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 날 아이들과 종로에 여권사진을 찍으러 가기로 했다.
미리 이발을 해 뒀으면 좋으련만...
여섯살 터울로 올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된 큰아들과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된 작은아들을 데리고 애들 아빠가 늘 데리고 가는 블루클럽으로 갔다.
왠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대기를 하는 동안 커피까지 타 마시며 한참을 소요하고 나오는데
돈 받으시는 분과 머리 감겨 주시는 지긋하신 분들께서
\"얘들아, 할머니 말씀 잘 들어라. 그래야 착한 어린이들이지?\"
-아니, 누가 할머니야? 난 얘들 엄만데?-
밝힐까 하다가 그냥 슬그머니 데리고 밖으로 나와 겉옷을 입히려는데
머리 감겨주시는 할아버지께서 따라 나오셔서는
\"얘네들이 그리 우애가 좋다면서요? 아주 기특하시겠어요. \"
그러시면서 애들에게
\"할머니 잘 따라 다녀라. 한눈 팔지 말고.\"
기분이 매우 나빴지만 늦게 낳은 죄로 고스란히 할머니행세를 하고 왔다.
우리 애들은 사람들이 그리 말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다.
그건 설마 엄마께 하는 말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애에게 정색을 하고 물어 봤다.
\"넌 엄마가 다른 친구들 엄마보다 많이 늙었다고 생각하니?\"
큰애는 이게 무슨 질문인가 싶은 표정으로
\"전 어머니 나이가 많은 게 이해가 잘 안 되어요. 다른 친구들 엄마들과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되는데 어떻게 그렇게 나이가 많으세요?\"
애들은 내 나이를 말해 줘도 별 신경을 안 쓴다.
지들하고 인라인 스케이트도 같이 타고 눈썰매도 같이 타고 피자나 오븐스파게티도 자장면보다 더 잘 먹는 엄마가 도저히 나이가 많다는 게 믿기지 않는가 보다.
어쨋든 가는 곳마다 조손간에 다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래도 난 꿋꿋하게 아이들과 잘 돌아다닌다.
집에 돌아와서 애들 아빠에게 그 일을 말해 줬다.
애들 아빠의 반응~
\"아니, 나더러는 전혀 그런 말 안하던데... 그냥 당연히 아빠거니 하던데 왠일이야? ㅋㅋ\"
난 바로 대꾸 했다.
\"당신이 내 아들인가 봐.\"
애들 아빠가 나이보다 십년쯤 젊어보여 애들과 다니면 당연히 아빠로 보는데
요즘 하도 젊게 보이는 할머니들이 많다 보니 내가 애들과 다니면 거의 손주냐고 한다.
네식구가 함께 외출을 해도 대체로 시선들이 뜨악하다.
늙은 여자가 젊은 애 딸린 홀애비랑 다니는 것쯤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니 말이다.
다음에 애들 머리 자를 때는 부부가 함께 가서 부부임을 밝혀야 하나 그냥 참고 넘어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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