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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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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으며 널 보네


BY 영롱 2007-07-17

비가 오다 만 아침에 호숫가를 걷네.

선선한 바람, 분홍빛 나팔꽃, 어지러이 선회하는 잠자리들도 반가워.

촉촉하게 물기 머금은 세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목숨이 없어도 싱그러운 돌멩이 하나까지

걸으며 보네.

 

꼭 살만하면 한 번씩  울어야만 했지.

앞만 보며 걷자고, 스스로 수없이 다짐하면서 매몰차게 외면했던 그리운 것들이 오늘 햇살도 없는 이 아침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네.

 

장마철인데도 잣아든 호숫물처럼

잣아든 여린 내 눈물이

사소한 오해로 영 이별인 친구가

허리 아픈 엄마까지

그리움은 잔디에 스미는 연둣빛 빗물

 

몇 번이나 넘어질뻔 했지만

이 만큼 걸었네.

울음 섞인 하늘과, 칠월의 싱싱함은 열심히 살아 온

나날들이 준 상장이며, 상금이며, 상품이라고...

 

오랜 공부가 드디어 끝나고 허전함에 한 바탕 열병을 앓은 후,

아침마다 호숫가를 걸으며,

 미루던 좋은 친구와의 만남을 드디어  가졌네.

 글도 다시 쓰게 될 것 같은 이 예감

 

 세월이 흐른다는 건 꿈이 한 발 내게로 다가서고 있다는 것

그래서 세월을 사랑할 수밖에...

 한 짐 가득 지게에 지워진 이 짐 덩이들을

하나 하나 내려 놓고

 드디어 나 만을 위해 내 꿈만을 위해 살 수 있을거라고

위로하며

 

걸으며 보네.

앞만 보지 않고, 오늘은 널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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