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중학교 2학년이다.
보통 키에 날씬한 몸을 가지고 있다.
학교 성적은 보통이다.
취미는 개와 놀기, 특기는 몸이 유연해 훌라후프나 줄넘기나 롤러브레이크를
보통 또래 친구들보다 잘하는 편이지만 눈에 띄게 빠져있는 취미도 특기도 없다.
성격은 순정적이고 온순하며 복종 형이다.
무엇을 사 달라고 졸라 본적이 없고, 하지 말라고 하면 대답을 잘하고 하지 않았다.
아직 사춘기가 오지 않은 탓인지도 모른다.
수업을 마치면 제 시간에 집으로 들어오고
좀 늦게 되면 전화를 걸어 늦는 이유를 확실하게 말하는 아이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들어오라고 하면 네 알았어요, 하고 바로 들어오는 아이.
일요일엔 엄마와 개를 데리고 호수공원에 자전거를 타러가기 위해 시간을 비워두는 아이.
그 소년이 유월의 어느 날 아침 일찍 학교로 향했다.
숲 체험을 무료로 시켜준다 하니 남들보다 일찍 신청해야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전교에서 한명이라니 그것도 이박삼일동안 먹는 것이며 자는 것이며
강원도까지 가는 버스비가 공짜라니 소년은 기대도 하지 않고 신청을 했다.
숲에 들어가 숲을 바라보고, 숲을 휘적고 다니는 것이 좋아
밑져야 본전인 샘으로 신청을 하게 되었다.
며칠 뒤 담임선생님을 통해 소년이 뽑혔다는 소식을 듣고 이 기쁜 소식을
일본에 유학중인 누나에게도 헤어져 있는 아빠에게도 퇴근한 엄마에게도 전해주었다.
엄마는 전교 대표로 일등 상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소년은 초등학교 때도 숲 해설가 인솔 하에 호수공원 생태를 체험 한다고
신청자에 한해 한명만 선발 할 때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선발된 적은 있었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다.
장래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농사 짓은 것이라고 할 때도 그러려니 했다.
엄마의 영향을 받아서 농사란? 자연이란? 동경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소년의 엄마는 소년의 누나나 소년이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가훈을 적어 오라고 하면 ‘자연을 사랑하자’ 였으니
그 영향을 받아 일시적인 거려니 했다.
소년은 엄마가 바쁠 때는 자신이 키우는 개를 자전거에 실고 호수공원을 산책하곤 한다.
친구랑 갈 때도 있지만 가끔은 혼자서 갈 때가 좋다고 한다.
친구들은 빠르게 자전거를 타고 공원을 돌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년은 경치 좋은 곳에 자전거를 새워 놓고 나무도 올려다 봐야하고
꽃도 관찰해야 하고 공원 지킴이인 거위도 만나야 하는데,
소년처럼 자연을 즐기며 느리게 걷는 것을 친구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년은 산이 좋다.
그리하여 한 때 소년은 실내 암벽을 배우고 싶었다.
몸이 가늘고 날렵하고 유연해서 어울릴 거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엄마는 위험하다고 망설이고 있었다.
실내 암벽은 안전하지만 암벽을 좋아하다보면 산에 있는 암벽을 타게 될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안하길 잘한 것 같다.
소년이 원하는 건 자연이었으니까
나무를 보면 올라가고 싶고, 꽃을 보면 꽃 속에 머무르고 싶고
냇물을 접하면 그 속에서 안기고 싶고,
산에 가면 무서움도 모르고 바위에 달라붙고 싶었던 것은
자연을 본능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소년의 엄마는 그런 소년이 자랑스럽고 대견했다.
엄마는 그랬다.
너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전교에서 한 명밖에 없는 특별한 재주를 준 것이라고
일반적인 직업은 누구나 가질 수 있고, 노력에 따라 누구나 일을 할 수 있지만
숲을 좋아하고 숲에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자연에 관심이 많고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 파묻히는 것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을 거라고…….
소년이 학교에서 무료로 가는 숲 체험에 친구 한명도 동행할 수 있다고 해서
반 친구들에게 가자고 했지만 아무도 가고 싶어하는 친구가 없다고 했다.
모두들 거기 가서 뭘 하니? 재미없어, 이랬다고 한다.
아마도 숲 체험 신청자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학원에서 공부도 취미도 운동도 다 하고 배우기 때문에
자연에서 실질적인 체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좋은지 잘 모를 수 밖에 없다.
부모님들도 학원에서 무엇이든 다 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가 우선이기 때문이라서
무료로 보내준다고 했어도 관심도 없었을 것이고 그러니 신청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년만 유일하게 신청을 한 것 같지만
공부를 잘 해 우등상을 받은 것처럼 엄마는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꿈을 갖으라고 했다.
숲 체험을 해 주는 직업이 소년에게 잘 어울리겠다고 했다.
그게 숲을 가르치는 일이든지, 숲을 가꾸는 일이든지,
그게 연구직이든 식물을 심는 일이든 옆에서 도와주는 일이든지
숲에 관한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물을 친구처럼 대하고 보살펴 주는 아이,
자연에 사는 것은 무엇이든 좋아하는 아이
산속이나 물속을 헤집고 다니길 좋아하는 아이,
8월 달에 있을 숲 체험을 신이 나서 기다리는 아이.
엄마는 숲을 꿈꾸는 소년에게 희망을 심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