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자다. 나는 딸이고, 여동생이며 누나다. 또 언니이고 이모이며 고모이다. 나는 여아로 태어나 소녀적 부푼 꿈에 잠못 이룬 밤을 가졌었고, 여학생으로 발랄한 신식교복도 입고 자란 세대다. 대학생이되어선 사회의 부조리와 인생에 대한 고뇌도 숱하게 했다. 졸업식 이후엔 사회초년생으로서의 치마정장을 당연히 입어야하는 줄 알았다. 난 사랑에 애닯아하기도 했고 키스와 포옹과 섹스의 달콤함도 배웠다. 결혼, 그리고 스물일곱의 나이에 여성으로서의 최고의 고통과 쾌락을 수반한 출산을 경험했고 이제 나도 한 여자를 낳았다. 그의 어미가 되었고 그는 꼭 나를 닮아 자랄수록 내 어릴 적 분신이 되어간다. 나의 살아온 삶이 여자로서 이세상의 보편적인 삶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한 여자로서 난 내 삶에 충실했을 뿐이다. 이제 곧 마흔이 된다. 내가 여자로 살고자해서 살아온 생을 결코 아니었다. 여자로 태어난 순간부터 난 무엇으로 살까 고민하지도 않았다. 그저 주어진 여건에 맞춰가고 받아들이고 수긍하며살아왔다. 돌이켜보면 나자신이 여자로서 후회하는 삶은 분명 아니었지만, 어떤일들에 부닥뜨릴때마다 난 왜 내가 여자로 태어났지? 하고 반문하곤 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남자로 태어났더라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을까. 상상은 자유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학창시절이었던 걸로 기억 된다. 난 남자와 너무나도 다른 입장에 놓여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기위해 한자의 옥편은 물론 집에 있는 사전이란 것들은 다 펼쳐놓고 끊임없이 \"왜\" 라는 질문을 던졌던 기억이 난다. 우리 사회의 모순이 종교인들의 해석으로는 이해가 가도 내 이성과 짧은 지식으로는 도저히 히해할수 없는 것들인게다. 난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정하는데서 내인생은 새봄을 맞은 것 처럼 밝아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