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흙 위에 바짝 붙어 분 그득히 수를 놓았던 꽃잔디의 향이 물러가고 오월 바람에 묻혀 코끝으로 스미는 꽃향이 있었다. 온갖 오욕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을 호령하듯 입 쩍 벌리고 피어나는 붉은인동,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 다하듯 연일 큰 입을 벌리고 있다. 1Km 지점에서도 향기를 맡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는 인동초도 붉은인동과 함께 뱅글뱅글 감아 올라가며 꽃대를 올리고 있는데 조만간 꽃을 피우면 내집 마당은 향내 그득한 정원이 되어갈 것 같다. 곤경에 굴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이겨나감을 인동초에 비유하곤 한다. 야생초들이 모두 그와 다를 바 없지만 굳이 인동초에 비하는 것은 왜일까. 돌고도는 생의 쳇바퀴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든 인간들이 각기 다른 향내를 내뿜으며 살아가는 인동초 아닐까 싶다. 인동초가 우리집으로 이사온 지 만 3년, 길섶 나무 위로 감아 올라가며 서로서로 뒤엉켜 누구도 삐집고 들어갈 틈조차 주지 않았던 인동초가 도로주변 정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뽑혀 무덤처럼 쌓여져 있었다. 그들에겐 애물단지로 여겨질 인동초, 내겐 향 좋은 화초 하나로 다가왔으니 당연지사 내 손으로 들어오는건 묻지 않아도 뻔할 뻔자였다. 그리고 붉은인동 역시 아는 분께서 꺽꽂이해도 산다면서 몇 가지 꺾어 내게 주었는데 그 모두가 살아 지금 이렇게 예쁜 꽃으로 다가와 덤으로 향까지 뿜어내 주는 것이었다. 활짝 피어 혀를 쑥 내밀고 있는 붉은인동에 비해 인동초는 이제 막 마주 난 잎 사이 나란히 꽃봉오리를 올려보내고 있다. 푸르름 일색의 오월이 벌써 반 달을 채웠다. 초록으로의 질주만큼 빠른 세월은 쓸데없는 상념을 만들어내고 콧바람으로 마시는 향내에 들썩거리는 마음은 종잡을수 없고, 이런 날일수록 나는 초록으로 진정시킨다. 허망하게도 세월이라는 흐름 속에 난 묻혀 떠밀려 가고 있었다. 나이 오십을 치닫는 지금의 내가 자꾸만 나오는 뱃살을 두드리며 푸념을 하다보면 내게 찾아든 잠시의 안식이 고개를 쳐들고 경고장 하나를 발부한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쌓여있는 걱정은 산더미같지만 그것도 사서하는 걱정같아 머리 흔들고 나가 당당히 피어 제 몫들을 하고 있는 수많은 식물에게서 한 수 배우고 들어온다. 그냥 나가 눈으로 보고 향 맡으면서 관상용으로만 심어놓은 화초들이 아닌, 가끔씩 내게 일침을 가하며 훈계를 하는 인생철학서이다. 20년 함께한 화초들에 비해 겨우 3년이지만 꽃모양에서부터 뿜어나는 향, 그리고 우리집에 와 뿌리내리며 한식구가 되기까지 내게 주는 교훈은 무척이나 크다.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흔하디 흔한 인동초 하나로 무얼 바라고 무얼 기대긴 하겠냐만 이제 깊숙히 뿌리내려 안주하고 있는 풀포기들처럼 잠시의 안식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 |||
사월, 흙 위에 바짝 붙어 분 그득히 수를 놓았던 꽃잔디의 향이 물러가고 오월 바람에 묻혀 코끝으로 스미는 꽃향이 있었다. 온갖 오욕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을 호령하듯 입 쩍 벌리고 피어나는 붉은인동, 누구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 다하듯 연일 큰 입을 벌리고 있다. 1Km 지점에서도 향기를 맡을 정도로 멀리 날아가는 인동초도 붉은인동과 함께 뱅글뱅글 감아 올라가며 꽃대를 올리고 있는데 조만간 꽃을 피우면 내집 마당은 향내 그득한 정원이 되어갈 것 같다. 곤경에 굴하지 않고 인내와 끈기로 이겨나감을 인동초에 비유하곤 한다. 야생초들이 모두 그와 다를 바 없지만 굳이 인동초에 비하는 것은 왜일까. 돌고도는 생의 쳇바퀴처럼 살려고 발버둥치는 모든 인간들이 각기 다른 향내를 내뿜으며 살아가는 인동초 아닐까 싶다. 인동초가 우리집으로 이사온 지 만 3년, 길섶 나무 위로 감아 올라가며 서로서로 뒤엉켜 누구도 삐집고 들어갈 틈조차 주지 않았던 인동초가 도로주변 정비하는 사람들에 의해 뽑혀 무덤처럼 쌓여져 있었다. 그들에겐 애물단지로 여겨질 인동초, 내겐 향 좋은 화초 하나로 다가왔으니 당연지사 내 손으로 들어오는건 묻지 않아도 뻔할 뻔자였다. 그리고 붉은인동 역시 아는 분께서 꺽꽂이해도 산다면서 몇 가지 꺾어 내게 주었는데 그 모두가 살아 지금 이렇게 예쁜 꽃으로 다가와 덤으로 향까지 뿜어내 주는 것이었다. 활짝 피어 혀를 쑥 내밀고 있는 붉은인동에 비해 인동초는 이제 막 마주 난 잎 사이 나란히 꽃봉오리를 올려보내고 있다. 푸르름 일색의 오월이 벌써 반 달을 채웠다. 초록으로의 질주만큼 빠른 세월은 쓸데없는 상념을 만들어내고 콧바람으로 마시는 향내에 들썩거리는 마음은 종잡을수 없고, 이런 날일수록 나는 초록으로 진정시킨다. 허망하게도 세월이라는 흐름 속에 난 묻혀 떠밀려 가고 있었다. 나이 오십을 치닫는 지금의 내가 자꾸만 나오는 뱃살을 두드리며 푸념을 하다보면 내게 찾아든 잠시의 안식이 고개를 쳐들고 경고장 하나를 발부한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말라고~~~\' 쌓여있는 걱정은 산더미같지만 그것도 사서하는 걱정같아 머리 흔들고 나가 당당히 피어 제 몫들을 하고 있는 수많은 식물에게서 한 수 배우고 들어온다. 그냥 나가 눈으로 보고 향 맡으면서 관상용으로만 심어놓은 화초들이 아닌, 가끔씩 내게 일침을 가하며 훈계를 하는 인생철학서이다. 20년 함께한 화초들에 비해 겨우 3년이지만 꽃모양에서부터 뿜어나는 향, 그리고 우리집에 와 뿌리내리며 한식구가 되기까지 내게 주는 교훈은 무척이나 크다. 모든게 생각하기 나름이다. 흔하디 흔한 인동초 하나로 무얼 바라고 무얼 기대긴 하겠냐만 이제 깊숙히 뿌리내려 안주하고 있는 풀포기들처럼 잠시의 안식이 아니길 간절히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