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 때는 남편 생일을 (연말 아니면 연초) 음력으로 차렸었다.
그 날이면 시어머님이하 모든 시댁식구들이
우리집으로 모여서 남편 생일을 축하 해 주시고
하루 잘 놀다 가시고는 했었다.
결혼 후에 남편의 첫생일은 긴장 속에서 멋 모르고 치뤄졌었고
그 다음 해부터는
매년 해마다 집에서 생일을 차리는 것이 귀찮기도 하면서
왜 남편의 생일만 그렇게 챙기나
내 생일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처음에는 좁은 소견에 입도 튀어 나왔었다.
그러나 지내면서 보니,
내생일도 차리기만 하면 안 오실분들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힘들어서 두손 두발을 들어야 할 일이었다.
그 대신 형님들과 시내에서 만나서
좋은 식당에서 맛있는 것을 사 먹고 영화를 보던가
아니면 다른 재미있는 것을 하는 것으로 대신하였었다.
그러면서도 새해면 어차피 모일텐데
가끔은 그냥 두 부부가 오붓하게 외식을 하던가
아니면 여행이라도 하루 갔다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였었다.
그러나 시댁의 분위기상
그것은 주변 식구들을 꽤나 실망을 시키는 일이었다.
당신의 귀한 아들이 며느리에게 대접을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시부모님은 물론이요,
그런 날이면 잘 차려서
낳아 주신 부모님을 대접해야 한다는 이론을 가지신
우리 큰 형님과
또 그런날이나 동생집에 가보지 언제 가냐고 생각하시는 아주버님...
안차린다는 것은 생각도 못할 일이라서
어차피 차릴 것 즐겁게 해야
나도 즐겁고 다른 사람도 즐거운 것이라고
마음을 가다듬고 나니 크게 힘들 것도 없었다.
생일 일주일 전부터
집안 어른들께 전화를 하여서 언제 와 주십사 청하고,
메뉴를 짜고, 시장보고, 청소하고, 음식 차리고....
그러면서 핑계김에 남편의 다른 친구들도 청하기도 하여
북적북적한 생일을 해마다 차리고는 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는 양력으로 12월 29일에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생일이라는 것이 너무도 조촐하다 못해
초라한 생일이 되고 왠지 더 쓸쓸한 날이 되고 있어서
이제는 아예 생일이라는 생각도 하기가 싫어지고 있었다.
외식도 하기 어려울 때 해야 맛이지 이거야 원~~
청할 사람이 없어서 하는 외식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
그리하여 몇년전부터는,
그 날이면 남편은 회사에 휴가를 내어 식구들하고 외출을 하던지
아니면 근처의 (최소한 두 세시간) 후배나 지인등을 찾아 간다.
가서 생일이라는 말도 하지 않고
밥을 사주고 이야기를 하며 놀다가 온다.
그 사람들은 그냥 연말이라서