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니 사람들의 옷차림이 가벼워 졌습니다.
한적한 교외 도로가옆 유실수들은 꽃망울들을 터트리고
바다는 봄향을 가득 몰고와 육지로 ..육지로 .밀어냅니다.
근 반년을 미워해서는 안될 사람을 미워하다보니
내 마음속에 미움의 대상이 있다는것은 내 자신이 먼저 힘들다는것을 알았지요
하여 .
죽었다 깨어나도 못 깨우치는 그 사람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기로하고 마음을 비우니
가슴팍에서 나를 누르고 있던 납 한덩이를 끄집어낸듯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간만에 .
순한 마음 순한 가슴 순한 눈빛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봄햇살은
어느새 우리집 베란다 까지 점령?했음을...어제야 눈에 보였습니다
한달전 귀농을 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에 부탁으로
돼지 감자를 팔러 안강장으로 갔던 일이 있습니다
생강 처럼 생긴 돼지 감자의 효능을 알릴겸 따라간 안강장은
활기가 넘치고 설 준비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요
복사해간 돼지 감자의 효능이 적힌 조이 쪼가리를 나누어주며
“두 소쿠리에 오천원이래요.”
“한소쿠리는 삼천이래요.”하는 내모습에 웃음이 쿡 나왔습니다.
가져간 돼지 감자 두 박스는 예상보다 빨리 팔리고
떨이 두소쿠리가 좀체로 안 팔리기에 베드민턴 강습이 있어
먼저 안강장을 나와서 나는 베드민턴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날..
생전 처음으로 장바닥에서 돼지감자를 팔던 날.
새로운 경혐에 가슴이 바르르 떨렸던 그날 기분은
풋풋하다는 첫사랑 보다도 더 풋풋함으로 다가왔습니다
3월도 벌써 반이 지나는군요.
흙을 부어준다는 친구의 토목 공사가 자꾸 지연 되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유실수는 지금부터 심어야 하는데.
야외 테이블 짜는법도 배워 놓았는데.
농막 꾸밀 그림도 머릿속에 그려놓고 몆가지는 준비를 해놓았는데.
계획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
느긋하게 기다리렵니다.
마음 먹은대로 착착 진행 되는 일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시행착오가 있어야.뭐가 잘못된것을 알테고
3월에 못하면 4월에 ..하지뭐..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일락 꽃향이 봄바람에 실려와
보랏빛 천연향수가 후각을 자극하는 즈음에 첫 삽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날부터 고생 길인줄은 알면서도 그래도 기다려지는것은
아마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것이기에 그런가봅니다.
3월의 봄빛이 거리거리 넘쳐 납니다
베란다를 점령한 봄빛은 사람의 감정을 유연하게 하는 마력이 있나봅니다
봄빛의 마력인지 ..나의 깨우침인지..지난 반년 미움을 버리고
어느정도 마음의 평정을 찾았습니다
반년을 누구랑 맞서고 나니 진이 다 빠져서
진이 빠져 나간 자리에 내일은 봄 햇살을 가득 불어 넣어 보렵니다.
아주 가득히..
내가 미워했던 그 사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