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셋에 멋 모르고 결혼을 했지.
아니 더 정확히 동거부터 했다고 해야할까?
아무튼 결혼식도 안 올리고 아이를 낳았지.
부잣집에서 고생 모르고 자란 일곱 살 연상의 철없는 남편.
사별 후 세번 째로 재혼한 더 철없는 시아버지.
울며 반대하던 엄마.
십원 한 장 벌어놓은 것 없는 남편과, 열 일곱 연하의 시어머니 치마폭에서 헤어날 줄 모르던 시아버지.
결국 1년의 모진 시집살이 끝에 월셋방에서 아이를 낳으면서도 이렇게 힘들게
살 줄은 몰랐다.
돌아보면, 내 인내심에 치가 떨려. 내가 싫어질 때도 많다.
내 나이 마흔
일을 하고 공부를 하고 끈이라도 놓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시 글을 쓸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앞만 보고 달렸다.
난 내가 자랑스러워.
그 누가 뭐래도, 자기 만족에 겨워 눈물이 난다.
언젠가는 노천명의 시에 나오던 여우나오는 산골로 가고 싶다.
그런 산골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오직 혼자서 가고 싶다.
정말 정말 열심히 마음 속의 내 글에 대한 열정을 조용히 토해 내면서
시인이 아니어도 좋고 책을 한 권 못 남겨도 좋으니 쓰고 싶은 만큼 원없이 쓰다가
죽고 싶다.
그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
나는 이렇게 살고 싶다.
죽기 전에 그런 날이 올까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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