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봄 잎과 줄기는 유채 꽃을 닮았지만 꽃은 분홍패랭이를 닮은 작고 예쁜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큰길에서 골목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그 집까지 길을 안내하 듯
길따라 분홍꽃이 핀 집.
두엄더미 가로 키가 크고 잎도큰 접시꽃이 그리움인 냥 피고 지금은 흰 꽃망울을
수없이 단 꽈리 나무가 나란히 울타리를 따라 줄서기를 하고 있습니다.
풍성한 꽃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쓰러지는 불도화의 허리께를 하나로 바로세워
질끈 묶어놓고 그래도 힘겨운 듯 담에 기대어 가뿐숨을 몰아쉬며 산고를 겪고 있고.
발소리를 죽여 가만히 넘어다보며 훔쳐보는 마당에는 작은키의 채송화가 지천으로
자라고 있고 이름도 알 수없는 수 없이 많은 꽃들이 어우러 지고 우거지고 그래서
풍경이 되고 수채화가 되었습니다.
누군가 나를 훔쳐본다면 몰래 애인하나 숨겨둔 행동이라 생각 할 수도 있겠지요.
미풍에 흔들리는 작은 꽃들의 움직임은 늘 정체모를 가슴 밑바닥 잠재운 어떤
그리움을 깨우고 기어이 눈물 한 방울 훔치고선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곤 했습니다.
그렇게 오고가며 애잔한 그리움을 홀로 달래기를 몇 년 추적추적 비 오든 며칠 전
지나쳐 가다 다시 차를 돌려 용기를 내어 그집대문을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대문이랄 것도 없는집 그저 꽃들이 울타리고 대문이 꽃인집에 희고 누런 개 두마리가
이방인을 향해 미친듯이 짖어대고 놀라 주춤거리는 내 눈에 수돗가에서 푸성귀를
씻고 계신 오십 중반의 아주머니 한 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슨일로 왔냐시기에 그저 꽃이예뻐 꽃을따라 왔노라며 예쁜 분홍꽃을 조금만
사가고 싶다했지요. 꽤나 굵어진 빗발속에서 한쪽으로 개를 몰아주시며 어서
오라고 하십니다. 꽃 좋아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아까울게 있겠느냐며 무엇이든
맘에 드는 꽃을 말하라 하십니다.
세상에 난 왜 이런분이 살고 계시리란 생각을 못했을까요.
진작에 용기내어 들렸더라면 나또한 지금쯤 이렇게 야생화 어우러짐 속에 행복하지
않았을지 아쉬움이 밀려드는 순간이였습니다.
이것저것 옮겨 심을 수 있는 꽃모종을 많이도 주십니다.
가을 쯤에도 분홍꽃의 향연을 볼 수 있을거라며 꽃씨를 한웅큼 퍼 주십니다.
세상을 다 얻은듯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에 고맙다는 인사를 수 없이 하고 다시
차를 돌려 사무실로 왔습니다. 남편을 불러내어 비를 맞으며 꽃모종을 심고 사무실
주위로 빠짐없이 꼼꼼하게 꽃씨를 뿌렸습니다.
장미보다 찔레꽃이 좋고 추억하는 것들로 정겹게 사무실 주위를 꾸미고 싶어 화단에
심은 두릅나무에서 두릅을 따고 두 그루 심은 사과나무에는 사과가 한 개 감꽃도 많이
핀 걸 보니 올해는 감이 열리길 기대해도 좋을 듯합니다. 뽕나무 한 그루가 홀로자라
검은 오디가 주렁주렁 열리고 우물가 앵두나무에도 푸른 앵두가 참 많이도 열렸습니다.
굴삭기를 이용 힘겹게 옮겨온 넙적하고 평평한 바위 하나를 마당가에 놓고 그 옆으로
큰 나무 몇 그루를 심었더니 고루고루 그늘을 만들은 돌위가 얼마나 시원하고 바람이
좋은지 모르겠습니다.욕심 부리지 않는 마음으로 소박하고 정겹고 추억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꾸미고 남편과 함께 그늘밑 돌위에 앉아 차 한잔 마시는 걸로 큰 행복이라 만족
하며 살려고 합니다.그 주위에 하늘하늘 야생화가 피고 들어오는 입구에는 대문처럼
문지기꽃 접시꽃을 심고 간판을 세운 철재 밑에는 꽃잔디를 심었습니다. 꽃을 좋아하는
아주머니께 예쁜 케이크 하나를 들고가 나를 알게된 것이 고역일거라 말씀드렸더니
크게 웃으시며 기꺼이 시간을 내시어 꽃을 나눠주십니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의고 바쁜시간을 일 못하시게 방해한것에 사죄를 드리며 얻은
꽃모종을 보면 입이 귀에 걸립니다. 얻어다 심고 심어도 그 풍경같은 집처럼 언제
될러는지요 욕심부리지 말아야겠지요 하루이틀에 풍경같은 그 집을 어떻게 만들어
내겠습니까. 꿈을 꿉니다.올 가을 뿌려둔 씨들이 잘 자라 분홍꽃이 만발한 곳에서
넓직한 돌 위에 남편과 차 한잔 마시며 행복이 별거냐며 마주보고 웃고싶습니다.
사랑 나누는 벌도 나비도 많이 날아오면 좋겠습니다.
옆 사무실 미소가 싱그러운 젊은 기사님이 유리창 안으로 나의 부재를 확인하려는 듯
기웃거립니다. 웃으며 나가보니 검은 비닐봉지 안에서 야생화라며 초롱꽃을 심으라며
내어놓고 이제막 봉오리진 연꽃 몇 송이를 꺼내주며 수줍게 웃습니다.
앵두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 초롱꽃을 심고 연꽃송이는 컵에 꽂아 두었더니 그 옛날
시골마을 수줍은 새색씨 웃음같은 연분홍 연꽃이 피었습니다.
꿈 꿉니다.어서 야생화 우거지고 지나가든 어떤이 너무 예쁘다며 들어오면 어떤꽃이
예쁘냐고 말하라며 뽑아주고 뽑아주며 행복하렵니다.
내 예쁜 꽃들을 보고 나처럼 또 더불어 행복한이 많이많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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