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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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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머물지라도...(9)


BY 개망초꽃 2007-03-16

 

봄 햇살을 흠뻑 받으며 출근합니다.

길가 잔디밭 가장자리로 풀들이 얼굴을 내밀고 날 쳐다봅니다.

풀들은 햇볕 바라기를 하고 있는 거겠지만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다고 착각하며 걷습니다.


어느덧 겨울은 옷깃 속을 벗어나고 봄이 얼굴위로 내려앉았네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기찻길로 산책을 갑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이 우리 말고 많습니다.

나무도 잔디도 풀도 우리처럼 산책하는 기분일겁니다.


낮엔 도서관에서 바쁘고

저녁에 집에서 바쁩니다.

주문 들어온 청바지 그림을 그리고

샘플로 청바지에 그림을 그려 사이트에 올리고…….

주문이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시작한 일이기에 열심히 정성을 다 합니다.

잠을 잘 때도 어떤 그림을 그려야 세련되고 예쁠까? 생각하고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늦게 잠이 듭니다.


아침에 일어나려면 몸은 바위덩어리가 됩니다.

낮엔 눈까풀이 내려앉아 커피를 마시며 잠을 쫒아내곤 합니다.

바쁘게 살아도 내 가슴속엔 막연한 그리움을 끌어안고 삽니다.

바쁘게 살아도 여자이기전에 사람이기에 예민해지고 속이 좁아집니다.

사람이기에 바라는 것이 생기고 욕심이 일어나 나를 지치게도 합니다.

그러나 다시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고

집에 와서는 살림을 하고 청바지와 물감을 펼쳐 놓습니다.


책 빌리러 오시는 분들과 얼굴도 익어서

가끔은 얘기도 하지요.

저 보고 몇 살이냐고 묻기도 하고 월급이 어느 정도냐고 묻기도 하네요.

곤란한 질문이지만 속이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을 합니다.

그러면 아~~항~~그렇구나, 한답니다.


봄이라 그런지 직원들이 모두 졸립다는 말을 자주자주 합니다.

잠을 쫒기 위해 차를 여러번 마시다보니 화장실과 자주 만나게 되네요.

여기 화장실은 항상 껌껌나라입니다.

청소하시는 분이 화장실에 불을 켜 놓으면 야단을 치신답니다.

절약이 몸에 익숙해져서 그런가봅니다.

아니면…….전기료를 본인이 내시는 건가????ㅋㅋㅋㅋ

나는 집에서도 환한걸 좋아해서 불을 켜 놓는 편인데…….

암튼 화장실 들어갈 때 불을  켜 놓고 모르고 그냥 오면

다음에 화장실을 가면 누군가가 껌껌하게 해 놓곤 하네요.

누군가 가는 청소부 아줌마겠지요.


오늘도 기찻길로 산책 다녀왔습니다.

우린 인생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공중전 수중전 다 겪은 사십대 중반이라서 서로 내통하는 얘기가 많습니다.

우리 삶은 미래를 알 수 없는 끝없는 길을 걷고 있듯이

세상살이 이야기는 끝이 없네요.

기찻길의 평생선처럼 만날 수 없지만 간이역과 종착역은 있듯이

인생사 끝은 똑같겠지요.

또 한번 느끼고 알고 있답니다.

건강하면 세상을 다 잃는 것이고 건강하면 세상을 다 갖은 것이라고…….


역전에 서 있는 기차를 보면서

다시 인생을 시작할 수 있다는 기대와 용기와 꿈이 꿈틀거렸습니다.

내 꿈은 시골 작은집에 들꽃 가득 키우며 글을 쓰는 거랍니다.

오십 초반쯤에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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