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우리가 타던 차는 프라이드 베타.
우리가 만 오년을 타고
캐나다로 떠나면서 폐차 시킬 때는 15년이 다 된 고물차가 되었다.
워낙 고물이긴 해도 잔고장 없이 굴러가고, 연비도 좋고 하니
아이들도 어리고 할 때 부담없이 타기에는 그만이었다.
누가 와서 살짝 받아서 깜박이 캡이 부서졌어도,
미끄러진 차가 와서 범퍼를 살짝 받아도,
\'괜찬아요. 그냥 가세요.\' 하니 모두들 황송해 했다.
경험 해 보신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경미한 추돌사고때문에 운전자들이 오죽 예민해 지는가.
보험처리 하기도 그렇고,
현금 주고 받자니 덤탱이 쓰는거 아닌가 싶고.
남편은 환갑 넘은 차 타는 것도 서러운데
인심이나 팍팍쓰자는 것 같았다.
뭐 하긴 내 마음도 한 없이 편했다.
밖에서 보기에 차 모양새가 어떻든지
그 안에 있는 운전사는 쏘나타급이요, 승객은 그랜저급이니 말이다.
남편은 대학에 있었는데 전교생 천삼사백명의 작은 규모라서
교수, 직원 할 것 없이 가족처럼 지냈다.
대학 코 앞에 있는 유치원에서 강사를 하던 나는
가끔 남편 직장에 들러 함께 나오곤 했다.
한 번은 한국 나이로 네살 쯤 됬던 작은 아이와 함께
차 안에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는데
관리 실장님이 지나가다가 인사를 건네러 오셨다.
맥가이버 손을 가지신 그 분은
털털한 외모만큼 성품도 털털하신 분이었다.
\'재방아! 너 또 똥차타고 어디가냐?\'
매너가 그랜저급인 나는 빙그레 웃었다.
(실장님 봉고도 만만치 안으신거 모르시나요?)
이렇게 까불고 싶은 속 마음을 감추고
남편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여
매너를 갖추고 있는 엄마의 마음을 외면한 재방이는
오늘도 한 건 올리고 말았으니.....
\'우리차 똥차 아니에요. 방구차에요!\'
@@ ?? !! ^^;;
그 당시 유행하던 어린이 프로 방귀대장 뿡뿡이 덕이었을까?
재방이의 당당한 행적에 댕한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그 후로 한동안 이런 말이 유행했다.
그래도 뭐보다는 방귀가 조금 낫잔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