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창업박람회 65세 이상 관람객 단독 입장 제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704

엄마는 그림자만으로도 힘이 됩니다.


BY 헤라 2007-06-04

어제, 친정엄마를 모시고 가까운 휴양림으로 나들이를 갔습니다!

작년까지만해도 어디 나가자고 하면, 귀찮다고 따라나서지않으시더니,

올해들어서는, 죽기전에 세상구경 더많이 하고싶으시다면서, 벌벌떨리는 몸을 하고 따라나서곤 하는 엄마의 모습이 측은합니다.

 

그옛날, 동네에서 호랑이라도 때려잡을만큼 강하고, 독하셨던 저희 할머니께, 만삭의 임신한 몸으로 볏단을 나르시던 엄마는,“일하기 싫어 뒤뚱거리고 다닌다!\"며 등짝을 후려맞기도 하셨고, 낮에는 죽어라 논일, 밭일에, 풀죽은 솜이되어도,저녁이면 밥하고, 집안살림하고, 그것도 모자라, 베짜는 일을 밤새 꾸벅이며 하셨던 고달픈 엄마셨다지요!

둘째 임신하셨을때는, 칼국수가 너무나 드시고싶어, 눈에 어른거리는것을, 할머니 눈치보며 드시지도 못했는데, 그동네 아주머니 한분이 칼국수 만드는 냄새를 쫓아서, 하염없이 그집문앞을 기웃거리다가, 끝내 국물한그릇이라도 달라는 말도 못꺼내고, 돌아오셨다는 그 말씀을 듣고나니, 제 가슴이 미어지며 저려옵니다.

지금은, 그옛날 호된 시집살이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까지 넘었을 정도로 심해지신 위장병때문에, 밀가루 음식은 쳐다도 못보시는 엄마에게, 칼국수를 원없이 사드리고 싶어도, 드시지 못하는지라, 그저 마음만 안타까울뿐입니다!

위로,두아들을 낳고, 별잘못도 없이 매를 맞아 입술이 찢겨져 피가 나면서 뒷뜰 장독대위에 쓰러져 하염없이 우시면서, \"내가 이렇게 살아 뭐하나? 차라리 죽는게 낳겠다!\" 싶어, 집이라도 나가려고 고개를 들어보니, 무서운 할머니때문에, 기가죽은 두오빠들이 손가락만 빨며, 런닝에 팬티 차림으로 멀찍이 서서 쳐다보고 있는 모습때문에, 나가지도 못했더라는 말씀을 하실적에는, 지금도 눈시울이 붉어지시는 엄마!

죽을것처럼 힘든 노동에 지쳐 쓰러져 몇시간이라도 눈좀 붙이려면, 할머니때문에 각방생활을 하시던,건넌방의 아버지는, 할머니 몰래 새벽에나 들어오시고, 그도저도 귀찮아하시는 엄마는 덜컥 임신만 내리 7번을 하셨지만, 셋째아들은 병에 걸려 낳은지 며칠만에 죽었고, 우리 언니위로 또 한언니는 물에 빠져 익사했고, 제밑으로 또 하나가 있었는데, 43살의 나이에 또하나를 낳는게 너무 힘에겨워 낙태를 하셨다지요!

아이를 낳기가 무섭게 몸조리는 커녕, 바로 다음날로 집안일이며, 힘든 농사일을 하셨으니, 그몸이 성하실리가 있을까요?

할머니의 고된 시집살이때문에 생긴 위장병때문에, 죽을고비를 몇번 넘기시더니, 다음엔 심장병이 생기셨다지요.

온몸의 관절들이 모두 제대로 된게 없어, 평생을 관절염과 류머티즘, 신경통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시는 탓에, 어디 모시고 가고싶어도, 거동이 불편하신 당신자신이, 가시기를 부담스러워 하시기 때문에, 기껏 해드릴수있는것이 시골밥상차림처럼 풍성한 식당같은곳에, 한번씩 모시고 가서, 식사한끼 사드리는것밖에 할수없으니...

그또한 대부분, 당신이 돈을 내시겠다고 우기셔서, 속상할때가 더많네요!

막내딸이 힘들게 사는 모습 보여드리지않고, 여유롭게 사는모습 보여드리는게 이제는 효도다! 싶은데, 그것또한 마음대로 되지않는 삶이라, 더욱 맘이 상합니다!

우리엄마의 고된 팔자탓인지, 며느리 보시고도, 고등학교 선생으로 재직중인 선생며느리 모시고 사시느라, 새벽밥 지으시고, 두조카 거둬키우시고, 며느리 도시락까지 챙겨주시고, 지금까지도 할머니 시집살이에 이어, 아들,며느리, 이제는 다커버린 두조카들 시집살이까지 하고 계시는 모습에 혼자 속상해한적도 많답니다!

그런 우리 엄마, 당신 생애 처음으로, 혼자 독립생활을 하시겠다고 선언하셨지요!

다늙어서, 기운빠지고, 몸한군데 성한곳 없으신분이 어떻게 독립생활을 하겠느냐고, 처음엔 다들 만류했지만, 더늙고, 죽어버리기전에, 당신사시고 싶은대로, 혼자 살아보고싶으시단 말씀에, 엄마의 심정이 어떤지 더 이상 듣지않고도 이해가 되었답니다!

독립하신지, 이제 2년남짓되어가는데,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거동하기조차 힘겨워보이니, 아무리 자식들이 가까이 살고있다해도 항상 마음이 놓이지가않습니다.

부모라는 존재는, 그저 자식들뒤에 서계셔주는것 만으로도 얼마나 든든한 힘이 되는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진 자체만으로도, 이 철부지 막내딸은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응석을 엄마에게 부리곤 하니까요!

하루하루가 다르게, 마른 나뭇잎처럼 변해가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딸은 그냥 서럽고 속상한마음을 달랠길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