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나이 마흔둘이되는 생일날이다
사랑이라는 애절한 이름으로만난 내남편은 오늘도 작년과 다름없는 나의 기대를 실망으로
일추시켰다
해마다 이날은 일년 중 나를 가장힘들게 하는 날이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즐거울수도
고독할수도
투정을 부릴수도
감정을 표현할수없는....... 일년중 단 하루도 나의 날은 없었다
남편과함께한 스무해,
오년을 당연한 듯이 그리고 남은 십오년을 마지못해
더러는 아주 짜증스럽게 더러는 측은지심으로 시어머님의 생신을 챙겨야만했다
남들이 말하는 고부간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나와 시어머니는 아마도 여자와 여자의 갈등같은 .......
시어머님의 생일이 바로 오늘이다
그러니까 며느리인 나와 시어머님의 생일이 같은날이다 음력11월 27일,
남편을 만나 오년만에 큰아들이 겨우 아주겨우 생겼다
아들아이를 낳는 그 순간은 아마 죽어서도 잊을수 없을 만큼 내게는 고통이였고
또한 그만큼의 축복이였다
12시간을 찢어지는 아픔을 겪다가 결국 너무 위험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과함께 나는 수술
을 해야만했다
6인실병원 한귀퉁이에서 난 아이를 낳던 그 순간의 고통도 잊은채 8일 간의 병원비며 밥값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땐 그런내가 결코 비참하지 않았다
왜냐면 내겐 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고 그렇게 기다리던 잘났진 않았지만 그와 나를 닮은 내
아이가 있었기에 난그 순간 세상어느누구도 부럽지 않는 부자 였다
그래서 난 더욱 아끼고 열심히 살아야 했다
입원은 어차피 해야했고 밥값을 줄이기로 했다
마침 시어머니가 와 계시니 남편과 함께 번거러우시더라도 밥을 부탁드렸다
산모의 밥이랄께 별거있나 밥이랑 미역국 한 사발이면 좋은 말 할것을
마침 셋째 언니가 식육점을 하는 터라 고기는 항상 못줘서 탈이였다
밥을 먹어라는 의사의 영이 떨어지고 난 어머님께 밥을 부탁드렸다
병원의 아침밥이 그렇게 빨리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7시가 채 되지도 않아서 문틈을 타고오는 미역국냄새는 나를 미치게 했고 난 꼬르륵 거리는
배를 계속 물로 채워야만 했다 급기야 물에서도 비린내가 날 만큼,
입원실의 다섯명의 산모들은 미역국을 맛있게도 먹어댔다 엽자리 산모의 친정엄마가 나를
안스럽게 바라보며 하는 말이
\"산모는 잘 먹어야 하는 데 밥 가져올때까지 우째 기다릴라 하노, 내 묵을라고 가져온 밥이라도 한 술 떨래?\"
하는것이었다
부끄럽고 황당하고 고맙기도 했지만 나는 애써 감정을 숨기며 배가 고프지 않다며 이불을 폭
덮어버렸다 이불속에서도 주책없이 꼬르륵 거리는 배를 난 사정없이 눌러버렸다
\"아야!\"
수술한 자리가 아프다
11시가 다되어서야 시어머니는 병실에 나타 나셨고 어머니는 작은 냄비우동 그릇에 반 남짓
하는 미역국을 달랑들고 오셨다
야간 근무를 하고 온 남편과 함께 ...
