하니, 얘길 해 볼 참이라면서,
내가 있어야 뭣이 건 해결이 된다면서.
깡총깡총 뛰면서도 귀는 늘 쫑긋 세운 토끼같은 뒷모습을 남기고 가셨다.
삶이 나를 필요로 한다? 내겐 아직 삶이 필요 하다?
할머니 뒷모습때문에, 허연 병실이 더 뿌옇게 보였다.
산다는게 뭔가? 하는 생각도 그냥...
하얗게 흐리흐리 말도 못 하고 또, 잠이 들었다.
물렁하기만 한 다리에 힘을 쥐었다가, 풀었다 하면서...
업치락뒤치락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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