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4월 30일에 이사왔다.
너른마당 가운데 우물이 있고 풀이 우거진 옛날식 기와집,
온마당에 나무 한그루 없고 잡풀만 무성하여
정말이지 내가 이런 집에 살게 될줄은 몰랐다.
그래도 좋았다.
막연한 꿈이 있어 좋고 마당이 있어 좋았고
마당 가운데 우물의 향수가 있어 좋았다
바로 옆이 기차역이라 아련한 추억이 베여있어 좋았고
딸랑딸랑 기차가 들어올때 종소리가 좋았고
철커덕거리며 지나가는 기차소리도 정겨워서 좋았다
7번국도 옆이라 혹시 누가 알겠노,
커다란 간판을 내다 걸면 \'집에서 만든 우리콩 된장\'
차를 세워 누군가 사려 오면.. 난 또 맛있는 된장을 팔아
부자가 되는 꿈을 꾸어 보는 것도 좋았다.
우선, 너른 마당에 풀을 뽑고 씨앗을 심어
된장을 배송할때 콩도 넣고 콩닢도 넣어주면 좋겠다싶어
이것저것 되는대로 씨앗을 심었다.
1, 옥수수: 마루밑에 굴러다닌 마른옥수수 한개,
이웃에 살며 할매가 된 친척언니가 와서 \'담장밑에 숭가라\' 하기에
담장밑에 심었다
2, 호박: 호미로 땅파고 서너개씩 심어라 담장밑에.. 엄마가 말해줘서
담장밑에 호박을 심었다.
3, 울콩: \'담장타고 올라가게 담장밑에 숭가라\'해서
담장밑에 울콩을 심었다.
4, 피마자: 마당한가운데 절로난 피마자들 \'담장밑에 옮겨라\' 해서
담장밑에 피마자를 옮겼다.
5, 토마토: 모종을 사다가 밭가운데 심었더니 친척언니가 와서
\'담장밑에 옮겨라. 기대고 큰다\'
토마토를 담장밑에 옮겼다.
6, 오이: 담장밑에 숭가라 해서 담장밑에 오이를 심었다.
7, 깻닢: 담장밑에 씨 뿌려 담장밑에 깻닢이 무성해졌다
\'그라머.. 밭가운데는 멀 숭굿노?\'
담장 넘어 담쟁이가 기어올라와 담을 넘어 우리마당에 놀려오고
얼기설기 식물들이 담쟁이와 엮여 함께 뾰족한 것들을 올려보낸다.
집안에서 울콩이 자라 담장을 넘고 호박이 울콩을 타고 기어오르고
오이가 엉키고 호박넝쿨이 토마토에 달라붙고 저절로 난 \'마\'라는 줄기가
그 위를 타고 돌아다니고.. 왁자지껄 담장밑이 시끄럽다.
비가 내린다.
담장밑에 장마비가 내린다
너풀너풀 옥수수대 키가 크고 도마토줄기가 늘어져 땅에 닿을듯하고
호박순이 자꾸 삐죽거리며 솟아 나온다
너무 어지럽게 나온다.
서울로 시집가서 첫아들 낳으니 시어머니가 아이를 번쩍 들고
\"장마통에 오이자라듯 쑥쑥 커라\" 하던 말이 생각난다
비가 지나면.. 장마가 지나면 오이가 자라고 호박이 자라고
담장밑에 울긋불긋 화려하겠다.
\'아우~ 우리마당 부자되긋네~\'
초보농부: 무조껀 담장밑에 숨(심)는다.
내년에는 줄을 좀 정비해야겠다.
아~ 비오는 날,
갓끓인 커피잔에 김이 오르고
농삿꾼 화려한 꿈을꾸며 향기를 마신다.
오늘은 마음껏 사치해도 되긋지..
상상의 나래를 치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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