친정엄마 였었다면 난 아마도왜 밥을 이것만 갖고 왔냐고 이 국을 누구입에 붙이라고...하며
별의 별 투정을 다 부렸을 건데 시어머님이 무섭긴 무서웠나 보다
남편은 밤새 일 하느라 잠도 못잤을 텐데 싶어
\"어머님 저이랑 집에가셔서 쉬셨다가 나중에 점심때쯤 다시오세요 어차피 국은 한끼밖에 못
먹을 테니까요.\"
나도 모르게 미역국이 한에 차지 않다는걸 내색하고 말았다 이내 어머님은
\"그걸 왜 한끼만 먹어 나눠 먹을려면 열번도 나눠 먹겠다\"
하시며 나를 더 서운하게 하시곤 뒤도 돌아보지않고 나가시는 것이였다
그래도 난 그미역국을 먹어야했다 왜냐면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아이를 보고 병실로 돌아오는 길에 항상 만원이였던 공중전화기 앞엔 그날따라 아무도 없었
다 식육점을 하는 셋째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언니야! 내다 선아다.\"
\"선아가 우짠일이고 와? 무슨일있나?\"
언니의 목소리는 나를 더 서럽게 만들었고 나는 하지 않아도될 하소연을 그만 다 털어놓았다
언니는 일을 하고 계시는 친정 엄마에게 그 얘기를 했고 속상했던 친정엄마는 미역보다 소고
기가 더많은 미역국인지 소고기 국인지 그 정체성을 잃어버린 국한 솥을 낑낑대며 병실을 찾
아 오셨다 병원에서의 8일은 시어머님을 많이 실망하게된 계기가 되어버렸고 그 실망은 몇
일 가지않아 외면으로 자리메김 하기에 이르렀다
퇴원을 하고 아이와 함께 집으로 왔다
세상에 태어나 내게도 이런 축복이 있다는걸 알게해준 내 새끼가 처음 엄마와 아빠와 함께
살 집으로 왔다 그리고 함께 첫날밤을 지내는 날이다
그런데 남편이 외근이라한다 섭섭하지만 어쩔수없지...
서먹한 시어머님과 함께 아이와 잠을 청하는데 잠시 칭얼거리던 아이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하고 울어대는 것이였다 기저귀\"를 갈아도 젖을 먹여도 아무리 안고 흔들어도 일어서서 흔들
어도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어느새 해가 뜨고 아침이 되어버렸다
\"애비한테 전화해라 병원에라도 가봐야 겠다 \"
매사에 급함이 없었던 시어머니도 안되겠는지 남편에게 연락을 하라 이러셨고 나는 앞뒤 가
림없이 남편의 사무실로 전화를 했다
그리고 1분도 채 되지않아서 나의 하늘이 무너지고 있음을 난 알게되었다
어젯밤 집엘간다고 남편이 사무실을 나갔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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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설마...아닐거야 ..그럴리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그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아이는 거짓말 같이 울음을 그쳤다 ......
남편이, 그렇게 사랑했던 내 남편이, 나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줄 알았던 나의 남자가
그것도 그많은 날들중에 지 새끼가 태어나 처음으로 엄마의 아빠의 집에서 첫날밤을 자는 그
시간에 바람이라니.....
믿기지 않는 많은 일들이 벌어져버렸고 난 그런 남편과 더이상 인생을 함께 할 수없었다
그 모든 상황을 시어머니는 낫낫이 알고 계셨고 난 남편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그 사이에도
늙으신 시어머님의 초췌한 모습을 가슴한 구석으로 안스럽게 여겨야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근처에 사시는 작은 시댁의 숙모님이 나를 보자고 연락이 왔다 겨우 추스린
몸을 끌고 숙모님께 갔다
그때의 숙모님의 말씀은 오늘 날 시어머님을 완전히 외면하게된 계기가 되어버렸다
\"너거 시어머니가 하는 말이 이혼할라면 아가야 네가 데려가라 하더라 우리 아들은 이제라도 처녀장가 보내면 된다고 하면서....\"
세상에 어쩜 이런일이,
그럼 나는 당신네 며느리될때 처녀가 아니고 과부 였나?
세상 사람들은 피가 물보다 진하다고 하던데 .....
어떻게 그 핏덩이를 .....
얼마나 예쁜 내 새낀데....
분함과
억울함에
더럽고
역겨움에
치사하고
잔인함에 난 몸서리를 쳤다
아직도 붙어있는 남편과의 인연의 끈으로 난 지금도 그분을 시어머니라 부르고 있지만
과연 내속에 내안에 그분은 시어머니가 맞으신지....
아직도 먹고살기에 급급한 나는 내손으로 나의 미역국을 끓이지 않지만
난 나의 생일날 시어머님의 미역국과 생일선물을 신경써야하고
축하한다는 말을 잊지않고 한다
그리고 마음에도 없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시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어머님 당신도 여자이면서 당신도 딸을 키우셨으면서 ......그땐 왜 그러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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