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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산다는것


BY 27kaksi 2007-05-24

이제까지 내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 왔다고 생각해 왔는데,

다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그 자부심이 흔들리고 있다.

직장에서의 나의 위치는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어떤 테두리에  속해지고, 그속에서 타인을 통해 내 모습을 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참 여러가지의 사람들을 보게된다.

다른 세계에 와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얼토당토 않은 일에 자존심이 뭉게지고, 나와는 별개의 사람들

속에서 나는 어울리지 않는 포장지에 쌓여 있는 내 자신을 볼 때가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서 나를 감추고 싶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져서  포장지를 바꿀 수 없게 되고, 그럴때 작은 슬픔이

밀려온다.

나 자신만이 아는 나에 대한 지독한 실망스러움과 나혼자만이

아는 내속에 있는 가증스러움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차라리 발가 벗겨져 버리면 잠시 부끄럽고, 그후론 좀더 나 다운

나만의 옷을 입을 수 있으련만....

 

어릴때 부터 첫번째로 꼽는 친구가 회사에 왔었다.

 떡을 잔뜩 사들고.....

그애의 우정에 새삼 너무 감사함을 가지며, 그래도 난 그런 좋은

친구를 갖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란 게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예전 부터 꿈꿔 오던 중년의 생활은,이런것은 아니었다.

더 풍요롭고 더 자유로워야 했다. 매일매일 신나야 했다.

그러나,

난 지금 너무 몸과 마음이 여유가 없다.

우리 부장은 내가 너무 순하고 여성스럽다고 불만이다.

이곳에서는,

그런게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그저 스악스럽고 독하고 강해야

한다고 계속 사나운 여자가 되기를 힘을 주어 강조한다.

내가 그동안 다져진 두꺼운 껍질은 참으로 단단해서 깨기가 어렵다

나 자신이 깨부수고, 용감해져야 하는데, 그것이 참 힘이 든다.

나에게 지칭되던,

곱고 여성스럽고  차분하고, 침착하고, 지적이고...등등 그런 비슷한

표현들을 모두 들어 왔던 많은 시간들...

그런 것들이 한순간에 비난을 받고 있다.

\"왜 그렇게 조용하느냐고.. 왜그렇게 목소리가 작냐고... 왜그렇게

착하고 소극적이냐고.....

 

퇴근 하는데, 저녁바람이 겉옷을 잡아 다니며 따라왔다.

내가 좋아 하는 초여름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초여름밤의 싱그러움에 잠시

콧등이 찡해 왔다.

셰익스피어의 \"초여름 밤의 꿈\"이 생각나는 이저녁....,

난 무얼 하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난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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