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술주정뱅의 마누라이다.
술주정뱅이 마누라들의 삶이란 한 때 선택의 오류를 범했다는 사유로
참 많이 고달픈 인고의 세월을 격어내야만 되는 불운한 삶의 진행형이다.
작년 말 시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면서 내가 제일로 우려 했던 것은
상여 메고 장지로 올라갈 때 길이 미끄러울까봐 눈이 오면 어쩌나도 아니요
장례비용이 들어 온 부조금으로 얼마나 부족할 것인가도 아닌,
어떻게 장례식을 무리 없이 잘 치러 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은 막 운명하시기 직전인 어머님을 구급차로 모셔가고
응급실에서 최종 사망 진단을 받고 지하 영결식장으로 모시던
첫날 저녁시간에만 잠깐 온전했을 뿐, 장례식 내내 때와 장소를 모르고
평소처럼 허허거리며 소주를 마셔댔다.
영정 접객 실 선택과 이런저런 일 치루는 준비로 직원과 상담을 받아야 하고
빨리빨리 신속하게 일 처리를 해야 하는 와중에도 쥐방구리처럼 자리를 뜨는
상주인 남편을 찾고 기다리느라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평소하고는 달라서 모친상 치루는 상주는 친구들이 오셔도 안 껴 놀아도 되고
되도록 접객실을 벗어나지 말고 제발 자리 좀 지키라고 해도
조문객이 들이 닥칠 때 마다 눈치껏 남편을 불러다 않히느라 애를 먹어야 했고,
한자리서 단 10분도 지키기 힘든 남편을 대신에 하루에 반은 힌 상복을 입은
내가 일 보다 말고 뛰어 들어가 조문을 받아야했다.
남편은 분향실을 비워 놓은 채, 손님 상에서 마시고 떠들고 함께 고스톱을 치거나
취해서 남편 친구들에겐 그러려니 부끄럽지가 않았는데
비교적 반듯한 편인 내 쪽의 손님들에겐 술에 취해 망가진 남편의 모습을
들키기도 부끄러웠다.
조카 며늘들과 도우미들의 힘을 빌려가며 혼자서 손님 접대에 신경을 써야 했고
취해 쓰러져 자는 남편을 대신해 내 친구들이 들어닥쳤을때는 급히 사촌시동생을
상주자리에 앉히거나
음식 주문과 접객 일 심지어는 결산 보는 일까지 혼자서 처리해야 했다.
발인 전 날, 밤 새 졸리운 눈으로 돈을 세고 부조금 장부 정리를 하고 사무실에서
돈 치루는 일까지 다 마추고, 발인준비와 영구 차에 싫고 산에 가지고 갈 제 음식과
떡과 음료수등 동내사람들 먹을 음식까지 뛰어 다니며 다 준비해 포장하고 나니
그제서 남편은 부시시 일어나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었다.
상치루고 내려오면서 사촌 시아주버님들은
동생인 남편을 나무라시고
장례식 내내 시누형님들은
“저런 놈하고 몇십년 산 올케가 어찌 살았는지 불쌍하다” 며
상 치루는 내내 뒤에서 동생을 욕하고 흥분을 하시는 것 같았다.
마치 자기 동생을 몰랐기라도 한것처럼..
형님들의 예전 모습이 주마등처럼 떠올라 쓴 웃음을 지었다....
-------------------------------
어제는 친구의 모친상에 문상을 다녀왔습니다.
거기에서 많은 형제들이 일을 치루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전 일이 떠 올라 몇자 적어보았습니다.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