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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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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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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출


BY 동해바다 2007-01-24


     1.

     자욱한 해무가 자정넘은 도시를 삼켜버리고 있었다. 9월을 여는 첫날이다.
     망연자실 넋놓고 있는 내게 택시기사는 행선지를 묻는다.
     \"동해로 가 주세요.\"
     헝클어진 머리를 가다듬으니 한움큼 머리카락이 빠진다.

     \"요즘 누가 이렇게 살아요. 쯧쯧, 연약한 여자를 이렇게까지...\"
     조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나를 동정하며 어깨위로 쏟아져내린 머리카락을 
     떼주던 경찰의 놀라움을 알만할 정도다.
     \"일단 잠시 보호해줄테니 진정이 되거든 들어가세요.\"
     내가 원했던 건 어떻게든 그를 쳐넣고 싶었는데 저들도 어찌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결국 내가 해야만 할 일이었을까. 

     경찰을 대동하고 들어가 소지품과 옷가지를 챙겼다.
     그이가 서슬퍼런 눈빛으로 나를 노려다본다. 이미 술은 그를 잡아먹고 있었다.
     방패막이가 되어 준 경찰에게
     \"저것 보세요. 툭 하면 나간다니까...\"
     이미 내용을 들어 알고있는 경찰의 도움으로 나는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둠, 그리고 안개...
     끝없이 펼쳐진 도시의 어둠 속에서 난 또 미아가 되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를 방치한 당연한 결과인데 어쩌자고 설움에 겨워 눈물이 흐르는 것인지..

     CT촬영에 MRI까지...
     부족한 생활비때문에 한푼 아끼려는 나와 그는 대조적이다. 
     제 몸에는 아낌없이 투자하면서도 또한 거침없이 망가뜨린다.
     없는 돈으로 그야말로 돈지랄하고 있는 그를 왜 이토록 무기력하게 놔두어야만 
     하는지 자신만을 미워하기에 난 너무도 지쳐있었다.
     몇 개월 후 다시 찾아오라는 병원의사의 상담이 바로 며칠 전이였는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뇌에서 시켜 마신다는 술이라지만
     왜 꼭 거기에 나를 의심하고 폭력은 수반되는지, 수도없이 겪는 불행한
     가정사에 우리 모두는 패잔병이 되어 있었다.

     지갑에 열쇠가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혹시 모르니까 이 열쇠 가지고 있어\'하며 전해 주었던 것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 줄이야.
     그녀도 역시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하고 동해 후미진 동네에 방을 얻어 나와 있었다.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 폭력으로 불륜으로 서로를 믿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는 부부의 수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이제 가족들을 위한 절대적 희생은 못난사람 축에 속하고 마는 시대이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가녀린 인생이 이렇게 못나 보일 수가..

     마침 비어있던 원룸, 그녀는 타 도시로 출타중이였다.
     불을 켜고 들어가 그대로 쓰러졌다.
     영원한 추락이고 싶었다.

     ** 오랫만에 인사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지난 5개월을 토해내려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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