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종합사회복지관내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 입니다.
왜 여기에 있냐구요?
왜긴요, 일하러 왔지요.
임시직, 사실적으로 솔직히 말하자면 공공근로자로 월요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컴퓨터 자격증을 땄지만 인생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버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취업문은 숫자를 따지며 열어주지를 않더라구요.
그러던 중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공공근로자라나 하면서 신청을 하라고 하더군요.
싫다고 했지요.
일단 보수가 밥이나 겨우 먹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망설일 수밖에 없었어요.
이왕 여기까지 배우고 왔으니 내게 맞는 일을 하고 싶었구요.
그래서 청바지에 그림 그리는 일을 하려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연락이 온 거예요.
준비를 하려면 한 두달 걸리니까
일도 편하고, 토요일도 놀고, 공휴일도 놀고……. 히히
글 쓰는 거 좋아하는 내게 맞을 것 같으니 한번 다녀보라고
다니다가 그림 그리는 일이 바빠지면 그만 둬도 되니까
반찬값이라도 벌어보라나 하면서 자꾸 꼬드기는거에요. 흐흐
그래도 그렇지...
뭐든 처음 하는 일은 겁이 나고 걱정이 먼저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출근을 하기로 하고 며칠동안은 머릿속에서 일에 대한 걱정이 떠나지 않더라구요.
첫 출근 날,
오전 내내 잠만 자던 게으름뱅이 내가 벌떡 일어나서는
아침밥은 생전 먹지 않던 내가 미역국에 밥을 말아 먹었지요.
추위에 옴짝달싹도 못해서 바지만 입던 내가 밤색 골덴 치마를 입고 스타킹도 신었지요.
앞머리만 드라이하던 내가 전체적으로다가 드라이도 했지요.
남들처럼 저도 제시간에 출근을 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처녀적 출근길로 돌아가는 것 같았고, 설레이기까지 했어요.
집 앞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내리면 바로 복지관이 보이네요.
가깝고 교통이 편리했어요.
종합 복지관이고 건물도 새 건물이고 시설도 잘 돼있더라구요.
직원들도 친절하고 솜이불처럼 부드러웠어요.
\"생각보다 젊어보여요.\" (헤헤 좋아라.)
\"컴퓨터 자격증도 있다면서요?\" (물론이징. 내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디…….잘난척은 억지로 땄으면서...크크)
\"글도 쓰신다면서요?\" (언제 여기까지 소문이 났냐??)
\"센터에서 자랑이 대단했어요. 고급 인력 싸게 쓴다고…….ㅎㅎ\" (고러치 고러치 히히)
십오 평정도 되어 보이는 도서관은 유치원아이들 책을 빌려주고 보는 곳이에요.
오전엔 절간처럼 조용하구요.
오후가 되어야 엄마들이 아이 손을 잡고 총총총 걸어와서는
책을 반납하고 느릿느릿 책을 골라서 인사를 하고 총총총 나가지요.
연회비 만원만 내고 가입하고 일년 내내 한번에 다섯 권씩 책을 빌리는 곳이에요.
엄마들 책도 있어요. 요리책이나 아이들 바로 기르는 지침서 같은 종류에요.
뭐…….아이들이 책대로 키워지거나 커가지는 않겠지만
책을 보는 엄마는 바른 거울이 되어 아이들이 닮아가겠지요.
근무 환경도 좋고
도서관이라서 책과 함께 해서 좋고
장사하는 곳이 아니라서 매출 스트레스 없어 좋고
퇴근시간도 정확하고 휴일도 많고, 어려운 일도 없고, 사색할 수 있는 한가로움도 있고,
책도 보고 글도 쓸 수 있는 여백이 있어 좋았어요.
오늘은 사무실 업무를 도와주느라 여백시간이 별로 없어서
이만 인사해야 겠어요.
자주 글 올릴게요. 총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