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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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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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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름하는 엄마


BY 정자 2007-01-21

어찌 된 일이냐고 우르르 따질려는 데

가까이서 보니 보람이 친 엄마 인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하긴 몇 년이나 지났는 데 그 때 그 얼굴이 가물 가물하니 모두 그 앞에서

어물 어물하다.

 

목사님이 보람이를 애들 앞에 맨 앞줄에 세워 놓고

다시 돌아와서 그 여자보고 그러는 데.

 

\" 보람이 이모입니다. 이쪽은 그 동안 우리동네에서 보람이 거의 키우다시 피 하신 동네 어르신들입니다.\"

 

그 여자가 그러니까  보람이 친 엄마가 아니고 이모라고 한다.

우리는 서로 눈인사를 하고 보람이 이모는 일일히 손악수를 청하면서 고개를 숙이며

그 동안 보람이에게 잘 해준 것을 너무나 고맙게 생각한다고 정중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얼떨떨했다. 그런데 너무 닮았다. 이거 혹시 쌍둥이자매가 아닌 가 싶은데.

그제야 보람이랑 많이 비슷했다. 성질 급한 웃마을 아줌니가 대뜸 그런다.

\" 근디 혹시 보람어매랑 쌍둥이어라?\"

\" 예... 그래요\"

 

대답을 듣자마자 지금 언니는 어디에 있냐, 시상에 새끼 낳고 산후조리도 못 하고 도대체 어딜 간 거냐. 짐승도 지 새끼는 젖을 다 떼고 키우는 디 천지에 어째 이런 일이 우덜한테 이런 일이 다 있게 한거냐 도무지 무슨 일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묻기에 바쁘다.

 

 옆에 서 계시던 목사님이 우리 이렇게 서서 애기하지 말고 어디들어가서 천천히 애길 들어도 괜찮다고 밀어내시는 통에 근처 다방에 옹기종기 앉았다.

 

 듣기만 하던 보람이 이모가 손수건을 끄냈다. 그 동안 언니때문에 집안이 쑥대밭이 되었단다. 멋 모르고 형부가 사업을 하다가 그걸 뒷 감당하던 언니는 빚만 잔뜩지고 도망을 갔는데. 하필이면 노름하는 하우스방이라고 거기서 못 된 버릇을 배워서 그나마 있었던 돈도 다 날아가고 거기서 남자를 만나서 동거를 했는데 이 남자가 세상에 없는 사기꾼이었단다.

 

 언니 이름으로 무슨 사업을 했는데 그게 부도가 나니까 언니가 교도소에 들어가는 바람에 보람이 낳고  그 후로 우리에게 연락이 왔단다. 보람이 아빠는 형부가 아니고 그 사기꾼이 아버지고 지금은 어디에 있는 줄 모른단다.

 

 이래저래 언니 치닥거리 하다가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른 줄 몰랐는데, 면회를 가니 그제야 언니가 보람이 애기를 해 주더란다. 너무 기가 차고 어이도 없고 그냥 잊어버리라고 했건만 언니가 두고 두고 보람이 한테 한이 될 것 같다고 몇 번을 부탁하는 바람에 보람이 다섯살 때 물어 물어 동네를 왔었는데 목사님이 키우고 계신 걸 알았고, 온 동네 아줌니들이 보살펴 주신 애기를 듣고 울고 또 울면서 돌아가서 언니한테 애기했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란다.

 

 근디 언니가 직접 오지 않고 왜 동생이 왔냐고 했더니 언니가 앞을 못 본다고 했다.

아니 그 땐 눈이 괜찮았는데 왜 그려? 당뇨가 심했었는데 결국 합병증으로 시력을 몽땅 잃어서 시각 장애인이 되어서 누가 같이 동행 하지 않으면 어딜 가지 못한다고 한다.

 

 우리들은 할 말을 잃었다. 더 이상 물어 본다고 해도 나머지는 안들어 봐도 대충 짐작이 갔다. 어쩌면 좋누..시상 좋아졌다고 해도 앞 못보는 지 엄마를 생각하면 울 보람이 어쩌면 좋은 겨... 보람이는 아는 겨..지 엄마 앞 못 보는 거?

 

 아직은 모른다고 했다. 언제가는 애기 해 주고 싶은데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단다. 언니도 반대하고 그렇게 잘 살고 있을 애한테 더 이상 상처주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는 데..

 

보람이 이모의 얼굴이 흐리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런다.

앞으로 얼마 못 살것 같다고 한다. 몸이 말이 아니란다. 눈은 안 보이는데다 신장이 더욱 나빠져서 이틀걸러 투석치료를 하고 있다는데.

 

 가면 갈수록 열두고개라더니.

그렇게 보람이 초등학교 입학하는 날  우리는 모두 울었다.

그래도 우리 동네에 얘를 낳기 망정이지 다른데에서 낳았으면 영낙없이 고아원에 벌써 갔다줄 거 아녀? 그냥 우리가 늙도록 보람이 잘 키워야 제. 암 그렇고 말고.

 

얼마전 보람이가 겨울 방학이 되서 마을회관에서 동네계를 했는데.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한 번 불러보고 싶단다. 그래서 시켰더니 요리저리 엉덩이 흔들면서

어머나~~ 어머나~~ 이러어지 마셔요오..

여자의 마음은 가알대랍니다아~~

 

울 아줌니들 얼쑤 얼쑤 장단 맞춰주고 보람이 주변을 뱅뱅돌면서 춤을 춰주니 보람이 얼굴이 달처럼 환하다. 모두들 그렇게 환한 노래를 따라 불러주었다.

 

 

덧) 보람이 엄마가 얼마전에 병원에서 중한자실에 있었는데 그 후로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서 안부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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